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지만 K씨는 토요일에 근무하니까 아침 일찍 함께 일어나 아침을 먹는다. 아침은 아보카도 비빔밥이나 계란에 토스트처럼 비몽사몽 간에도 간단하게 준비할 수 있는 것으로.
커피를 좋아하는 나는 아침에 마실 맛있는 커피 생각을 하면 밤에 잘 때 조금 행복한데, 요즘 그렇다. 우리집 길 건너에 작년에 문을 연, 커피를 볶아서 파는 작은 커피집에서 원두를 조금씩 사다가 아침마다 갈아서 마시고 있다.
마트 세일 품목에 따라 한 주의 메뉴를 결정하곤 하는 우리지만, 그러다 보니 커피는 꽤 고급품을 마시고 있다.. 한동안 초콜릿 향이 약간 느껴지는 페루산 유기농 커피를 마셨는데 이번엔 케냐 커피. (원두에 대해 잘 모르므로 커피집 주인분이 볶아 놓은 것 중 권하는 것으로 사곤 한다.) 가끔 내가 우리 너무 고급 커피 마시는 것 아니냐고 하면 K씨는 커피를 마신다는 행위 자체가 어차피 사치라고.. (나의 조바심을 한 방에 날려주는 나의 남편 ㅎ)
심지어 요즘 K씨는 커피를 만들기까지 하게 되었다! (이전에는 나만 커피를 마셨기 때문에 나 혼자 알아서 마시곤 했음). 아침에 남편이 내려주는 커피를 마시고 있다 보면 웬지 호사를 누리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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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하는 날 K씨와 나의 점심은 주로 랩. 전날 저녁으로 먹다 남은 구운 닭, 칠면조 구이, 연어 버거 등의 단백질 한 가지에 아보카도와 다른 야채를 듬뿍 넣고 꾹꾹 말아서 싸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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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씨가 일하는 동안 나는 이북리더와 씨름. 최근 한국 도서관에서 빌린 핑거스미스를 무척 재미있게 읽었는데, 며칠 동안 아이패드로 열중해서 읽었더니 눈이 피로했다. 그래서 전자 종이를 쓰는 이북리더에 한국 도서관용 앱을 깔 수 있는 안드로이드를 설치해 볼까 했던 것. (몇 년 전에 유행했던 건데.. 종종 고민하다가 항상 영어책을 더 읽자는 결론 + 게으름으로 포기.)
그 시간 동안의 삽질을 다 기록하진 않겠지만, 거의 하루치 근무시간만큼 이것저것 씨름을 하다가 마무리. 이해할 수 없는 에러가 계속되다가 이해할 수 없이 갑자기 해결됨. 안드로이드는 포기하고 한글 폰트만 새로 깔았다. 구글북스에서 한글 책을 구매한 후 폰트 변경을 하면 읽을 수 있다. 꼭 읽고 싶은 한글 책이 생기면 일단은 그렇게 보다가 삽질의 추억이 잊혀질 무렵 다시 시도해 보자.
그렇게 토요일은 지나가고.. (저녁은 장을 봐서 냉동 대구스틱을 오븐에 구워 양배추 볶음과 코울슬로와 함께 먹었다. 양배추+양배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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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은 오랜 친구 S할머니와 K할아버지 부부를 만나기로 한 날. K할아버지가 신장 투석 중이라 뭔가 몸에 좋은 걸 사가고 싶다는 K씨에 말에 일요일에 여는 동네 farmers market에 들러서…
초가을에 항상 사과를 사는 과수원 할머니네 집에서 체리와 애플사이더 비네거를 샀다.
친구들 집 근처 White Spot에서 브런치 먹었는데.. 내 이렇게 맛없는 아침은 또 간만일세. 무려 에그 베네딕트를 완숙으로 줬음 ㅠㅠ 하지만 친구들을 생각해 별 말은 하지 않았다.
걱정을 많이 했던 K할아버지는 생각보다는 좋아 보여서 안심. 은퇴하고 조용히 지내시는 분들이라 간만에 만나면 두 분 다 말씀을 많이 하시기 때문에 식사 장소는 항상 엄청난 수다의 향연 ㅋㅋ
긴 식사를 마칠 즈음 S할머니가 동네 farmers market에 가자고 ㅋㅋㅋㅋㅋ
이것저것 맛도 보고 (갓 딴 블루베리랑 라즈베리 너무 맛있다!) 조금씩 사기도 하고.
새 단장 중인 할머니 할아버지댁에 구경갔다가 또 수다 2탄. 캠핑을 너무 좋아하셔서 엄청 큰 RV 버스로 여름 내내 캐나다며 미국이며 다니셨는데 이제 접을 때가 되었다고 하셔서 마음이 아팠음. 작년부터 캠핑을 못 가셨는데 그간 미련이 남아서 RV를 팔지 못 했으나 이제 팔기로 결심하셨단다.
1970년대의 스푼이며 나이프, 주전자 등등. 이런 오래된 물건들 정말 좋아한다. 책은 캠핑하면서 마주칠 수도 있는 동식물들 도감. 밴쿠버 아일랜드에서 봤던 새랑 해파리 이름을 이제 알게 되었네 ㅋㅋ
이제 돌아가봐야겠다는 말을 꺼낸 후 약 한 시간 20분 후에야 허그를 하고 집을 나섬. 헤어지는 걸 아쉬워 하셔서 노상 이렇다 ㅎ 자주는 못 뵙지만 제발 건강하셔서 오래 뵐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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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rmers market 물건들은 진귀하고 맛도 좋은데 비싸긴 하다. 많이 못 삼 ㅋ
체리는 우리 동네 것이고, 블루베리, 맛이 궁금해서 사 본 노랑 주키니와 콜라비. 통조림은 직접 나가 환경 친화적으로 잡은 사카이 연어 통조림. 일반 마켓 연어 통조림보다 훨씬 비싸지만 좋은 제품을 사서 소식을 해 보쟈..는 의미랄까. (그럼 그 전 날의 코스트코 쇼핑은 다 뭐였냐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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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저녁은 그릴에 구운 야채들과 지난번 캠핑에서도 먹은 시판용 돼지 갈비 (너무 달아서 또 사먹게 되지는 않을 듯). 콜라비는 매운 맛이 없는 무 맛. 노란색 주키니는 조금 달콤한 주키니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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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일요일도 가고.
월요일은 K씨의 휴일. 나만 출근하는 날이라 K씨가 아침을 만들어 주었다.
우왕 70년대 식기랑 주전자라니.. 그 옆에 있는 것은 식판인가요? 보물이네요, 보물.
좋은 음악, 향 좋은 커피, 입맛에 맞는 와인.. 소소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행복 요소들이죠. ㅎㅎ 저도 커피가 넘 마시고 싶어서 네스프레소에 decaf 버전이 있는지 한 번 가보려구요.
그런데, 계란 후라이 정말 찰져 보이네요. 노른자가 아영씨 주먹만 한데요?
평범한 커틀러리 셋트긴 한데 할머니가 젊었을 때부터 피크닉용으로 사용하시던 거라 하시더라구요 ㅎㅎ 식판은 그리 오래되어 보이진 않아요. 저희 라면 끓여먹는 스토브도 지금은 돌아가신 다른 할머니가 주신 건데 보면 할머니 생각나고 그러네요.
커피가 생각나신다니.. 혹시 회복이 진행되고 계신 건가.. 잠시 기대를 해 봅니다. 전 진짜 아플 땐 커피 생각 전혀 안 나더라구요.. 저는 보라색 디캐프 괜찮았는데, 좋아하시는 금색도 아마 디캐프가 있었던 것 같구요.
저 계란은 저희 앞집 정육점에서 구할 수 있는 점보 사이즈 계란입니다 ㅋㅋ 노른자 색도 완전 진하지요? ㅎㅎ
그러게요. 어쩜 저렇게 노랗고 크고.. 다시 밴쿠버 가면 식자재 쇼핑하러 아영씨 동네 가야 할 듯요.
ㅎㅎ 약의 힘으로 쫌 복통이 가라앉으니 젤 먼저 생각나는 게 커피네요. 디캐프는 그래도 마셔도 되지 않나.. 싶어서요.. 그렇군요 금색도 디캐프가 있네요.
내일 드뎌 검사니 좀 뭐라도 속 시원하게 대답을 얻었으면 해요. 휴..
내시경은 바로 결과를 알 수 있는 거죠? 의사한테 결과 보내고 그러면서 시간이 좀 걸리려나요.. 나중에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