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주전 일요일에는 친구부부를 초대해서 초복맞이 삼계탕을 먹었다. 간단하게 한국장에서 다 끓여놓은 제품을 사다가 데워서 상추 겉절이와 함께 대접. 맛은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명색이 삼계탕인데 인삼이 없어서 실망스러웠다. 작년엔 아주 작았지만 그래도 인삼 한 뿌리가 들어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번엔 그냥 찹쌀과 마늘, 대추 뿐. 쳇… 너무 하네. 한방삼계탕이라고 써두곤… 차라리 이름을 바꿔 팔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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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점심을 잘 먹고 나서 근황토크 시작. 근데 첫 소식에 K씨와 나는 멘붕상태에 빠졌다. 친구 부부의 남편쪽이 성전환을 하고 있다고.
남들의 성적 취향이나 성향은 내가 관여할 바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쪽이라 그건 관계 없었지만 이 친구들이 결국은 헤어지게 되지 않을까.. 하는 것에 대한 충격이 있었다.
다른 성으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게 될 친구의 삶에 대한 의욕도 놀랍고 (내게 다시 새 인생을 살라면… 글쎄… 당장 귀찮음의 쓰나미…;) 갑자기 남편이란 존재가 없어진 친구의 담담함에 혹시 억지로 감정을 억누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등 여러가지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얼이 빠진 상태에서 이런 저런 얘기를 좀 나누다 네 사람 다 하고픈 말을 감춘 채 어색해진 분위기를 수습하려고 긴 산책을 하고는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