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랫동안 글을 올리지 않았다. 별로 할 말이 없어서였을 것이다. 캐나다 와서 처음으로 수영장에 가 보았다거나 캠핑을 갔다거나 하는 몇몇 가지 이벤트 외에는 매일 비슷한 생활의 연속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간단한 아침을 먹고 딸기를 산책시킨다. 이따금 수영을 가기도 한다. 그리고는 각자 구직활동을 시작한다.
다음 번 글에 구직활동에 대해 자세히 쓸 생각이지만, 우리는 둘 다 무척 운이 좋았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바라던 직업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남편은 컴퓨터 기사로 동네의 컴퓨터 가게에서 일하게 되었다. 지원을 받아 공부를 할 생각으로 일단은 파트 타임으로 시작을 했는데, 좀 더 일해보고 조건이 좋으면 공부보다 풀 타임으로 경력을 쌓겠다고 한다. 공부가 나을지 경험이 나을지 생각 중이다. 일하는 곳에서도 남편이 마음에 드는지 풀 타임으로 일하는 것을 원하는 것 같다. 주인은 이민 온 지 16년 된 이란사람과 캐네디언. 나는 그저 취미 수준으로 잘하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실력이 대단했었나 보다..
나는 시 도서관에서 반납된 책을 순서대로 정리하여 제자리에 꽂는 일을 주로 하게 되는 shelver로 일하게 되었다. 정말 말단에 파트타임 비정규 직이지만, 시에서 정규직을 얻게 되는 전형적인 코스라고 볼 수 있다고 한다. 앞으로 잘 되어 정규직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캐나다인들에게도 매우 어려운 일이라니 어찌 될지는 잘 모르겠다. 일단 시에서 정규직으로 일할 수 있으면 복지 측면이나 뭐 여러 가지로 많은 혜택을 받을 수가 있다. 주변에 시에서 일하는 한국사람이 없어 사례를 모르겠지만.. 일단은 막 시작했으니까 그냥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일하는 곳은 소득이 높은 동네라 도서관 시설도 굉장히 좋다. 밴쿠버는 빈촌도 도서관은 그럭저럭 잘 되어 있지만 여긴 특별히 더 좋은 것 같다. 아이들 코너도 훌륭해서 조카가 오면 정말 좋아할 것이라 생각이 든다.
너무 일이 순조롭게 되니까 약간은 어리둥절하기도 하다. 아직은 정착이라고는 하기 어렵지만,(시간당 급여수준은 둘 다 올라갔지만 일하는 시간이 적어서..) 조금씩 정착에 가까워지고 있는 느낌이 든다. 벌써 이런 말을 하긴 아직 우습지만, 도와준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모두 고맙고, 우리도 어떻게든 조금씩이라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고마운 사람들에 대한 자세한 얘기는 다음 다음 번 글에 쓰도록 하겠다.
보영 (2005-05-07 07:54:14)
글을 읽는 내내 겹경사에 흥분이 된다. 이미 아는 내용인데두 말야… 아무래도 지원이 도서관 구경 시키러 함떠야할것 같은데???
Ana (2005-05-08 14:20:25)
웅.. 흥분하지마.. 아직은 정말 완전 말단이라니까.. 얼마나 시간이 지나야 될지는 며느리도 모른다네.. 암튼 놀러와 놀러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