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과의 여행 – 8월 3일 수요일

우여곡절 끝에 두번째 날 숙소를 정하고, (이번에 vrbo, airbnb 같은 사이트들을 아주 제대로 체험했다..) 세번째 날은 첫날 묵은 숙소에 방이 있다고 해서 주인 할아버지와 직거래(?). 이렇게 향후 이틀은 잘 곳이 생겼다.

게스트 하우스에서 편안한 밤을 보내고 아침 산책을 나갔다. Pender Island에 갔을 때는 사슴들이 많았는데 혹시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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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는 섬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Ganges와 걸어서 약 10분 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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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을 마치고 돌아가니 8시 반 정도. 마당에서 커피나 한 잔 하자 하고 커피를 가지러 숙소 거실로 갔다. 커피를 따르려 하는데, 게스트하우스의 안주인 B가 자리에 마련된 잔에 커피를 마시면 어떻겠냐고 한다. 자리에 앉았더니 곧 다른 숙박자들도 와서 아침식사가 생각보다 일찍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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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게 세팅되어 있는 아침 식사 테이블.

우리 테이블엔 은퇴한 할머니 여행자 두 분과 한 부부가 함께  앉았다. 생각보다 훨씬 정식의 아침식사여서, 게스트하우스 주인 할아버지가 커피를 계속 리필해주고 식사 서빙을 해주었다;; (웬만한 팁 받는 레스토랑보다 나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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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메뉴는 콘브레드에 설탕에 졸인 루밥 (rhubarb compote)을 얹고 크림을 끼얹은 것.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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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메뉴는 데친 시금치와 얇게 잘라 튀긴 감자에 얹은 에그베네딕트. 작은 꽃들로 장식을 하고 구운 방울 토마토와 베이컨, 샐러드를 곁들였다.

 

안주인 B는 본인이 준비한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무척 강해서 (우리 옆에 앉은 할머니들은 아침 식사 때문에 매년 이 게스트하우스로 오신다고.) 어떤 음식인지 테이블에 와서 설명을 해주곤 했다.
합석한 분들과 대화를 나누며 한시간 반 정도의 긴 아침식사. 아.. 휴가 왔는데 영어를 너무 많이 들은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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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사했던 아침식사를 마친 후 캠핑이 가능한 섬의 주립공원으로 가보기로 했다. 나는 계속 숙소찾기에 골몰하고 있었는데, 넷째 날부터는 주말이라 숙소가 아무데도 남아있지 않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주말에 이 섬에서 꽤 큰 규모의 뮤직 페스티벌이 있었던 것이다.) 최후의 보루로 생각해둔 캠핑장에 놀러갈 겸 겸사겸사 가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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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이 있는 Ruckle Provincial Park (섬의 동남쪽 끝에 위치) 는 이런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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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비어있는 테이블이 있으면 자리를 잡고 텐트를 치면 된다. 그럼 저녁때 직원이 와서 등록을 해준다. (일박에 $20). 풍광이 꽤나 마음에 들어서 금요일 숙소를 결국 구하지 못하면 여기에 오자고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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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숲과 바닷가 산책을 하고 나서 섬의 다른 곳을 돌아보기로. 이 섬에는 Studio Tour라고 해서 공방들에 번호를 매겨 순서대로 찾아가 볼 수 있게 지도를 만들어 놓았다. (http://www.saltspringstudiotour.com/map.php) 이 중 몇 곳을 들러보기로 했다. 일단 캠핑장에서 가까운 곳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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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y’s Tarts. 베이커리라는데 문을 닫았네. 목요일이랑 금요일만 연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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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t Spring Island Cheese. 각종 염소치즈를 파는 공장. 한켠에서는 시식을 하고 한켠에서는 판매를 하고 있다. 그냥 꽃 한 송이 얹어둔건데 왜 이렇게 예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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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t Spring Vineyards. 작은 포도밭 가운데 연못이 무척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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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에 사는 검정 오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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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 쿠바 밴드 공연이 있다고 해서 다시 와보자 얘기했다. 아랫쪽 Salt Spring Music & Garlic Festival이 문제(?)의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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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숙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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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생활 공간 하나를 붙여 지어서 렌트를 줄 수 있게 꾸며 두었다. 개인 집들은 빌리기가 까다로운데다 (바로 예약이 되지 않고 확답도 기다려야 하고, 여행 목적 등을 자세히 쓰지 않으면 빌려주는 걸 꺼리는 것 같았다.) 그나마 남은 곳도 별로 없었는데, 다행히 이 집이 하루 빈다고 해서 묵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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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 쪽으로 달아둔 새 모이통들이 예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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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부엌이 딸려 있어 저녁은 만들어 먹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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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서 연어를 사다가 토스터 오븐에 구워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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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갔던 예쁜 와이너리에서 사 온 와인도 곁들였다. 와이너리는 그 날 그 날 정해지는 세 가지를 무료시음 (다른 종류 시음을 원하면 $5를 내면 가능)하고 원하는 와인을 살 수 있는 시스템. 와인 맛이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닌데 마당을 예쁘게 꾸미고 관광지 특수를 누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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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쿨렐레도 치고 인터넷도 하고. 편한 숙소에 묵으면 콕 박혀 잘 안 나가는 우리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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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산책을 나가면서 집 주인네 닭들에게 인사. 평소 닭들을 그리 예뻐라 하진 않았는데 얘들은 너무 깨끗해서 조금 놀람. 가까이 다가가니 뭔가를 조르듯이 꾸꾸거리는데 줄 것이 없어서 미안했네.

동네를 좀 산책하고 (이 섬은 곰이 없어서 조용한 길들도 마음껏 산책할 수 있어 좋았다 ㅎ) 숙소로 돌아와 휴식. 저녁때 주인집 아저씨와 딸, 아들이 인사하러 와서 잠시 얘기도 나누고. 예쁜 가족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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