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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긴 주말 – 일요일과 월요일

일요일 아침인데 일찍 눈이 떠졌다. 연휴라 좋아서 그런가.


아침은 집에 있는 것들 이것저것 모아서.. 냉동실 훈제 연어, 그릭요거트+실란트로+레몬 다져서 드레싱, 그리고 토마토와 페퍼까지 피타브레드에 넣어 샌드위치.


요즘 K씨는 자전거 만화에 버닝 중. 올 여름에는 자전거를 열심히 타보겠다면서 열공중이다. 자전거 구경을 가보고 싶다고 하기에 일찌감치 집을 나섬.


많이 추웠던 올 겨울 아주 잘 쓴 장갑. 벙어리 장갑이지만 안쪽 플리스 안감에 손가락 모양으로 살짝 박음질이 되어 있어 손에 딱 밀착되어서 따뜻하다. 낄 때마다 그 작은 배려심이 항상 기분이 좋다.


자전거집 문 열기 전에 공원 한 바퀴 돌고..


포켓몬 수집하는 재미는 아직 식지 않았음.


K씨가 미리 봐 둔 자전거 타보기. K씨가 몇 주에 걸쳐 조사를 끝낸 후, 좀 좋은 모델부터 시작해 구경만 해 보자고 했는데, 나는 예뻐서 혼자 마음을 정함?! ㅋㅋㅋ

자전거집에서 한참 놀고 있는데 K선배 부부가 라면 먹으러 ㅋㅋ 오라고 해서 일단 후퇴.


요즘 라면은 거의 먹지 않는데..


이런 곳에서라면 먹어야 함.. ㅎㅎ
굴과 버섯도 추가해서 완전 시원했던 맛짬뽕.

거기에 직접 만드신 깨강정과 고구마 말랭이까지.. 운동 삼아 갔다가 먹기만 하고 옴. 한국에서 가져오신 귀한 취나물도 주심.


그래서 저녁은 나물에 오곡밥. 낮에 호수에서 잔뜩 먹어 배가 고프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정월 대보름이니까 저녁 때 취나물에 국간장, 마늘, 들기름만 넣어 살짝 무쳐서 내 맘대로 오곡밥 (현미, 찹쌀현미, farro, chick pea, 귀리 이렇게 오곡 ㅎ) 조금 먹었음.

오는 길에 자전거도 지르고..
저녁 때 새로 장만한 자전거에 대해 이런 저런 공부를 하다 잠자리로.


월요일은 Family Day라는 휴일. 화요일을 빼서 일박 나들이를 가기로 했다. 올해는 웬만하면 한 달에 한 번 이상씩 놀러가려고 함. 이래서 모기지는 언제 갚나.. 싶기도 하지만 모기지 먼저 갚고 나면 늙고 아파서 못 놀 것 같아 그냥 최소한만 갚고 조금이라도 젊을 때 더 놀아야겠다고 결론이 나곤 한다.


아침은 또 취나물 무쳐서 비빔밥. 아유 맛있어.


이번 나들이는 2011년에 딸기와 함께 갔었던 온천 리조트. 그 동네에서 가까운 캠핑장은 작년 포함 여러번 갔었지만 호텔에 묵는 건 6년만이다. 당시 기억에 호텔방은 그리 싸지도 않았는데 오래된 카펫 냄새가 나고 딸기는 사고를 치고..  뭐 그랬던지라 다시 가고 싶었던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책을 읽다 온천이 나와서 간만에 가보고 싶어졌다.


방은 이런 분위기. 제일 작은 방인데, 꼭대기 층이라고 하고 (오래된 호텔이라 방음이 잘 안 되어서 1층은 엄청 시끄럽다) 또 바로 체크인을 할 수 있다기에 좋다고 함. 뷰가 없다고 했는데, 주차장 너머로 눈 쌓인 산이 보여서 우린 좋았음.


체크인을 한 후 동네 피자집에서 늦은 저녁을 먹고. 앞에 서 있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이 지역에 출몰한다는 설인 (Sasquatch)의 나무 조각. 근처 캠핑장의 이름도 Sasquatch이다.


재미있고 특이한 토핑이 많아 이 동네 갈 때마다 들르는 피자집. 주인이 한국분이셨다. 굳이 피자를 먹기 위해 그 동네까지 갈 정도는 아니지만, 그 동네에 갈 일이 있다면 꽤 괜찮은 선택임.

식사 후 자전거로 동네 한 바퀴. 아직 눈이 많이 남아 있다.

일부가 얼어붙은 호수도 아름답네..


온천 수원지까지 짧은 라이딩.

방에 돌아와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일차 온천욕. 우왕 좋다. 사진 찍는 것이 금지되어 있기도 하려니와 수영장에 빠뜨릴 위험도 있어 사진은 없음.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전화로 사진을 찍었다;;)

어둑해질 때까지 미지근한 풀에 앉아있다가 별이 보일 무렵 방으로 와서 한국 방송을 보면서 맥주 한 잔. 작고 오래된 방이지만 깔끔하게 정리해두어 예전보다 훨씬 좋은 느낌.


심지어 방에 포켓몬도 많이 찾아옴..



차가운 밤바람 쐬러 나갔다가 다시 내려가 이번엔 좀 오래 온천욕을 함. 역시나 미지근하지만 ㅎㅎ
성인 전용의 작은 풀이 있었는데 그쪽 물 온도가 조금 더 높아보였지만 앉을 수 있는 가장자리가 빼곡하게 차 있어서 스킵.
마침 맑은 날이라 별이 아주 잘 보였다. 우리 옆 어린 커플의 남자분이 여자친구에게 천문학 강의부터 시작해 본인이 아는 모든 것을 큰 소리로 자랑하던 게 좀 시끄럽긴 했다만 (K씨가 우디앨런의 말을 빌어 사귄지 일주일 된 커플일 거라고 ㅋㅋ) 그래도 겨울 온천욕은 나름의 정취가 있다. 특히 이번엔 온천 주변 건물들 지붕에 눈이 잔뜩 쌓여있어서 더더욱.

이렇게 밤은 깊어가고. 방으로 돌아와 맥주를 조금씩 마시면서 인터넷 보고 놀다가 잠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