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은 날이 맑았다. 마침 K씨도 오전에 여유가 있어 세식구가 잠깐 산책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기력이 딸려 오래 들고있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다리를 한쪽 들고 응가하는 딸기여사.
딸기만의 시그니쳐 응가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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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러갔더니 드디어 펌킨 파이가 나왔다. 펌킨 파이는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 가족모임 후식으로 많이들 먹는다. 나는 펌킨파이를 무척 좋아해서 사서 요맘때쯤 자주 보이면 조각으로 잘라 냉동해두었다가 하나씩 먹곤 한다. 이번엔 너무 크다 싶어서 사무실에 가져가서 동료들과 나눠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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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요 근래 워낙 안 좋았던 딸기 컨디션이 더 안 좋아졌다. 양고기, 청어 다 거부하고 계란만 먹었는데 이 날은 계란도 조금 먹다가 만다. 이를 닦아주려고 보니 입 안이 난리가 났다. 이틀 전부터 피가 좀 난다 싶었는데 뺨 안쪽도 다 헐고 앞니도 흔들리고 입술 양쪽이 헐어서 늘어져있다. 매일 프로폴리스로 닦아주는데 왜 이러지.. 눈도 며칠전부터 상태가 안 좋았는데 입의 염증과 관련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아침에 밥을 먹으려고 하는데도 어딘가 아파서 못먹는 딸기의 모습을 생각하니 출근하면서 자꾸 눈물이 났다. 자연스러운 노화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려고 하는데 그래도 가여운 건 어쩔 수 없다. 출근해서도 계속 눈물이 나서 동료들을 긴장시키는 실례를.. (다들 큰 일 난 줄 알았나보다. 딸기 아직 멀쩡한데.)
마음을 다잡고 밥도 먹고 (아침엔 입맛이 하나도 없더니 마음을 다잡으니 급 배가 고파짐;) 점심 시간엔 산책도 나갔다.
호수에서 매일같이 열심히 돌아다니며 먹을 것을 찾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오리랑 거위들을 보면 웬지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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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때도 딸기는 잘 못 먹었다. 계란을 물과 함께 갈아줬는데 앞니가 그릇에 부딪히면 아픈건지 좀 먹다 만다. 보통 밥과 함께 주는 약이니 허브들도 남긴 밥과 함께 다 버리고 있다. 아무래도 병원에 가봐야할 것 같다. 그래도 먹으려는 의지는 있어서 사과를 주니 잘 받아먹는다. 어금니는 아직 괜찮은가보다. 사과와 수박은 사각사각 씹어서 잘 먹는다. K씨는 입이 아파서 뭔가 상큼한 게 땡기는 것 같다고. 뭐든 먹어주면 고맙.
이 닦고 프로폴리스 용액 면봉에 묻혀 입안 닦아주고 (다 헐어서 난리임 ㅠㅠ) 눈도 닦아주고 (눈꼽으로 눈이 붙는 일이 다반사 ㅠㅠ) 엊그제 응가싸고 밀어서 상처낸 피부도 알콜로 닦아주고 한바탕 처치를 마친 후 기진맥진 잠든 딸기여사.
이 와중에도 빛나는 미모는 어쩔 수가 없구나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