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주전 일요일에는 친구부부를 초대해서 초복맞이 삼계탕을 먹었다. 간단하게 한국장에서 다 끓여놓은 제품을 사다가 데워서 상추 겉절이와 함께 대접. 맛은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명색이 삼계탕인데 인삼이 없어서 실망스러웠다. 작년엔 아주 작았지만 그래도 인삼 한 뿌리가 들어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번엔 그냥 찹쌀과 마늘, 대추 뿐. 쳇… 너무 하네. 한방삼계탕이라고 써두곤… 차라리 이름을 바꿔 팔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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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점심을 잘 먹고 나서 근황토크 시작. 근데 첫 소식에 K씨와 나는 멘붕상태에 빠졌다. 친구 부부의 남편쪽이 성전환을 하고 있다고.
남들의 성적 취향이나 성향은 내가 관여할 바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쪽이라 그건 관계 없었지만 이 친구들이 결국은 헤어지게 되지 않을까.. 하는 것에 대한 충격이 있었다.
다른 성으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게 될 친구의 삶에 대한 의욕도 놀랍고 (내게 다시 새 인생을 살라면… 글쎄… 당장 귀찮음의 쓰나미…;) 갑자기 남편이란 존재가 없어진 친구의 담담함에 혹시 억지로 감정을 억누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등 여러가지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얼이 빠진 상태에서 이런 저런 얘기를 좀 나누다 네 사람 다 하고픈 말을 감춘 채 어색해진 분위기를 수습하려고 긴 산책을 하고는 헤어졌다.
이크….쉽지않은 결정;;;; 많이 놀라셨겠다능;; 서로 상처가 되지않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면서 가야쥬…
흔하지않은 일이라 좀 놀랍기도하고, 그 길이 쉽지않은 길이라 상상이 좀 안되는;;;
용기에 놀랍고 현실에 걱정이되고….두 친구들 걱정에 마음이 복잡해지시겠어염;;
마이 놀랬어요. 근데 와이프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상처가 없진 않겠죠. 하루 아침에 남편이 친구 된 상황이라..
제가 친구가 몇 명 없는데 참 다양한 일들이 많네요. 암튼.. 그 친구의 인생에 대한 의욕이 제일 신기해요 ㅎ
갈수록 한국 제철 음식이랄까, 그런 것들을 잊어버려요. 이 포스팅을 보고서야 아 올해는 삼계탕도 안 끓여먹었네 하곤 그냥 치킨 숲 만들어먹었어요, 스위스 챠드랑 잡다한 야채 잔뜩 넣고요.
그 친구의 의욕도 사실은 중년의 위기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요? 저도 요즘 괜히 다시 인생을 리셋하고 싶다, 이런 기분이 들어서요… 그나저나 주변의 사람들이 이 사람의 변화에 맞춰야 하니 그것도 보통 일은 아니네요. 부인 어떡해요.
저는 여름에 기력이 딸려서 보면 복날 즈음이더라구요 ㅎㅎ 마켓에선 산 삼계탕으로 때웁니다 ㅎㅎ (딸기 있을 땐 닭고기에 마늘이랑 황기 넣고 푹 끓여서 같이 먹곤 했는데 이젠 그것도 귀찮네요;;)
그렇잖아도.. 저도 모르겠는 학교진학 이유를 중년의 위기로 한방에 정리해주신 (ㅍㅎㅎㅎ) 진희님 얘기 듣고 그 친구도 그럴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근데 정말 와이프가 걱정이 많이 되더라구요. 본인이야 이것저것 변화를 앞두고 신난 것 같구요.. ㅎ
헐… 그런 일도 있을 수 있구나..
다른 사람 일이니 머리로는 이해도 가고.. 그 사람의 선택을 존중해줘야 할 것도 같지만..
제 일이었다면 배신감 느낄 것도 같아요.
어쨌든 결혼이란건 약속이기도 한거라.. 상처가 없지 않을 듯..
저도 아내쪽 걱정을 좀 했는데 얼마전에 만나서 같이 밥먹고 할 때 보니 뭐 아주 잘 지내고 있더라구요. 둘이 같이 이 경험에 대해 책을 써볼까 뭐 이러고 있고 ㅎㅎㅎ 앞으로는 어찌될지 모르겠지만.. 누구나 그건 마찬가지죠 뭐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