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가 날 박사로 만들어줄 셈인가…

딸기 뇨수치가 만성적으로 높은 것 같아 지난 토요일 휴일엔 모처럼 자리잡고 앉아 방광염에 대한 책도 좀 읽고 했는데, 저녁때 예기치 못한 사고 발생.

저녁 잘 먹고 셋이 나가 산책 잘 하고 목욕시키고 잘 있다가 갑자기 딸기가 소파에서 떨어져 비명을 질렀다. 몇년전 다리다친 이후로 가급적 소파에서 뛰어내리지 못하게 하고 있었는데 그 날 따라 잠깐 한 눈 판 사이에 그런 일이 벌어졌다. 뛰어내리다 다친건지 떨어진 건지 어딜 부딪힌 건지를 못 봤다. 만일을 대비해 뛰어내리는 지점에 항상 쿠션을 놓아두곤 했었는데 또 그 날 따라 쿠션을 빨려고 다 치워두고… 왜 그랬을까.. 쿠션 따위 더럽게 쓸 걸. ㅠㅠ


여기 저기 만져보고 조금 걷게 해보고 하는데 뭔가 많이 불편해 하는 것 같다. 다리를 들거나 하지는 않는데 다리에 힘이 없고 부들부들 떤다. 안아주려 들 때 깽깽거리기도 하고… 계속 웅크리고만 있다. 침통한 분위기에서 나는 인터넷으로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K씨는 책을 찾아보고..


일요일 아침 일찍 빗 속을 뚫고 나가 동종약 Arnica 30C를 사왔다. 동종요법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독감약 한 번 사먹은 거 뿐이지만, 여러가지 검색해보니 Arnica가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갔다왔더니 왔냐면서 일어나 앉는다. 전날 밤보다는 조금 안정된 모습. 비가 와서 어둑한 방.


일단 아침 9시경에 30C 세알 먹이고, 10시경 계란이랑 밥 좀 비벼서 방광염에 쓰는 허브랑 먹이고. 밥은 잘 먹었다. 그리고는 잔다. 1시반 쯤 세알을 더 먹이고, 2시쯤 밥을 조금 더 주는데 먹으면서 작은 신음소리를 낸다. 움직이거나 뭘 먹으면서 계속. 걱정됨. 먹다가 좀 안 좋은지 약간 남긴다. 배변을 해야하지 않을까 해서 데리고 나갔는데 방금 먹은 걸 다 토한다. 하얀 거품과 함께.

비도 오고 추워서인지 아파서인지 도통 걸으려고 하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집에 데려와 일단 쉬게 한다. 웅크리고도 계속 작은 신음소리를 낸다. 어디 장기가 상한 건지, 척추가 상한 건지… 걸을 수는 있는데 힘들어보이고…

낮부터 저녁때까지는 아무 것도 주지 않고, 저녁 때 황태랑 황기 몇조각 넣어 국물을 내서 몇시간 간격으로 조금씩 마시게 했다. 다행인 건 잘 받아먹어 준다는 것. 마시면서도 작은 신음 소리를 계속 낸다. 물만 주니 소변은 많이 본다. 소변 잘 보는 건 일단 다행.

아직 식욕은 있어서 저녁때 밥달라고 따라다닌다. 고맙다 ㅠㅠ



낮에 토한 것과 관련이 있나 해서 밤 9시 경에 Arnica 30C 두알만 먹인다. 동종약품은 먹이기 전후 15분은 아무 음식도 주지 않아야 한다고 한다. 10시쯤 황태국물 마지막으로 한번 더 먹이고 재운다. 조금 편해보이긴 한다.

K씨랑 똥꼬스키 안 탔으면 하고 그렇게 바랬는데 이런 식으로 안 타게 되나 하는 자조섞인 농담.
(근데 새벽 네시쯤 막 가려워 몸을 뒤틀면서 똥꼬스키 탔다. ㅠㅠㅠㅠ 척추가 어떻게 되진 않았나 보다.)

월요일 아침. 자면서 조금씩 끙끙거린다. 8시쯤 Arnica 30C 두알 더 먹인다. 움직이는 건 조금 편해진 듯. 9시쯤 북어국물에 단호박 찐 거 조금 넣어 줘본다,  




먹긴 잘 먹는데… 아직 끙끙대네. 19초쯤부터 끙끙.

이런 응급 상황에 대비해서 동종요법 공부를 좀 시작해야겠다. 이번엔 잘 알려진 약이 있어 써보긴 했지만.. 동종요법이 워낙 어렵다고 해서 아예 엄두도 안 내고 있었는데… 딸기가 나를 박사로 만들어줄 셈인가… 으휴.

10 thoughts on “얘가 날 박사로 만들어줄 셈인가…

  1. 트니맘

    아이공 딸기야 엄마 심장 쪼그라들겠다 이긍..
    지금은 좀 괜찮은가요?
    애 아프면 거기에 관한거 급히(?)공부하게 되고 머리에 팍팍 입력되고
    저도 그래요.
    근데 이 와중에 이런걸 느낄때가 아닌데 딸기는 끙끙 앓는 소리도 이쁘게도
    낸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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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딸기맘

      음.. 아직 좀 그래요. 병원 가봐야할 듯.
      정말 왜 인생이 끝까지 벼락치기냐구요.. 요즘 본의아니게 열공부 중. 아 피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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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마리솔

    딸기맘님, 외상입었을 때 아르니카 알약도 좋고 연고도 바르면 효과 정말 좋아요.
    저 툭하면 계단에서 굴러 온몸이 멍투성이인데 그거 바르면 멍도 별로 안들고
    욱씬거리는 것도 금방 사라지더라구요.
    딸기야, 조심조심구 얼렁 나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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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바람

    꼭 먼 일 생길라면 글터라구요.
    하필 쿠션 없을때 뛰셔가지구선..에긍…
    아파도 눈은 초롱초롱 총기가 가득이에요.
    언능 낫자 딸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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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polymam

    아이궁 ㅠ.ㅠ 딸기 좀 어떤가유….ㅠ.ㅠ
    낑낑 한다니 넘 걱정되네요… (아르니카 마사지오일(벨레다)도 바르면 갠춘하던데..)
    나같음 벌써 초조해서 병원으로 뛰어갔을…ㅠ.ㅠ (애가 평소랑 다르면 머리속이 하얘지는 새가슴이라..)
    딸기야~~ 이모가 기도할께 얼렁 나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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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딸기맘

      병원 갔었쥬.. ㅎㅎ 하루 지나도 계속 끙끙대길래 예약해서 수요일에 갔는데.. (병원 바쁘더라구요;;) 병원 가서 친구들 만나더니 급 흥분해서 안 아픈 애 같았음;;;
      다행히 관절들은 다 괜찮은데 근육이 놀랬거나 아님 척추 신경손상 또는 디스크일 가능성이 있다고 하네요. 일단은 근육이완제 먹이면서 지켜보고 있어요. 계속 아파하면 병원에 다시 가서 엑스레이 찍어야 할 것 같아요. 지금은 다행히 계속적인 신음소리는 안 내는데 움직일 때 한숨처럼 끄으응.. 거리는 것이… 나이 탓인가. 그래도 밥 잘 먹으니 뭐 괜찮겠지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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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금봉네

    이걸 먼저 봤어야하는구나…
    소파에 어케 떨어졌길래…
    요키들은 워낙 가녀려서 어서 떨어지면 충격이 꽤 있을 거 같더라구요…
    그래도 맨 바닥도 아니고 카펫이 깔려 있었을텐데도 충격이 꽤 있었나…아님 떨어지는 자세가 이상했던 건가…
    (참 딸기만 그렇잖아도 이 궁리 저 궁리일텐데 이렇게 여러 가설까지 보탤거야 없는 거지요… ^^;;)
    암튼, 별 일 되지 않고 잘 마무리 되길 바래요~
    (글고… 딸기 덕분에 엄마 동종요법 박사되서 이웃들 덕좀 봅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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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딸기맘

      지금도 삐걱삐걱거리는 것 같긴 해요.. 관절마다 소리도 나고.. 여기저기 조금씩 노화가 시작되는 건지.. ㅠㅠ
      동종요법은 ㅋㅋ 흥미로운 것 같긴 해요. 조금씩 공부해보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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