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쏟아지는 밤바다에서 별과 함께 헤엄치다.

한국에 있는 가족들로부터 글을 올리는 것에 너무 게으르지 않느냐는 질책(?)을 받고 있다. 바쁘다고 변명해보지만, 한편으로는 매일매일이 비슷비슷하게 흘러간다는 데에도 이유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왜냐면 오늘은 정말 특별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자기 전에 꼭 글을 남기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오늘은 일주일 만에 돌아온 쉬는 날. 3주만에 쇼핑을 하러 뭍(!)에 나가기로 했다.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어 김치도, 고기도 좀 사고 돌아왔다. 아무리 서둘러 왔다 하더라도 시간은 이미 늦은 오후, 물건을 정리하고 청소나 할까 하고 있자니 함께 일하는 낸시가 불쑥 집으로 들어와 수다를 떨어댄다. 결론은 오늘 밤에 함께 보트를 타고 나가 수영(!!!!!)을 하자는 것. 지난 월요일에도 한 번 얘기를 했었는데 내가 너무나 얼토당토 없는 얘기인데다 좀 피곤하기도 해 고사를 했었는데, 오늘은 또 유성우가 떨어지는 날이라고 한다. 겸사겸사 따라나서기로 하고.

낸시네 보트를 타고 가까운 바다로 나가니 이미 낸시네 친구 일행의 보트가 있었다. 함께 바베큐로 갈비를 구워 포식을 하고 좀 기다리고 있자니 어둠이 내린다. 하늘엔 하나둘 별이 보이기 시작하고.. 10시쯤 되자 낸시랑 그의 친구는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수영을 하자고 난리다. 나도 미리 낸시가 얘기를 했기에 입고는 갔었는데 너무 쌀쌀해 수영할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정말 오랜만에 좋아하는 수영을 할 기회였기에 눈 딱 감고 구명조끼를 입고 물속으로 살금살금 들어가보았다. 처음에는 이가 딱딱 부딪히도록 추웠지만 몸을 좀 움직이자 이내 따뜻해지고, 잠시후엔 정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luminescent – 물속의 조그만 발광생물들이 손을 휘저으면 그 사이로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다! 낸시가 월요일부터 천사처럼 헤엄치자고 얘길하더니 바로 이거였나보다. 손가락이며 팔이며 다리를 움직이면 그 물살을 따라 수많은 작은 별들이 반짝인다.
그 걸 보고 즐거워하며 놀다가 몸을 돌려 하늘을 보니 어느새 별들이 하늘 가득히 흩어져있다. 한참을 더 놀다가 보트로 다시 올라가 달달 떨며 옷을 갈아입고 별똥별을 찾으려고 열심히 하늘을 쳐다본다. 일생 처음으로 별똥별을 보았다! (소원을 빌었던가..? 너무 순간적인 일이라 어엇 하다보면 잊고 만다..)

그 밖에도 몇개의 떨어지는 별을 더 본 후 돌아오는 길엔 낸시의 남편 밥의 제안으로 밴쿠버 시내 야경을 보고 집으로 왔다. 촌(!)에 살다가 오랜만에 다운타운의 야경을 보니 아름다웠다.

오늘은 정말 처음 해본 일이 많다. 바다에서 보트도 처음 타 보고 바다에서 수영도 처음 해보고 또 별똥별도 처음 보았다. 그냥 즐거웠다.고 말하면 너무 싱겁지만.. 암튼 즐거웠다.


승주 (2004-08-13 08:26:32)
바베큐, 발광생물, 별똥별…어떤 사람은 평생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할 일을 여러가지두 했네~ 정말 좋았겠다 ^^

보영 (2004-08-13 16:16:13)
오늘 또 인생선배(아줌마들)를 만나 둘째에 대한 압박을 받고 싱숭생숭하고 있었는데 글로 전해지는 자유로움과 신비한 경험들이 넘 부러워…

두성 (2004-08-23 18:01:36)
나 수영 좋아하는데… 바다랑, 별들도…

혜워니 (2004-08-26 10:52:33)
아영.. 오랜만~~.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했는데.. 잘 지내는구나. 기분좋다~~

Ana (2004-08-26 17:09:33)
혜원 보고싶어!!! T.T 잘 지내지? 나야 뭐 항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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