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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이 생각해야 해

내가 당하는 것도 싫고 남에게 하기도 싫은 것이 꼰대질. 나이를 먹으면서 정말 조심해야 한다고 하루에도 몇 번씩 스스로 되뇌곤 한다. K씨에게도 서로 감시하자고 반복해서 얘기하고 있고.

그래도 가끔 나의 꼰대스러움에 흠칫 놀랄 때가 있는데, 예를 들자면 엊그제 출근하면서 읽은 오베라는 남자 첫 챕터에서 아침부터 동네를 다니며 완장질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고 코웃음을 치다가, 목적지에 도착해 에스컬레이터 중간에 서서 옆사람과 수다를 떨고 있는 젊은 여성을 보고는 혀를 차는 내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다. (다른 지역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밴쿠버 에스컬레이터에서는 오른쪽에 붙어 서고 왼쪽은 걸어 오르내릴 수 있도록 비워두는 것이 매너임.)

좀 다른 이야기인데, 얼마전 이경규와 강호동 두 사람이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을 잠시 보다가, 남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꼰대질을 하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 다른 가정을 방문해서 함께 식사를 하는 내용이었는데, 강호동은 신혼부부의 집에 가서 뭔가 계속 충고를 하려는 모습 (본인이 더 결혼 생활을 오래 했기 때문에??). 반면 이경규는 자녀가 사춘기였을 때 어떻게 극복했냐는 질문에 그 때 본인이 갱년기여서 더 힘들었어서 모른다고 ㅋㅋ


며칠 전 함께 일하는 옆 부서 동료 P(개인적으로 가끔 만나 식사도 하는 사이)가 고맙게도 자기 발코니에서 키운 채소를 갖다주었다.

말로는 다 먹을 수 없어서 주는 거라고 하지만, 바쁜 아침에 이걸 기억해서 따서 봉지에 담아 갖다준다는 게 나에게는 정말 큰 일인지라 미안하고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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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함께 요가를 하는 또 다른 부서의 동료 N이 건강한 재료로 구웠다면서 챙겨온 머핀을 건네준다.

근무하다 짬내서 요가 수업에 오려면 급할텐데, 사람들 주려고 머핀까지 챙겨온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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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남들을 챙기는 따뜻한 마음은 배우고, 남의 일에 참견하고 가르치려 드는 건 하지 말아야 할텐데.
사람들과 말할 일이 있을 때마다 곰곰이 생각을 하고 말해야 하는것이다. 하아. 사회 생활은 힘든 것.


K씨는 급한 업무를 보러 나가고, 나는 저녁 때 볼 일이 있어 같이 저녁을 먹을 수가 없던 날. 파스타 샐러드를 만들었다.

내 요리법: 집에 있는 재료들로 구글 검색해서 나온 레시피 중 가장 간단한 걸 만든다.
마침 P가 준 파를 듬뿍 넣을 수 있는 파스타 샐러드 레시피가 있었다. (원래는 orzo 파스타로 만들어야 함.)


P 몫으로도 한 병 챙기고. 맛을 좋아할지 몰라서 조금만.


지난 주에 도서관에 새로 들어온 요리책이 아주 마음에 들어서 주말 동안 간만의 요리 모드. .


내가 사는 지역 사람들이 쓴 책이라 더 좋음 ㅎ 종이책 안 사기 시작한지 좀 되는데 이 책은 아주 마음에 들어서 개인 소장용으로 구입할까 생각중이다.

주말에 이 책에 나온 레시피를 두 번이나 사용. 토요일엔 버터밀크 (나는 kefir를 씀)에 재두었다 구운 닭요리를 만들었고, 일요일 아침엔 fritata를 만들었다.


재료는 있는 것으로 자유롭게 첨가 (나는 익힌 오트밀과 냉동 시금치를 넣음)하고 레드와인식초와 꿀에 졸인 양파 (이것도 이 책에서 배움)를 곁들여 먹음.

요리 모드가 되면 새로 나온 예쁜 요리책을 검색해서 동네 도서관에서 빌려보고는 한다. 그러다 보면 어렵고 복잡한 재료와 요리법에 질려 곧 요리 모드에서 해제되게 됨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