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은 K씨가 늦게까지 일하는 날.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다 늦은 밤에 팝콘을 튀겨먹고 티비도 보고 책도 보고 하다 2시나 되어 자고 일어나니 아니나 다를까 일요일이 짧아진다. 전날 짐에 내려가 좀 움직여서인지 근육통도 있고 해 아침 운동은 스킵하기로. (이런 결정은 참 쉽다 ㅋㅋ)
늦은 아침은.. 알리오 올리오 당첨.
K씨가 이렇게 저렇게 시도하고 있는 알리오 올리오. 면은 아주 맛있게 삶겼는데 부숴놓은 레드페퍼를 마늘과 함께 볶았더니 입자가 작아서 그런지 좀 타고 완전.. 매웠다. 다음번엔 레드페퍼는 나중에 넣을 거라고. 오늘도 K씨의 알리오 올리오는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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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씨가 잠시 회사에 들러야 한다길래 일단 함께 나옴. 미리 예보를 검색해보니 일요일은 날씨도 좋고 해서 영화를 보러 갈까 하이킹을 하러 갈까 이것저것 계획을 세웠는데, 정작 나가니 몸이 좀 으슬으슬하면서 머리도 아프고 해서 일찍 들어가고 싶어졌다. 오는 길에 있는 작은 타운에서 햇살 받으며 잠깐 걷고 장을 봐서 돌아옴. 한국장에서는 상당히 비싸게 파는 찜용 갈비를 캐네디언 가게에서 스튜용으로 포장해 저렴하게 팔고 있길래 사와서 K씨가 갈비찜을 만들었다. 약식으로 양파와 당근을 넣고 시판용 양념을 부어서. 나는 옆에서 에다마메를 데쳐서 까고 브로콜리 밑둥을 썰어 넣는 등 재료와 샐러드 담당.
샐러드는 케일을 잘게 썰어 살짝 데치고 키노아, 오이, 피망 (원래는 빨강 파프리카를 써야하는데 없었다), 적양파, 아보카도에 페타 치즈를 조금 얹고 겨자, 올리브유, 레몬즙을 섞은 드레싱을 섞은 것. 조합이 꽤 잘 어울렸다.
레시피: http://allrecipes.com/Recipe/Kale-Quinoa-and-Avocado-Salad-with-Lemon-Dijon-Vinaigrette/Detail.aspx?evt19=1&referringHubId=17250
그렇게 준비된 어제의 저녁.
요즘 밥은 쌀과 귀리를 2:1 정도의 비율로 섞어서 하는데 괜찮은 것 같다. 식이 섬유소도 많아서 좋을 거고. 사실 요즘은 한식을 잘 안 먹어서 밥을 일주일에 한두번 정도나 먹을까 싶다. 동생은 걱정하지만 사실 우리가 주로 먹는 일반적인 한식은 염분과 탄수화물 함량이 높아서 그다지 건강에 좋을 것 같진 않다.김치 평생 안 먹고 빵만 먹은 여기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건강하게 장수하시니 뭐. (반전은.. 동생은 한식만 먹는데 완전 건강식으로 먹음 – 나물 반찬 중심) 일부러 한식을 안 먹는 건 아니고, 내가 요리하기가 싫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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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국정공휴일은 아니지만 학교가 닫아서 쉬는 날. K씨는 아침 먹고 출근하고, 나는 집에서 조용히 보낼 생각이다. 토요일에 청소는 해두었지만 돌아서면 여기저기 치울 곳이 보이는데, (냉장고도 꾸준히 더러워지고, 창틀도 꾸준히 더러워지고.. 리스트는 이어진다) 오늘은 그냥 다 무시하고 책도 읽고 이렇게 글도 쓰고 그러기로 했다. 텃밭도 토요일에 가서 거름도 섞어두고 삽질도 하고 왔으니 오늘은 쉬고.
뭐든지 적당히 적당히 하는 것이 내 정신 건강에 좋은 것 같다. 집은 꾸준히 더러워지니까 구석구석 깨끗하게 치워두면 마음은 가벼워지지만, 또 너무 집안 일만 하면 허무해진다. 적당히 적당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