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시작되면 곧 밴쿠버 국제 영화제 기간. 매년 몇 편씩 보러가곤 하는데, 올해는 K씨 대기 근무와 겹쳐 일정을 잡지 않고 있다가, 친구가 표가 한 장 생겼다길래 핑계김에 친구도 만나고 영화도 보러 갔다.
직접 고른 영화가 아니어서 사전 정보없이 본 영화는, 중국의 인권운동가이자 행위예술가인 Ai Weiwei의 다큐멘터리 Human Flow였다.
영화는 다양한 이유로 자기의 삶의 터전에서 강제로 이주하게 된 사람들을 보여준다. 전쟁이나 내전 뿐만 아니라 종교적 핍박, 기후변화에 의한 기아, 그리고 치안 등.
조금이라도 나은 삶을 기대하며 보트를 타고 지중해를 건너거나 험한 길을 걸어서 이동하는 사람들이, 지금 내가 입고 있는 옷과 크게 다르지 않은 옷을 입고 길에서 흔히 보는 백팩을 매고, 또 옹기종기 모여서 휴대폰을 충전하며 폰에 있는 집에서 기르던 고양이 사진을 보여주는 모습을 보고 아연해졌다. 이 와중에 그들이 있는 곳 주변의 자연은 왜 또 그리 무심하게 아름다운 건지.. ㅠㅠ
이 사람들에게 당장의 도움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원인을 제공한 강대국들 – 필요한 것만 쏙쏙 빼먹은 다음 나몰라라 하는 – 에게 책임을 묻는 것도 필요할 것 같은데.. 그리고 또 종교를 이유로 무엇이든 강제하고 심지어 상해를 입히기까지 하는 자들.. 이들을 보면 정말 종교라는 것에 대해 강한 회의가 든다.
영화를 보고 나서는 마음이 너무 안 좋아서 친구한테 왜 이런 영화를 보자고 했냐고 나무라듯 농담했지만.. 어차피 눈 감는다고 없어질 현실은 아니겠지…
저희 동네 밀워키 필름 페스티벌 요즘에 하고 있어요. 일단 바쁘기도 하고 끌리는 것도 없어서 관망 중이에요. ㅎㅎ
딴소리지만.. 밀워키란 이름을 들을 때마다 웬지 초콜릿이 연상돼요. 밀..ㅋ 요 글자들 때문인가.. ㅎㅎㅎ
저도 이번 밴쿠버 영화제는 관망 ㅎㅎㅎ 이었구요, 한국영화 온 것들 중 한 두 편은 보러가는데 매년 보러가던 홍상수 감독 영화가 이번엔 영 시간이 안 맞더라구요. 참, 옥자도 왔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