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했던 둘째날

2.26. 수
일곱시 쯤 일어나 나갈 준비. 은행에 가야 한다. 한국에서 미리 송금한 금액을 확인하고 직불카드와 신용카드를 받고 여러 가지 은행거래 관련 내용을 배운다. 마주앉아 이것저것 얘기하고 나니 한시간이 족히 걸린다.
나와서 메트로타운(애들이 좋아할 것 같은 커다란 쇼핑몰이 있는 곳이다.) 부근으로 가서 휴대폰을 개설하고, 마침 그 쪽에 짐을 가져온 코리아해운 사람을 만나 서류와 잔금 수표를 건네주고, 전화를 걸어 물어가며 SIN card(사회보장번호로, 거의 주민등록번호 정도의 개념이라고 보면 될까..?)를 신청하러 갔더니 그 업무는 3시 반에 끝났다고.. 현재시간 4시 반. 허탈해 하며 미리 약속을 해놓은 아파트를 보러 뉴웨스트민스터로 향한다. 아파트는 비교적 마음에 든다. 일단 교통이 매우 편하다.
계속 지낼 집을 당장 구할 수는 없기에 3월 한달간은 임시 숙소에 머물러야 하는데.. 단기 숙소는 대체로 비싸고 우리에겐 딸기도 있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그다지 넓지가 않아 그냥 이 집으로 결정했다. 거기에 지친 우리의 상태도 한몫. 도저히 이곳 저곳 보러 다닐 형편이 아닌 것이다. 서브웨이에서 큼직한 샌드위치를 사 들고 말할 기운도 없이 숙소로 돌아온다. 하루종일 교통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Day fare권을 끊었기에 어딜 가볼까 생각도 했지만 온종일 헤매 다니느라 힘들어서 눈물을 머금고 포기..
밥을 먹고는 잠깐 거실에 앉아있다가 – 이 집 거실엔 벽난로 모양의 가스난로가 있는데 이 앞에 딸기와 함께 앉아있으려니 정말 기분이 좋았다. 벽난로가 타는 거실 카펫 위에서 신문을 뒤적거리는 나와 그 앞에 길게 누워있는 딸기.. 어쩐지 멋진 그림 아닌가? – 너무 졸려 올라와 씻고는 또 여덟시에 잠에 빠져 열 두시에 일어나 다시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 만화책 한 권을 다 읽고 낮에 가져온 신문을 뒤적거리고 있는데 세 시가 넘자 남편이 깼다. 뒤척거리다 네 시쯤 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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