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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6일, 출발 열흘 전

정신없던 몇주간을 보내고, 며칠째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
어제 오늘 이틀간 한 일이라고는 자고 일어나 해주시는 밥을 먹고 만화책을 빌려보거나 TV를 보다가 낮잠을 자고, 일어나면 또 해주시는 밥을 먹고 빈둥빈둥하다가 두번쨰 낮잠을 자고.. 이런 연속이었다. 정말 편한 팔자다. 계속 ‘그동안 힘들었으니까..’하고 변명하고는 있지만.

저녁때 남편과 다음주의 할일을 생각해보다 달력을 보자니, 정말 얼마 안 남았다는 생각이 든다.
짐을 보내고 남은 한달간은 미뤄둔 공부도 하고 부모님들과 질리도록 함께 있을 생각이었는데, 정작 열흘을 남기고 생각해보니 이사람저사람 만난다는 핑계로 실제로 가족과 같이 있었던 시간이 얼마 안되었던 것 같다.
지금부터라도 최대한 약속을 줄이거나 낮시간으로 정리하고 남은 시간을 최대한 부모님과 함께 보내야겠다.

잠든 남편의 얼굴을 보고 있으려니..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한국을 떠나면 다른 사람들의 얼굴보다 한참 더 많이 볼 얼굴이겠구나 하는..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