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선이 있던 지난 5월 9일, 내가 사는 BC주에서도 지방선거가 있었다. 지역구마다 각 당에서 후보가 나오고, 가장 많이 선출된 당의 대표가 주정부 수상 (Premier)이 된다.
BC는 2000년대 들면서부터 Liberal이 계속 권력을 잡았었는데, BC의 Liberal은 다른 주에 비해 보수적인 편이라고 한다. 연방정부에서는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Conservatives가 BC에는 없는 이유도 아마 Liberal이 충분히 보수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민 후 내가 경험한 캐네디언 사회는 변화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권이 바뀌기를 바란 사람이 많았는지, 많은 선거구에서 치열한 접전이 있었다. 어떤 지역구에서는 부재자 투표를 합산하기 전 당일 표차가 단 9표로 마감되기도 했다.
몇 번의 재검표를 거쳐 엊그제 발표된 최종 결과는, Liberal 43석, NDP 41석, 그리고 Green이 3석이다. 현 수상은 자리를 지키겠지만, 44석 이상이 되어야 과반을 차지하기 때문에 다가올 임기는 아주 흥미로울 것으로 보인다. 한 명이라도 결석을 할 경우 의결 내용이 뒤집힐 사안들도 많을 거고, 아주 작은 정당이었던 Green이 매 사안마다 누구의 손을 들어줄 지도 중요하게 되었다.
투표권을 행사한지는 꽤 되었지만, 그 동안 내가 살고 있는 나라의 정치에 대해서 한국 정치보다 관심을 덜 가지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캐나다 역사를 잘 모르니 뉴스를 읽어도 가치 판단이 어려워 그냥 외면해 버린 적도 많았고, 또 당장 내 삶이 크게 불편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러나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여기 정치판도 한국 못지 않게 지저분한 것 같다. 능동적으로 개입하고 감시하는 게 필요하다. 라고 잠시 결심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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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에 출마한 한국계 후보가 두 명인 것 같은데, 둘 다 당선되지는 않았다. 한국인 커뮤니티를 접할 일이 없어 한국인들 대상 선거운동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가끔씩 여기저기에서 한국인 후보 뽑자는 얘길 들으면 한숨이 나온다. 정당과 정책을 보고 뽑아야지, 무조건 한국인이라서 뽑는 것이 TK의 빨간색 지도를 만든 사람들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