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셋은 잘 살고 있어요..

새로 계획표를 짜면서 가게에 와서 아침 첫 시간에는 커피 마시면서 글도 쓰고 하루 구상도 하고 하는 시간으로 잡아놓았더니, 글을 열심히 쓰게 된다. 아침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출근하는 동안은 별달리 뭘 생각할 정신이 없지만 가게에 와서 문 열고 히터 틀고 책상에 앉아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있으면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솔솔 든다.

12월에 들어서서는 손님들이 조금 늘었다. 아무래도 좀 미루었다가 홀리데이 시즌을 맞이해서 강아지 미용을 시키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 곳은 물리치료, 메이크업이나 네일, 발 마사지같이 직접 손기술을 이용하는 직업들의 급여가 센 편이다. 한국에서는 손을 사용하는 일들이 제대로 된 보수를 받지 못하지만 여기는 그런 점 하나는 참 좋은 것 같다. 잘 나가는 변호사(잘 못 버는 변호사들도 많다고 함)나 치과의사 등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돈도 많이 벌고 존중 받는 직업이지만 한편 기술자들에 대한 대우 또한 나쁘지 않다. (그렇지만 여기도 신분의 격차는 엄연히 존재한다. 부촌과 빈촌의 경계가 뚜렷하고, 그에 따라 집 값 등도 엄청난 차이가 난다.)
아무튼 나도 내년쯤 가게를 정리하고 여유가 좀 생기면 애견미용을 본격적으로 배워볼까 하는 생각이 있다. 지금 하는 곳은 오래된 곳이라 기존 손님들이 꾸준히 있긴 하지만 역시 둘 벌이로는 부족하여 당장은 아니지만 시기를 보아 아예 장군엄마에게 인수를 하려고 한다. 강아지 옷도 갖다 놓아보고 사진도 찍어주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고는 있으나 역시 먹거리나 미용처럼 ‘안 하면 안 되는’ 것 만이 가장 확실한 수입원이 되는 것 같다.(그런데 크리스마스라고 장식품들이며 선물용품을 잔뜩 사대는 걸 보면.. 그것도 필수품이라고 생각 해서일까?)

이민을 오면서 누구나 하게 되는 생각이지만, 나도 한국에서 내가 하던 일들을 그대로 하게 되리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그리고 또 실제로 와서 보니 그러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캐나다 독립이민 시의 경력심사는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여기 이민자들과 이야기해보면 여기 온 사람 중에 한국에서 한 자리 안 했던 사람 아무도 없더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다들 나름대로 잘난 사람들이 이민을 왔다는 이야기인데, 여기 와서는 이것저것 할 일을 알아보다가 결국은 식당이나 소매점 등을 알아보아 사업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고 우리같이 들고 온 돈이 별로 없는 사람들은 그런 사업체에서 파트타임으로 일을 해서 돈을 벌어 생활한다. 그런데다가 생활비는 한국과 비교하자면 훨씬 많이 든다. 일단 집을 사지 않으면 방 한 개짜리 아파트의 경우 월 렌트비가 60만원~80만원정도가 되고 두 개짜리는 그 이상, 100만원정도까지 보아야 한다. 일단 집을 샀더라도 현금으로 사지 않았다면 25년 상환 모기지를 얻어 사는 경우가 많으므로 어차피 집에 대한 지출은 비슷한 수준으로 봐야 한다. 게다가 집을 소유하였다면 세금 및 관리비도 많이 든다. 그리고 통신비며 기타 등등 생활에 드는 잡다한 비용이 한국보다 높다. 식비는 한국보다는 질적으로 나은 수준이지만 그래도 외식을 정기적으로 해주면 금액이 장난이 아니게 된다.
그런데,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한국에서보다는 확실히 마음의 여유가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서 일까? 아니면 다니면서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치지 않아도 될 만큼 땅이 넓어서 마음도 따라서 여유로운 걸까? (물론 100%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 우리가 만난 사람들 중에서는 매일같이 한국에서의 삶을 그리워하는 사람도 꽤 있었다.)

이제 이민 10개월을 넘기고 1년을 바라보고 있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다. 만나는 사람들이, 또 한국의 친구들이 이민오니까 좋냐고 많이들 물어보는데, 좋은지 나쁜지 잘 판단이 서지 않는다. 그냥 처음의 생각과 비슷하다. 행복의 기준을 뭘로 삼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이민을 택한 사람들은 그 기준이 돈보다는 다른 것에 있을 것이고.. 한국에서 사는 사람들은 또 다른 자신의 미래의 모습을 위해 열심히 살고 있을 것이고..
우리 셋은 잘 살고 있다. 큰 욕심이 없어서인지 큰 괴로움도 없고, 휴대폰 회사에서 보내준 영화 할인쿠폰을 받고 즐거워하면서 그렇게 살고 있다. 12월 중순에 개봉하는 반지의 제왕 3편은 이 곳에 와 처음으로 극장에 가서 볼 생각이다. (그 전에 열심히 공부해서 잘 알아들어야 할 터인데.. –;;; )
딸기는 하루 한번 산책 시켜주고 맛있는 거 좀 만들어주면 아주 행복해 한다. 요즘 여름에 비해 해를 잘 못 쬐어서 그런지 귀를 긁어 상처를 내거나 발을 핥아 덧내거나 해서 언니오빠를 속상하게 하긴 하지만 비교적 잘 살고 있다. 한국의 여러분들도 추운 날씨에 모두들 건강하게 잘 지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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