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Archives: September 2016

8월 하순 cont.

26일 금요일

동생이 왔을 때 예전 사진들을 함께 보면서, 사진이나 다이어리 메모가 없는 날들은 (당연하게도) 기억이 하나도 안 나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래서 다시 열심히 기록을 하고 있는데, 지난 금요일엔 기록을 안 해 두었더니 벌써 가물가물하네;;

목요일엔 여행중 샐러드에서 나온 돌 때문에 깨진 이 에나멜을 체크하러 치과에 갔었다. 치료가 필요하다고. 아.. 이것 저것 처리해야 하는 것이 너무 귀찮구나 ㅠㅠㅠㅠ
그래도 보험 처리 서류 기입하는데 블로그에 기록해두었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역시 기록은 중요해.


27일 토요일

K씨는 출근하고 나는 전날 저녁으로 먹은 불고기에 새싹을 얹어 불고기 덮밥을 아침으로 먹은 후 미드 Good Wife 시청. 시즌 6에 들어서면서 시나리오가 우왕좌왕.. 캐릭터들의 행동도 개연성이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좋아하는 캐릭터 Cary Agos (백인 남성이라는 것 외에는 빽도 없고, 판사들이 이름 절대 기억 못하고, 필요할 때는 한껏 이용 당하지만 (부모한테마저도) 결국은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는 불쌍한 캐릭터 ㅠㅠ)가 난관을 겪는 에피소드가 이어져서, 그 사건이 마무리되는 에피소드까지만 보고는 이 드라마는 이제 접기로.

오전 미드 시청을 마친 후 청소를 하고 수영을 하러 갔다. 토요일 오후의 수영장은 한가해서 참 좋았다. 날이 따뜻해서인가 밖으로 통하는 문도 열어두어 상쾌한 바람도 느껴지고.
수영을 수십년 동안 해왔지만 항상 오른쪽으로 호흡했었는데, 요즘 양쪽 호흡 연습을 시작했다. 아무래도 한쪽으로만 호흡을 하다 보니 균형적으로 운동이 되지 않는 것 같아서. 첫 날은 이건 안 되겠구나 싶었는데, 두번 째 시도한 날은 가능할 것 같았고, 한가할 때 천천히 연습해 보니 어떤 식으로 해야 할지 알겠다.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는데 새로운 걸 시도하니 재미있기까지 하네. 아직 익숙해지려면 시간은 좀 걸릴테지만 기쁘다 ㅎ

.

저녁 때는 간만에 무도를 보면서 피자. 여름 동안 무도도 거의 못 보았네.


28일 일요일

오랜만에 영화를 보자고 K씨와 미리 얘기를 해두었던 날. 여름 시작되고 (노느라) 바빠서 여름 블록버스터들을 하나도 못 봤네.

보기로 한 영화는 쿠보와 두 개의 현 (Kubo and the two strings).
3D 프린팅을 이용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라길래 호기심에 보러감. 기술적으로는 무척 훌륭했으나 스토리는 평범했음. 역시 중요한 건 이야기.

영화를 본 후 점심을 먹으러 근처의 대만 국수 집으로. 비가 흩뿌리고 쌀쌀해져서 뜨끈한 국수 먹기 딱 좋은 날씨.
그런데… 국수를 주문하고 차 열쇠가 없어진 사실을 깨달음. K씨 주머니에서 극장 의자 아래 어디쯤으로 떨어졌을 것으로 추측…

깜짝 놀라 돌아가려했지만 국수가 이미 나와 버렸다.


그 와중에 국수랑 만두 사진도 찍고 심지어 맛있게 먹었음. 좀 빨리 먹어야 해서 아쉬웠지만.

열심히 달려간 보람도 없이 상영 시간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살금 들어가봤는데 우리가 앉았던 자리에 누군가 있어서… 영화를 보고 있는 사람들을 방해할 수는 없으니 ㅠㅠ


그래서 음료를 한 잔 사서 하릴없이 몰 안을 구경다녔다.

영화 끝나는 시간에 맞춰 불이 켜지자 마자 들어가 보니 다행히 열쇠는 좌석 사이에 걸려 있었음. 다행 다행.

.

일단 집에 와서 잠시 숨을 돌리고 저녁에 영화를 한 편 더 보기로. 지금 우리 동네 극장엔 한국 영화를 무려 세 편이나 상영하고 있다.


부산행, 터널, 그리고 인천 상륙 작전(!).

엊저녁 남은 피자로 저녁을 먹고 영화관으로.

어떤 영화를 볼까 하다가 부산행이 걸린지가 꽤 되어서 떨어지기 전에 보기로. K씨는 천만 영화들이 재미있었던 적이 별로 없었다며 터널을 더 보고 싶어했지만 나는 웬지 부산행이 보고 싶었다. 좀비 영화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면서.

결론적으로 부산행은 꽤 재미있었다. 그래픽이 아닌 엑스트라 좀비님들의 위엄.. (특히 군인 좀비들;;;)

이미 저녁 아홉시가 넘은 시간이었지만 재미있는 영화를 보고 기분이 좋아져 터널 마지막 상영 (10시)까지 보기로 결정. 거의 영화제에서 영화 보는 기분 ㅋㅋ

아이스 커피를 한 잔 사고.


표를 사고 나니 갑자기 졸음이 밀려온다는 K씨. 하루 세 편 정도는 가뿐했는데 이제 무리인 건가 ㅋㅋ

터널도 상당히 재미있었다. 계속 가슴이 답답해지는 상황들의 연속이었지만, 그래도 꼭 기억해야 하는 걸 아프게 알려 준다. 내 집 값이 오르내리는 것이 한 사람의 생명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65퍼센트인 사회라면, 뭔가 잘못된 것이다. 뭔가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