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K씨가 광고쪽 일을 하는 선배와 통화를 하다가, 요즘엔 예전처럼 이미지로 마케팅을 하는 시대가 아니어서 광고 만들기가 많이 힘들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도시를 활보하는 김민준만 보고 통신사를 선택하던 때가 있었지…)
영화도 예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선택하게 되는 것 같다. 예전에는 제작진과 배우 등을 보고 선택하는 일이 많았다면 요즘엔 일단 평을 보고, 그 평을 하는 사람의 취향과 내 취향을 비교해서 선택하게 된다. 영화제 수상작을 찾아볼 때도 있는데, 나 같은 경우 Sundance 영화제 수상작들이 좋았던 경우가 많았음. Oscar 수상작들은 그리 취향에 맞지는 않지만, 이래저래 구하기가 쉬워서 요즘 많이 보게 되었고.
Moonlight (2016)
올해 초인가 작년 말쯤에 친구 O의 강력 추천으로 보게 되었는데 상당히 귀엽다는 느낌을 받았다. Oscar 작품상 수상까지 한 것은 의외였지만. 그래도 수상식 마지막 작은 소동은 퍽 재미있었다.
La La Land (2016)
크리스마스 날 보러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극장의 음질이 별로여서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 앞으로 음악/음향이 중요한 영화는 꼭 사운드시스템을 잘 갖춰둔 극장에 가서 봐야겠다.
이 감독은 예술과 연애는 양립할 수 없다고 믿는 것 같다. 어쨌거나 음악은 좋았지만 무려 LA가 배경인데 백인들만 보여서 조금 놀라웠던 영화.
Arrival (2016)
다 떠나서 영화 속 외계인들의 문자체계와 시간 개념 사이의 상상력이 아주 아름답게 형상화되어서 그것만으로도 볼 만한 영화였다고 생각. 그렇지만 문제가 해결되는 방식은 한없이 나이브했다.
너의 이름은 (2016)
웬일로 동네 극장에서 며칠 동안 특별 상영을 했다. 성차별적인 요소가 많은 영화라는 걸 이미 알고 영화를 보러 가서 그 점은 감안했고, 시간을 초월하는 등 판타지가 들어간 영화를 좋아해서인지 기대보다는 재밌었다. 근데 요즘 보는 일본 소설들 영화들 왜 이렇게 감상적인 장면이 많나 몰라.
Manchester by the Sea (2016)
근래 본 영화 중에서는 가장 좋았다. 아주 슬픈 이야기인데 그래도 작은 희망이 보인다.
보면서 뭔가 계속 찜찜한 게 있었는데.. 그게 케이시 애플렉의 성폭력 논란 때문인가 싶었다. 그런데 나중에 필름클럽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영화 전체의 여성 캐릭터들의 묘사가 일관적으로 부정적인 데서 온 찜찜함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걸 스스로 감지하지 못 했음에 좀 놀람. 그 점을 제외하고는, 영화는 좋았다 ㅎ
Logan (2016)
히어로물들이 지겨울 정도로 나오더니 이런 식으로 가지를 칠 수도 있구나. 영화는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폭력 묘사가 너무 너무 많아서 나중엔 좀 심하다 싶었다. 달리 18금이 아니었음.
Hidden Figures (2017)
기분 좋게 볼 수 있는 성공담 영화. 얼핏 흑인/여성 투쟁 영화로 비춰질 수 있지만 그냥 각자 어릴 때부터 비범했거나 노력을 많이 해서 얻어낸 개인적 성과들이다.
Guardians of the Galaxy 2 (2017)
전편을 무척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기대를 많이 했는데 그만큼 재미있진 않았다. (그래도 볼 만은 하다.) 전편에서 호평을 받았던 부분들을 너무 오버하고 반복해서 조금 질린다. Groot의 귀여움도 그 중 하나였는데, 사실 Groot은 너무 귀엽기 때문에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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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영화 보고 나서 김혜리의 필름 클럽 팟캐스트 듣는 것도 재미남. 나와는 영화 취향이 상당히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친구들이랑 영화보고 수다떠는 느낌이라 좋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