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6일 화요일, 17일 수요일

화요일은 날이 맑았다. 마침 K씨도 오전에 여유가 있어 세식구가 잠깐 산책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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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력이 딸려 오래 들고있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다리를 한쪽 들고 응가하는 딸기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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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만의 시그니쳐 응가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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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러갔더니 드디어 펌킨 파이가 나왔다. 펌킨 파이는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 가족모임 후식으로 많이들 먹는다. 나는 펌킨파이를 무척 좋아해서 사서 요맘때쯤 자주 보이면 조각으로 잘라 냉동해두었다가 하나씩 먹곤 한다. 이번엔 너무 크다 싶어서 사무실에 가져가서 동료들과 나눠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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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요 근래 워낙 안 좋았던 딸기 컨디션이 더 안 좋아졌다. 양고기, 청어 다 거부하고 계란만 먹었는데 이 날은 계란도 조금 먹다가 만다. 이를 닦아주려고 보니 입 안이 난리가 났다. 이틀 전부터 피가 좀 난다 싶었는데 뺨 안쪽도 다 헐고 앞니도 흔들리고 입술 양쪽이 헐어서 늘어져있다. 매일 프로폴리스로 닦아주는데 왜 이러지.. 눈도 며칠전부터 상태가 안 좋았는데 입의 염증과 관련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아침에 밥을 먹으려고 하는데도 어딘가 아파서 못먹는 딸기의 모습을 생각하니 출근하면서 자꾸 눈물이 났다. 자연스러운 노화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려고 하는데 그래도 가여운 건 어쩔 수 없다. 출근해서도 계속 눈물이 나서 동료들을 긴장시키는 실례를.. (다들 큰 일 난 줄 알았나보다. 딸기 아직 멀쩡한데.)

마음을 다잡고 밥도 먹고 (아침엔 입맛이 하나도 없더니 마음을 다잡으니 급 배가 고파짐;) 점심 시간엔 산책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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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에서 매일같이 열심히 돌아다니며 먹을 것을 찾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오리랑 거위들을 보면 웬지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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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때도 딸기는 잘 못 먹었다. 계란을 물과 함께 갈아줬는데 앞니가 그릇에 부딪히면 아픈건지 좀 먹다 만다. 보통 밥과 함께 주는 약이니 허브들도 남긴 밥과 함께 다 버리고 있다. 아무래도 병원에 가봐야할 것 같다. 그래도 먹으려는 의지는 있어서 사과를 주니 잘 받아먹는다. 어금니는 아직 괜찮은가보다. 사과와 수박은 사각사각 씹어서 잘 먹는다. K씨는 입이 아파서 뭔가 상큼한 게 땡기는 것 같다고. 뭐든 먹어주면 고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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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닦고 프로폴리스 용액 면봉에 묻혀 입안 닦아주고 (다 헐어서 난리임 ㅠㅠ) 눈도 닦아주고 (눈꼽으로 눈이 붙는 일이 다반사 ㅠㅠ) 엊그제 응가싸고 밀어서 상처낸 피부도 알콜로 닦아주고 한바탕 처치를 마친 후 기진맥진 잠든 딸기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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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도 빛나는 미모는 어쩔 수가 없구나 ㅎ

2 thoughts on “9월 16일 화요일, 17일 수요일

  1. 트니맘

    긍까요. 저 미모 우짤겨!^^
    에휴.. 저 요즘 너무 무서워요.
    (위로는 못해줄망정 어디다 대고 징징이냐;;;)
    폴리 아프다지 딸기 컨디션 안좋지.
    그래도 폴리가 잘 지내고 있어서 마음이 한결 기뻐졌는데
    딸구보니 또 서글프네.ㅠ
    아프지말고 오래살아야한다 알았제?딸기야 이모가 부탁하마.
    그리고 먼…먼 훗날 무지개 다리넘어 이사가는 날에는
    혼자가면 안된다. 언니오빠 다 있을때 가야되는거 니도 알제?
    이것도 이모가 믿고 있을게.

    그나저나 저것이 파이군요.나는 떡볶이 국물인줄.ㅋㅋㅋ;

    동료들이 걱정해주는 그런 분위기에 직장에서 일하는것도 참 복이에요.그쵸?
    긍정적인 생각, 좋은 생각 많이 하면서 마음 컨트롤 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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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na Post author

      저도 무서워요 ㅎㅎ 무서운 게 당연하겠죠. 하지만 의연하게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나에게도 언젠가 저런 시간이 올테고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일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제 상태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일희일비 – 딸기가 괜찮으면 행복지수 치솟다가 상태 안 좋으면 급 우울.. 이중인격 상태임.
      떠날 때 같이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요즘 또 드는 생각은 어떤 방식이든 딸기 선택이다 싶기도 하고.. 이런 생각 하고 있노라면 딸기는 갈 생각 없는 것 같은데 웬 걱정 하고 픽 웃기도 하구요. 오늘 아침에도 새로 쌀밥 물 많이 잡고 끓여줬는데 제법 받아먹었어요. 아직 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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