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이어즈 파크는 무척 아름답고 하이킹 코스가 좋기도 하지만 일단 집에서 가까운 게 가장 큰 장점인데, 그러다보니 주말 캠핑장 예약이 하늘의 별따기다. 게다가 K씨가 토요일에 근무를 하기 때문에 우리는 주로 토일월 일정으로 가는데, 예약은 보통 금요일부터 다 차있기 일쑤다. 그래도 운좋게 남아있는 사이트가 하나 있어 이번 주는 골든이어즈로.
토요일 아침 일찍 K씨는 출근하고 나는 식량 준비. 이번 캠핑에서는 첫날 저녁으로 소시지 야채볶음과 맥주를 먹기로 해서 소시지와 양파, 당근, 양송이 버섯, 파프리카, 마늘 등을 씻고 다듬어 각각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고 안에 쌓아두고, 이튿날 먹을 음식 재료들도 다 미리 준비해두고. 이렇게 계획을 세우며 하나하나 준비하자면 의외로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서 갑자기 귀찮아지기도 하지만 정작 캠핑장에 가보면 모든 게 맛있고 즐겁기만 하다. 귀찮음이 즐거움을 이기는 때가 어느 순간 오려나..
그러고 있는데 창 밖엔 세찬 빗줄기가 하루종일 멈출 줄을 모르고, K씨는 일이 늦어지고 늦어져서 저녁 아홉시 가까이가 되어서야 퇴근. 그래서 첫날은 그냥 포기하기로 하고 낮에 다듬어둔 야채와 소시지를 볶아 맥주와 함께 집에서 먹었다 ㅋㅋ
.
.
일요일 아침. 너무 늦게 저녁을 먹고 잔 탓으로 아침에 배가 고프지 않아서 커피에 토스트 한 장씩 먹고 집을 나섰다. 가는 길에 일요일에 캠핑장으로 놀러오기로 했던 D도 아예 픽업하고.
시골길을 달리던 중 우리 차 앞으로 갑자기 한 떼의 동물들이 쏟아져나옴?! 농장에서 차를 빼려고 문을 연 참에 안에 있던 녀석들이 우르르 찻길로 나와버렸다.
주인이 몰아보려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녀석들 ㅎㅎ
그 와중에 식사 중.. 외식이 더 맛나다시면서.. ㅎㅎㅎ
.
하루 늦게 도착한 캠핑장은 거의 비어있었다. 거의 모든 사이트에 예약되었다는 푯말이 붙어 있었지만 어제 비가 많이 와서 다들 집으로 돌아간 모양이다.
아침을 부실하게 먹어서 배가 고파지기에 일단 라면을 끓여서 아점을 먹고.. (이 날 먹은 진라면도 여전히 맛이 없었다.) 진라면에 소고기 엑기스가 들어있어서 채식주의자인 D군은 베이글에 땅콩버터와 딸기잼을 발라서 먹었다. D군이 가져온 사과도 먹고.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텐트 칠 준비.
한적한 캠핑장에 집짓는 K씨와 D군.
텐트 설치를 마치고 호수까지 산책. 호수를 바라보며 각자 멍때림.
D는 저 뒷편 바위에 붙어있음.
이번엔 K씨가 간만에 카메라를 챙겼다. 딸기가 간 이후 처음인 듯.
멀리 줄지어 가는 엄마 새와 아기 새들도 찍고..
이끼가 잔뜩 낀 멋진 나무도 찍고..
호수를 보면서 햇볕에 데워진 따뜻한 바위에 앉아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캠핑장으로 돌아와 책을 읽다 K씨는 잠시 낮잠도 자고. 날은 갰지만 그래도 나무 밑에 앉아있으려니 좀 쌀쌀했다.
D의 협찬으로 땔감을 잔뜩 사고…
캠핑장의 키 큰 나무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도 내가 사랑하는 광경.
저녁은 팔라펠 (중동지방의 빈대떡 같은 음식.. 삶은 병아리콩을 향신료랑 으깨서 기름을 넉넉하게 두르고 튀겨낸다. 우리는 물만 섞어 튀기면 되는 인스턴트 사용)을 각종 채소와 랩에 싸서. 채식주의자 D를 배려하기도 했고 우리도 좋아하는 음식이기도 하고. 열심히 먹느라 사진을 못 찍음…
저녁을 다 먹은 후 K씨와 D는 장작을 패고 나는 불을 때기 시작.
배부르게 랩을 먹었음에도 굽고 있는 옥수수들 ㅋㅋ 그리고 D가 가져온 비건 마시멜로. 알고보니 일반 마시멜로엔 동물성 젤라틴이 들어있었더군.
마시멜로를 그닥 좋아하진 않지만 캠핑장에서는 두 개 정도는 먹을 수 있다. D는 옆에서 끊임없이 구워 먹음 ㅋㅋ
이후로는 맥주를 마시면서 조용히 불을 바라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주변 캠핑장들이 거의 비어있어서 조금 큰 볼륨으로 음악을 틀어두고. 쳇 베이커 음악도 들었는데 그게 무척 좋았다고 K씨가 나중에 그러더군.
간간히 얘기를 나누면서 음악을 듣다가 어두워져서 잠자리로. 그때까지도 하늘이 아직 완벽히 캄캄해지지 않아서 별은 몇개만 볼 수 있었다.
.
.
다음 날 아침, 눈뜨자 마자 불을 지폈다.
이번에는 드립 커피 만들 수 있는 준비도 해 갔다.
아침은 커피와 그릴드 치즈 샌드위치. 또 먹느라 사진이 없네 ㅋㅋ 아침 먹고 장작이 다 탈 때까지 각자 가져간 책을 읽으면서 비틀즈 음악을 계속 들었다. 아침의 신선한 공기와 장작 냄새와 비틀즈.. 너무 좋았다.
.
체크아웃 시간이 다 되어서야 캠프 사이트 정리를 하고 하이킹.
누군가가 돌맹이로 이빨을 만들어둠 ㅋㅋ 물테냐..
바위던 나무 등걸이던 보기만 하면 기어올라가는 D.
.
K씨 작품 1
작품 2. 난 이 열매만 보면 마스터 키튼의 독열매 에피소드 생각이 난다.
.
평화로워보이지만 물싸대기(?) 당하는 중
하이킹을 마치고 점심 먹으러 가는 가벼운 발길~
점심은 피크닉 에이리어에서 어제 남은 옥수수와 D군이 가져온 사과에 피넛버터를 발라서. D는 베이글도 먹고 에너지바도 먹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D를 떨궈주고 장을 봐와서 부추전, 군만두, 그리고 콩나물, 오이 등 야채를 잔뜩 넣은 비빔면을 만들어 저녁을 먹었다. 빵만 먹어서 부실했능가봉가. 매운 걸 먹어줘야 개운하구나.
아침의 신선한 공기와 장작 냄새와 비틀즈.. 이 하루끼 돋는(?) 문장이 너무 생생하게 전달되서 마치 말간 아침에 아영씨 옆에 앉아 장작 냄새 맡으며 비틀즈 듣고 있는 줄.. 아 좋다요.
하루끼 돋는 ㅋㅋㅋㅋㅋ 말씀 들으니 또 그렇네요.
그나저나..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회복은 잘 진행되고 있는 건지.. 소식 궁금합니다..
에구 기분 나쁘셨던 건 아니죠? 감성이 확 다가오는 문장이라서, 넘 좋아서 한 말이었는뎅.
그런데 저 아영씨랑 k씨네 갔을 때도 좋은 음악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그래서 K씨가 설명해준 대로는 못 사고 남편이랑 걍 보스로 질렀습니다. 음악이라도 즐기려고요.
근황은.. 네, 블로그에 좀 적어야지 하다가도 잘 안 되네요. 담주에 마침내 내시경 받아요.
내시경 결과가 이상없음이길 바라고 있을께요!
그나저나.. 엥?하고 보니 제가 쓴 “또 그렇네요”라는 한국말 오해의 소지가 있네요 ㅋㅋㅋ “…가 좀 그래”라고 하면 아마 부정적인 의미인 거죠? ㅋㅋ 전 아무 생각없는 ‘인정’의 의미로 한 말입니다 ㅎㅎ 영어도 어렵지만 한국말도 만만치가 않아요 ^^
와 요즘 음악감상 하시고 계시는구나 ㅎㅎ 전 워낙 음악을 폭 좁게 들어서.. 차차 소개해주세요 ^^
헐, 쳇 베이커에 비틀즈에 요즘 인디 음악을 넘나드는 아영씨가 저에게 그런 말씀을 하시면.. ㅋㅋ
그런데 보스 지른 것은 너무나 잘 한 일이예요. 오늘 아침 닐 다이아몬드 들으면서 남편과 좋다, 좋다 몇 번이나 했는지 몰라요. 이것도 좋은데 이른 아침에 숲에서 비틀즈 듣는다면 훠우!~ 기회가 되면 저도 꼭 해보고 싶어요.
아 그런데 캠핑 가서 음악은 어떻게 들으시는 거예요?
뭐 저도 딱 듣는 음악만 들어서 ㅎㅎ 닐 다이아몬드 음악 잘 모르는데 찾아서 들어봐야겠어요.
작지만 들을 만한 bluetooth 스피커가 있어서 (http://ddalgy.com/ana/?p=5587 요기 첫사진 위에 매달려 있는 동그란 게 스피커예요) 폰에 담아간 음악 연결해서 들어요. 에어플레인 모드로 해 두고 음악만 들으면 배터리가 꽤 오래 가거든요.
헛, 닐 영입니다. 닐 다이아몬드가 아니고.. ㅋㅋ
ㅎㅎㅎㅎㅎ 뭐 영 씨나 다이아몬드 씨나 어차피 잘 몰라서 ㅎㅎ
어제 K씨가 옛날 옛적 다이아몬드 씨 노래를 틀어 주어서 들어봤어요 ㅎㅎ 익숙한 멜로디긴 하더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