이번 주 토요일도 날씨가 좋아서 아침에 텃밭에서 시간을 보냈다.
텃밭 이웃이 분양해주신 치커리와 이름을 까먹은 잎채소. 자라는 대로 잎을 따와서 잎채소 비빔밥에 함께 넣고 있는데 쌉싸름한 맛이 입맛을 돋군다.
앞쪽에 줄지어 자라고 있는 것들이 동생이 가기 전 씨를 뿌려준 모듬 샐러드. 잘 자라고 있어 매주 수확해 비빔밥으로 먹고 있다. 앞으로 몇주 더 먹을 수 있을 듯. 뒷편에 무성한 건 민트인데 얘들은 옆밭인지 어디서 넘어와서 마구 자라고 있는데 딱히 뭘할지도 모르겠고 골치거리;; 내년에 밭을 뒤덮을지도 모르겠다.
봄에 심은 누에콩은 진드기의 습격으로 대부분 망했었는데 감자 수확 후 뭘 심을까 하다 혹시나 해서 다시 심음. 다행히 큰 문제 없이 꽃망울이 맺히고 있다.
일요일엔 극장에 해적이 걸렸길래 얼른 보러감. 이번 여름 한국영화 네편 중 가장 보고싶었는데 걸려서 기뻤다. 시나리오도 좋았고 만듦새도 좋았고 손예진도 예뻤다. 특히 고래 모녀가 판타지 느낌을 주면서 완성도가 확 올라간 듯.
영화를 보고 집에 오니 딸기여사가 간만에 사고를 치고 기진맥진해있었다. 아침에 산책시킬 땐 버티더니 기저귀 안에 응가를 싸고 엉덩이 밀기를 해서 피부가 다 헐어있었음. 이럴 땐 정말 딸기 여사 성질이 아직 더러운 게 감사해야 할 일인지 슬퍼해야 할 일인지 모르겠다. 착잡한 마음으로 옷을 빨고 K씨는 딸기를 티트리를 탄 물에 목욕시키고. 다시 새 옷으로 싹 갈아입혀서 진정시킴. 그 와중에 잠자리 마련하겠다고 앞발로 방석을 싹싹 다지는 걸 보니 귀엽고 안쓰럽다. 엉덩이 밀기도 힘들었을 거고 목욕 후 피곤했는지 바로 깊이 잠들어버림.
저녁땐 K씨와 나는 곧 다가올 결혼기념일을 빙자해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다운타운에 있는 레스토랑에 갈까 어쩔까 하다 우리 동네에 있는 일식집으로 가기로.
제철 생선 스시들. 왼쪽 위는 전어. 일본에서 먹는 향이 강한 잎채소 시소와 함께 나왔다. kohada가 뭔가 했는데 전어였다. 가을에 전어회를 먹을 수 있게 되어 감격. 그 아래는 성게 – uni nigiri. 그 아래는 전갱이 yellow mackerel. 잔파와 생강 간 것이 얹혀있었음. 아주 맛있었다. 오른쪽은 붉은 참치와 참돔 madai.
맥주와 곁들여 이렇게 먹고 나니 완전 배가 불렀다. 다음번엔 튀김을 작은 것으로 시키던가 해야겠음. 집에 와선 딸기를 살펴보며 조용하게 남은 주말시간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