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4일 수요일엔 딸기를 데리고 출근해서 차 안에 담요를 깔고 핫팩을 넣고 딸기를 쉬게하고 한시간 간격으로 전해질 음료를 먹였다. 오후 두시경 잔디밭에 데려가서 산책시키는데 딸기가 다리가 풀려서 서있지를 못한다. 간신히 쉬를 시킴. 세시쯤 K씨가 딸기를 데리러 왔다. 그 이후 딸기는 일어서지도 못하고 모든 것을 (먹는 것도 싸는 것도) 거부한 채 누워만 있었다. 몇번이고 응급실로 데려가야 하나 생각했지만 딸기의 호흡이 매우 규칙적이었고, K씨나 나나 이제 보내줄 때가 되었다는 예감이 들면서 딸기의 마지막을 낯선 사람들에게 맡기고 싶지 않았다. 너무 급작스럽게 딸기 상태가 안 좋아져 급하게 공부해본 결과 노견의 경우 급성 신부전이라면, 특히 이미 입안에 궤양이 생기는 등의 증상이 있다면 거의 예후가 좋지 않으며 수액으로 생명을 며칠 더 연장하는 것 밖에 할 수 없다고 해서 낯선 병원에서 보내느니 최대한 같이 있고 싶기도 했고, 이미 알고있는 대답이지만 딸기를 오랫동안 봐주신 선생님이 돌아오는 목요일까지 듣는 걸 미루고 싶었다.
수요일 밤에는 딸기가 늘 자는 자리인 K씨와 내 베개 사이에 담요와 수건(오후부터 일어서질 못해서 자다가 오줌을 쌀 것 같았다) 을 깔고 딸기를 재웠다. 딸기에게 가볍게 손을 얹고 자는 동안 계속 호흡을 체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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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5일 목요일 아침, 딸기 선생님과 약속을 잡은 날. 병원에 들어서는 선생님을 보자마자 눈물이 쏟아져나온다. 선생님이 깜짝 놀라 얼른 진료실로 부른다.
딸기의 몸무게는 1.35킬로그램. 2킬로그램을 약간 밑돌았었는데 며칠 사이에 너무 많이 줄었다. 가리기는 했지만 일요일까지 음식을 받아먹고 바로 그제까지 산책도 했는데 너무 빠른 몸의 쇠락이 믿어지지가 않는다. 선생님은 피검사를 해보기는 하겠지만 신부전일 경우 마음의 준비를 해야할 것 같다고. 탈수가 심해 일단 수액 처치를 하고 피검사 결과를 보자고 하신다.
우리가 딸기와 함께 있게 해달라고 하니 감사하게도 치료실 하나를 비워주셨다.
너무 지친 우리 아기..
한시간여 후에 피검사 결과가 나왔다. 예상했던 대로 수치가 모두 기계로는 잴 수 없을 정도로 높아서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하신다. 집으로 데려가야할지 고민했으나 선생님이 딸기의 심장은 아직 튼튼해서 오래 고통을 받을 수도 있으니 보내주자고 하심. 오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진짜 오늘일 줄은 몰랐는데.
K씨가 담요에 싸인 딸기를 품에 안고 나는 옆에서 딸기의 몸을 어루만지면서 딸기를 보냈다. 선생님은 있고 싶을 때까지 있으라고 하시고 방에서 나가셨다.
아침 내내 비가 내렸는데 갑자기 해가 나와서 밖으로 통하는 문을 열고 햇살을 받게 해주었다. 딸기가 좋아하는 햇빛.
딸기.. 편안해보인다.
딸기야 그동안 고마웠어. 딸기 덕분에 정말 많이 웃고 지낼 수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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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일주일 동안, 딸기 생각에 울다가, 진작 알았다면 뭔가 해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와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6월까지만 해도 검진을 받고 피검사 소변검사 결과가 정상이었으니 그냥 편하게 있다가 잠깐만 아프고 간 거라고, 곁에서 마지막까지 잘 돌봐주다가 보냈다고 위안했다가.. 슬픔과 널뛰는 감정들을 그냥 내버려뒀다가.. 추슬렀다가…
그래도 K씨와 나는 서로를 위해 생각이 없어도 밥은 꼬박꼬박 챙겨먹었다. 마지막까지 자존심 지키면서 열심히 먹고 열심히 살다가 쉬도 딱 한번 실수한 딸기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눈이 안 보여도 마지막까지 밥을 주는 시간을 어찌나 기다렸던지. 얼마나 신나게 밥을 먹었던지. 안 보여도 얼마나 용감하게 잔디밭을 내달렸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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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일 금요일 딸기가 집에 돌아왔다. 작은 항아리에 담겨서.
첫날은 침실에 두고 같이 자고 다음날 K씨와 함께 항아리를 넣어둘 작은 케이스와 초를 사와서 거실에 자그마한 딸기의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딸기가 좋아하던 벽난로 위에.
딸기야 편히 쉬어라. 다시 한 번,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