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 전, ‘네 멋대로 해라’ 라는 드라마를 꽤 재미있게 보았었다. 왠지 서글펐던 기억 만이 남아있는데, 남편이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엄청난 용량의 DVD 버전을 며칠에 걸쳐 다 받아 버려 요즘 저녁마다 한 편씩 보고 있다.
다시 봐도, 여전히 서글프다. 그렇지만 정말 재미있다. 그 동안 꼭꼭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뭔가가 다시금 꿈틀거리는 것 같다.
며칠 전, 가게의 손님과 잠깐 얘기를 나누다가, 갑자기 그 손님이 “그래서 앞으로 넌 뭘 할 계획인데?” 하고 물었다. 순간 말문이 막혔다. 계획이라.. 글쎄. 난 뭘 하고 싶을까? 뭘 하고 싶었었을까?
한편으로는 너무도 간만에 마치 대학 시절에나 들었을 법한 질문을 들어 가슴이 설레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고민스러워진다. 가뜩이나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다시금 슬슬 들고 있는 마당에 이런 질문이라니. 지금의 일을 시작하면서, 적어도 1년은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그냥 영어공부 및 현지 적응기간이라 생각하자 결심했건만, 8개월에 접어드는 지금 자꾸 고개를 쳐드는 여러 가지 생각들을 접어두기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스무 살 때, 나는 서른이면 내 인생이 이미 결정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스무 살 때도,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회사생활을 할 때도,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지를 고민하고 있다.
양희은의 노래 중에 ‘내 나이 마흔 살에는’ 이란 노래가 있는데, 가사 중 “다시 서른이 된다면 날개 달고 날고 싶어.. 그 빛나는 젊음은 다시 올 수가 없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겠네.. 사람들은 왜 모든 걸 지난 후에야 아는 걸까..”하는 구절이 있다.
지금 이 노래를 들으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10년 후 지금을 돌아보면서 그 때가 가장 빛나는 때였다고 생각하면서 후회하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될 텐데 하는 조바심도 들고. (위안이 되는 것은, 다시 스무 살로 돌아가도 결국 지금처럼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몇 가지 세부적인 후회 – 영어공부 좀 열심히 할 걸 등등 –;;; – 는 있지만, 아직까지의 삶의 큰 줄기에 대한 후회는 아직 되지 않는다는 것.)
30대 – 여전히 꿈을 꾸고,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한다. 마흔에도, 쉰, 아니 예순이 되어도 나는 내 멋대로 살고 싶다.
얼마 전까지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리 속에 꼬리를 물 때마다 현실적(?)인, 쉬운 길로 가고 싶어졌는데,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되는’ 것 보다 ‘하고 싶은’ 걸 생각해보자고 다짐한다. 그래, 일단 하고 싶은 걸 해보자. 내 멋대로!
보영 (2004-08-26 23:00:33)
근데 **살 아냐?
Ana (2004-08-27 00:56:46)
여긴 만으로 밖에 안 따진다네~ 캬캬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