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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첫 백패킹 – Joffre Lake

옥색 물빛과 그 뒤로 펼쳐진 빙하의 아름다운 모습이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몰려드는 사람들로 뉴스에 오르내리던 Joffre Lake가 Covid로 폐쇄되었다가 예약제로 다시 열렸다. 우리는 2017년에 하이킹으로 간 적이 있었는데 그 때의 바람대로 백패킹으로 가게 되었다.
캠핑 예약 사이트가 열리자마자 냉큼 예약을 했지만 최근 다녀온 리뷰들에서 본인의 극혐 조합 (더위+모기)을 본 K씨의 거부에 부딪혔다가 내가 왕복 운전을 맡고 다녀와 저녁을 쏘는 걸로 함께 가는 거 합의 ㅎ

Joffre Lake가 있는 Pemberton까지는 약 세시간 정도가 걸린다. 당일 하이킹이면 새벽같이 떠나야 했겠지만 1박 2일로 가는 이점을 살려 토요일 아침 커피도 여유있게 마시고 집을 나섰다. 가는 길에 주유도 하고 Subway에서 식사. 아침 시간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별로 없어 가봤는데 별로 맛이 없었다. 다음엔 다른 곳에서.

예약제로 바뀌어서인지 주말인데도 주차가 수월했다. 신발끈을 단단히 조이고 트레일로 들어선다.

입구에서 5분만에 볼 수 있는 첫번째 호수. 벌써 예쁘네.

첫번째 호수를 지나면 계속 오르막이다. 총 elevation 370m의 시작점.
오르막도 오르막이지만 달려드는 모기들이 꽤 강력하다. 잘 쓰지 않던 모기 퇴치 스프레이를 뿌려가며 열심히 오른다. 한시간 정도 걸었을까, 두번째 호수가 나온다.

예뻐서 한참을 바라본다.

저 나무 위에서 많이들 사진을 찍는다. 어쩌다 보니 몸개그 관람 ㅋㅋ

두번째 호수를 지나 세번째 호수까지는 돌길이라 트레일이 어디인지도 확실치 않고 중간에 길을 살짝 잘못 들었는데 배낭을 메고 큰 바위를 타고 오르려니 중심잡기가 어려워 아찔한 순간도 몇 번.
하지만 결국 캠핑장에 도착했다. 가운데 보이는 것이 빙하가 녹아 내려오는 물줄기, 왼쪽에 음식을 매달아 두는 곳. (여기서부터도 한참 가야 하는데 문제는 여기가 화장실 ㅠㅠ)

도착하면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텐트를 펴면 된다. 우리는 호수 바로 옆에 자리를 잡았다.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 텐트를 치고 있는 K씨.

모기를 피해 일단 텐트 안에 숨었다. 텐트 안에서 보이는 산과 호수의 모습.

물멍 하고있는데 밖에서 요란한 프로펠러 소리가 들린다. 나와보니 빙하 아랫쪽 절벽에 헬리콥터가 떠 있다. 구조 중으로 보인다.

한참 후 헬리콥터에 구조자를 매달아 이동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항상 감사한 구조요원들.

정신을 좀 차리고 저녁 준비. 계곡으로 흐르는 물을 정수해서 물통에 담고

타블렛까지 넣어 2차 정수.

저녁은 김치라면과 쌀밥. 무조건 맛있었다.

가져간 디카페인 인스턴트 커피까지 한 잔씩 마시고

여섯시도 되기 전 식량과 쓰레기 (다시 싸서 가져와야 함)를 매달아 놓고는 일찌감치 텐트로 기어들어갔는데 몸에 열이 나서인지 잠이 오지 않는다. 호수도 한참 보고 아이폰에 담아간 넷플릭스 드라마를 두 편이나 보고도 말똥말똥해서 팟캐스트를 듣다가 깜빡 잠들었는데 갑자기 밖에서 시끌벅적 난리가 났다.

깬 김에 화장실에 가볼까 하고 나가보니 적어도 여섯명은 되어보이는 한 패거리가 시끄럽게 떠들며 텐트를 치고 있다. (이 때가 새벽 두시 반)
조금 조용히 해달라 부탁하고 지나가는데 한 편으로는 이 시간에 칠흑같은 어둠을 뚫고 텐트를 지고 올라온 막무가내 젊음에 웃음도 좀 났다. (그런데 솔직히 민폐가 이만저만이 아니긴 했다.)

화장실 가는 길은 멀고 험했다. 돌아올 땐 돌길에서 잠시 길을 잃기도.

그래도 호수 위에 잔뜩 뜬 별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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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텐트로 돌아가 눈을 좀 붙이고 여덟시쯤 눈을 떴다. 일단은 내려가자는 K씨의 의견에 따라 잽싸게 짐을 싸고 텐트 정리.

하룻밤 잘 지낸 사이트에 아무것도 안 남기고 왔는지 잘 확인하고

어제 매달아둔 식량과 쓰레기를 다시 내려서 출발

안녕~

산에서 내려오는 건 한시간 반 정도 걸린 듯. 올라갈 때의 절반 정도 시간.
내려와서 맥도널드에서 커피와 햄버거로 요기. 맥도널드도 정말 오랫만 – 10년 정도 되려나 – 에 먹어보는데 기억보다 무척 맛이 없었다. 그래도 커피는 괜찮았다 ㅎ

집에 와서 약속대로 K씨에게 쏜 저녁은 치맥.

꽤 재밌는 산행이었고 눈호강도 제대로 했던 1박2일.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다시 가볼 예정이지만 백패킹은 한 번이면 될 것 같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