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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바쁘게 – 10월

우리집 바닥 청소는 룸바가 95%, 스틱 청소기가 5% 정도를 담당. 룸바 돌리는 날 아침에는 의자 등 룸바가 걸릴 만한 가구들을 치워줘야 한다.
침실에 있는 내 책상과 침대 사이에 있는 의자를 치울 때 좁아서 책상에 자꾸 흠집이 나길래, 이 참에 아예 책상 위치를 바꿔 버렸다.


침대 발치로 옮겨진 책상.


원래 책상이 있던 자리에는 책도 보고 쉴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 의자는 십년도 전에 Ikea 밤 세일(이란 것이 있었다)에 가봤다가 사람들이 너무 많아 나오면서 입구에서 산 것, 쿠션은 지난 여름에 동생과 쇼핑한 것. 발치에 있는 큰 쿠션들은 원래 소파 쿠션인데, 10년 정도 썼더니 해어져서 천갈이를 한 후 바닥 쿠션으로 만들었다.
이것저것 잡동사니라 서로 잘 안 어울리지만.. 그래도 앉아있으면 나름 안락해서 기분이 좋다. 큼직한 안락의자를 놓고 싶은 생각도 있지만, 걸핏하면 집안 살림들을 옮겨대는 취미가 있어서 그런지 덩치가 큰 것들은 덜컥 들이기가 부담스러움.
그나저나 K씨 발이 출연하여 주셨습니다.


D의 생일이라 D가 좋아한다는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기로. 밴쿠버에서 가장 잘한다는 타이 식당인데 이번에 처음 가 봄. 가기 전에 홈페이지 메뉴를 훑어봤더니 채식 메뉴가 없어?! (D는 채식주의자임.) 뭐 본인이 먹는 메뉴가 있겠지 하고는 그냥 갔다.

예쁜 등도 켜주시고…

그러나 아는 메뉴는 개뿔… 채식으로 선택할 수 있는 요리가 하나도 없었음. 유일하게 가능했던 것이 원래 액젓으로 맛을 내는 것이 정석인 팟타이의 채식 버전이었다.

아니 도대체 왜 이 식당에 오자고 한거야…;; 작년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좋아하셔서 가족 모임 때 종종 왔다는데 그게 좋았나 봄.


뒤에 보이는 것이 D가 주문한 가짜 팟타이. 그리고 내가 주문한 대구 튀김 요리. 맛있었는데 좀 짰다.


K씨가 주문한 돼지고기와 시금치를 볶은 요리. 이것도 맛있었으나 짰다…

D야 다음 생일엔 채식 식당에 가도록 하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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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은 식당 옆옆집은 내가 밴쿠버에서 가장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집. 아이스크림도 맛있지만 직접 구운 와플콘이 진짜 맛있다.


열심히 와플콘을 굽고 계심.


행복함. 근데 너무 추웠다 ㅠㅠㅠㅠ


아이스크림을 먹고는 또 이웃집인 레코드 가게에서 한참 동안 놀았음.

D를 만나면 수다도 한참 떨고 그러는데, 이 날은 몸이 좀 안 좋아서.. 춥고 피곤해서 일찍 헤어져서 집에 오자마자 씻고 기절.



가방에 매달고 다니던 토끼는 자꾸 탈출해서 잃어버릴까봐 차에 달았다. 수퍼맨 자세가 되어서 재미나다. 특히 이렇게 어두운 주차장같은 곳에 있을 때 ㅎㅎ



여름이 지난 후부터 다시 여름이 올 때까지 노상 신고 다니는 신발. 최근에 K씨도 같은 걸로 한켤레 마련해서 어쩌다 보니 커플 신발?! ㅋㅋ


지난 토요일, 직장에서 응급처치 교육이 있어서 참가. 사실 쓸 일은 없겠지만 (학교에서 응급 상황이 생기면 상주하는 보안회사 직원들을 부르게 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교육을 받아본 것이 오래 전이라 환기 차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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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는 현직 소방관. 응급 상황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듣는 이런 교육은 아무래도 긴장 된다. 조만간 구급상자를 집에 하나 준비해 둬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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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마치고 온 저녁, 생선과 감자 저녁


일요일엔 간만에 집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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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오믈렛으로 아침을 먹고
여유 있게 커피도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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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서 장을 봐 온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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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따스한 창가에서 책을 읽다가 기분이 좋아져 맥주도 한 잔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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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배달해준 요시다 아키미의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요즘 천천히 읽고 있는데, 너무 좋다. 대화들이 정말 주옥같음.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영화화하기도 해서 작년 밴쿠버 영화제에서 상영할 때도 정말 좋게 봤다.
가족 관계/혈연 관계를 초월한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영화들에도 그런 이야기가 많고, 이 만화책도 그렇고. D에게 선물했던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 첫번째 소설도 그런 부분이 좋았었다. 참, 요즘 질투의 화신이란 드라마를 가끔 보고 있는데, 전통적인 가족상을 가볍게 무시하는 내용들이 자주 등장해서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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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오전에 장봐온 오징어 볶음. 한국에서 급속냉동해서 가져왔다고 방송을 하고 있었다. 오징어는 손질하기 귀찮아서인가 잘 사게 되지 않는 식재료인데 상태도 좋고 해서, 질좋은 단백질 재료 한 번 먹어보자 생각해서 구입. 인터넷을 찾아 손질을 해보니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껍질은 종이타월로 문지르면 잘 벗겨짐. (그런데 K씨 말로는 작년 즈음에 내가 종이타월로 오징어 껍질을 한 번 벗겼다고 한다…) 손질은 내가, 요리는 K씨가.


월요일에는 학교에서 강연을 들었다. 강연이 저녁때라 K씨가 학교쪽으로 와서 주변 중국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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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산물 수타 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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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면

맛은 무난. 식당이 별로면 이름 기록 안 해두는데 K씨가 한 번 정도는 더 와보자 하네. 그런데 조미료의 폭격에 목도 마르고 밤에 몸이 좀 가려워서 힘들었어서 또 갈지는 잘 모르겠음.


K씨는 집에 가고 나는 회사 런치룸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신 후 강연 들으러.

강연자는 한국에도 여러권 책이 출판된 책의 저자 Stanley Coren으로, 학생들 지원 및 동물보호협회의 주인없는 개들 치료비 기금 마련차 ‘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주제로 특강을 했다. 이미 은퇴한 지 꽤 된 분이고, 나도 동물 관련 기사를 자주 읽는 편이라 아주 새로운 얘기들은 없었지만, 각종 동영상들도 많이 준비해오시고 여러모로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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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한 개들 리스트에 당당 최하위 10위권에 든 개들 얘기하면서 본인 개 비글 얘기할 때 다 빵 터짐 ㅋㅋㅋ
비비 생각나네 ㅎ


9월 10월이 되면 날씨도 급변하고 여러가지로 마음도 힘들다. 일부러 여러 가지 계획들을 잡아서 바쁘게 지내려 노력하고 있는데.. 생각만큼 몸이 안 따라주네.
그동안 운동도 꾸준히 했는데 날이 차가워지니 어김없이 좌골신경통이 도지고 또 잠을 못 이루는 날들도 많았고. 호르몬의 장난질인 것 같아서 짜증이 좀 나지만, 부정적인 생각하지 않고, 최대한 많이 자고, 최대한 맛있는 것들 찾아먹고, 또 요가도 열심히 가고 하면서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다.
살면서 이렇게 내 마음의 평안에 집중한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은데, 해보니 그럭저럭 괜찮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