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행 day 11, 12

목요일

이 날은 K씨와 전주에서 만나기로 한 날. 잠깐 다녀올 수 있는 여행지로 어디가 좋을까 하다가 맛난 것이 많은 전주로 결정. 각자 고속버스/시외버스를 타고 전주 터미널에서 만났다. 한옥마을로 가는 버스를 탔는데 반대방향 걸 타는 바람에 돌아오면서 일단 전주시청 부근 한식 백반집에 내려 점심.

이 멋진 식사가 고작 6천원… 반찬 하나하나가 다 맛있었다. 

짜지 않고 담백해서 반찬을 남기지 않고 다 먹을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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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마을 초입부터는 딸기 여사가 이끄시는 대로…

날씨가 너무너무 좋아서 딸기도 열심히 걸었다.

한옥마을은 생활 공간이라기보다는 테마파크 같았다.

예쁘게 꾸며져 있어서 눈은 즐거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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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씨가 차를 한 잔 하자고 해서…

보글보글 끓는 채 나온 뜨거운 쌍화탕…

그리고 나는 모과차.

자리잡자마자 자기집 안방인 양 주인 아주머니께 호통을 치고 주책을 떨던 딸기도 편안하게 해바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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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전 구경.

태조 이성계의 초상화를 모신 사당이라고.

(초상화를 보관하기 위해 사당을 짓고 제사를 지내는 게 이상한 건 나 뿐임?)

운치있는 아담한 대나무 숲.

제사를 지내기 위한 우물도 귀여운 담장 안에.

(물동이 지고 왔다갔다 할 무수리가 고생했겠다는 생각이.. 나 전생에 무수리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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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전 맞은편 전동성당.

천주교 신자가 유교식 장례를 치르지 않았다는 죄목으로 순교당한 곳이란다.

참 사람들 오지랖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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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숙소에서 묵고 싶었으나 딸기 때문에 될까 하다가 그래도 한 곳에 들어가 물어봤더니 혼자 두거나 하지 않으면 된다고 하시네. 감사.

작은 마당과 장독대가 놓인 예쁜 한옥집. 80년 된 집이지만 화장실 등은 다 신식이라 불편하진 않았다. 

방도 따뜻했고..

꽃망울이 움트는 봄.

우리가 묵은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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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대강 내려놓고 저녁으로 비빔밥을 먹으러 갔다.

놋쇠 비빔밥과 돌솥 비빔밥을 주문했는데 놋쇠 비빔밥이 더 맛있었다. 

이집 비빔밥은 재료의 맛이 서로 섞이는 걸 방지하기 위해 달걀을 넣지 않는다고 하네? 비빔밥이 거기서 거기지 했는데 재료 하나하나의 맛이 살아있어 새삼 비빔밥이란 맛있는 음식이었구나 하고 느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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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먹고 소화도 시킬 겸 언덕 위 오목대에 올라갔다.

태조 이성계가 승전을 축하하기 위해 저기 일가를 모아놓고 잔치를 벌였다고 한다. 

(저 언덕 꼭대기까지 음식 해 나르느라 힘들었을 하인들은 어쩌라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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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에서 보는 야경은 그래도 멋지구나. 

오목대에서 다른 길로 내려오면 다시 경기전과 전동성당쪽으로 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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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쉴 시간. 

들어오면서 사온 막걸리와 모주. 

K씨가 막걸리를 사길래 나는 머리아픈 막걸리는 안 먹겠다고 호언장담해 놓고서는 검은 콩의 고소한 맛에 푹 빠져 홀랑 다 마셔버림? (전주 검은콩 막걸리 강추!) 모주는 어머니 ‘모’주인데, 술마시고 들어온 아들 해장해주려 각종 한약재를 넣고 알콜도수는 아주아주 낮은 해장술이란다. 결국 남겨서 아침에 K씨가 해장술로 마심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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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여전히 새나라의 어린이 모드로 6시 전부터 일어나 커피를 마시기 위해 밖으로 살금 나왔다. 

이번에 가서 가장 관광객임을 체감한 시간이었는데, 보통 7시 이전에 여는 이곳의 커피집들과는 달리 한국의 커피집들은 대부분 11시 이후에나 문을 연다. (대신 밤 늦게까지 영업하는 듯..) 커피는 아침에 마시는 거 아니었음? 

그 많은 찻집들 중 연 곳이 하나도 없어 결국 한옥마을 편의점까지 오게 되었다. 

그래도 끄레마는 제대로임. 

(맛은 그저 그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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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는 달리 구름낀 아침의 마당… 

아주머니께서 분주히 식사 준비를 하신다. 여기 장독에서 뭐도 막 꺼내시고..

(딸기가 또 짖고 주책을 떨어 자세히 보지는 못 함 ㅠㅠ)

유기농 채소 반찬들과 조기, 된장국의 정갈한 아침식사.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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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먹고 다시 관광객 모드로..

아침 운동 겸 언덕에도 다시 오르고 향교에도 가보고…

향교 앞에서 만난 멍멍이. 

보기보다 붙임성이 좋아 우리에게 인사도 하고 춥다고 가방에 숨은 딸기 냄새도 맡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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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시장 구경도 잠깐.

저런 수납장들과 작은 책상이 너무 예뻐서 미친척하고 사올까 했으나 K씨의 저지로 실패. (흥!) 

시장 앞 제과점에서 산 초코파이. 안에 든 크림과 파이의 진한 초콜렛맛이 어우러져 상당히 맛있었다. 

감명받아 가족들 선물로 바리바리 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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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해서 실내에서 할 수 있는 걸 찾다가…

사상체질 진단 및 한방 족욕.

사상체질 진단하는데 우리가 하도 찧고 까불어서 (서로 니 성향은 그게 아니라고 쓸데없이 우김) 거기 일하시는 분한테 좀 민망했음. 결국 의심스런 결과가 나와 체질에 맞는지 안 맞는지 모르겠는 약재를 물에 풀고 발 담그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기분이 좋아져서 깜짝 놀랐음. 몸도 따끈해지고… 족욕은 참 좋은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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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든든히 먹어 배는 별로 안 고팠지만 그래도 점심을 먹고 가야지 싶어 전주 콩나물국과 유명하다는 칼국수집 중 고민하다가 칼국수 당첨. (콩나물국밥은 먹어봤어서..) 

들깨를 듬뿍 넣은 칼국수 국물은 일품이었는데 면이 아쉬웠음. 

칼국수 면이 아님..;; 

만두도 맛있고..

이렇게 먹고 나서도 비가 많이 내려 예정보다 일찍 헤어져 서울로 청주로 돌아왔다. 

 

2 thoughts on “한국여행 day 11, 12

  1. 폴리맘

    ㅋㅋ무심코 나도 무수리와 하인들에게 감정이입되는건 뭔지??? 전생이 아니구 현생이 무수리라서 긍가;;;
    낮은 한옥집들의 색채와 정갈함이 참 아름답다고 생각이 드네요. 먹빛 기와색이 참 멋지다능…
    한옥에 살고싶은 로망이 엄청 있었으나 몇해전 한옥마을 코딱지만한 집값도 장난아니라는 걸 알고는 모두 내려놨음ㅋㅋ 상상초월 정말 양반이나 살 수 있는 가격대임 ㅋㅋ
    멋진 한옥집 숙박에 조식!! 것도 딸기와 동반입실! 멋져요! ㅎㅎㅎ(딸기니까 가능)
    세식구 모두 즐거운 여행이었을듯~~~ (아효…손만듀사진에 정신이 막 혼미해짐 ㅠ.ㅠ 츱….)

    Reply
    1. 딸기맘

      그럼 전 전생도 현생도..? 크윽 ㅋㅋㅋ

      한옥이 예쁘고 마당도 넘 좋고 ㅁ 자 구조도 넘 좋고 한데 또 살면 아쉬운 점도 있을 거예요.. (밤에 화장실 가려니 춥고 불편해!!! 뭐 이런? ㅋㅋ)
      한옥이 인기있어지면서 집값이 비싸진 건가요 아님 원래 비쌌나요..? 뭐 마당이 있으니.. 쩝.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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