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3일부터 15일까지

몇 주 만에 글을 올리는 것 같다. 그 동안 다이어리에 짤막하게나마 일기는 계속 썼지만 (새해 들어 하루도 빠짐없이 기록하고 있다! 매년 결심하곤 했지만 바쁘거나 피곤한 동안은 쓰지 못했는데 이제 좀더 신경 써서 일기를 써야겠다 마음먹고 있다. 사실 요즘 쓰는 다이어리엔 2002년의 기록이 조금씩 남아있는데, 그걸 보면 정말 재미있기도 하고 후회도 되고.. 아무튼 좀더 성장했다는 걸 확인하는 기회가 되는 것 같아 재미있다.) 이것저것 일이 많아 마음의 여유가 없어 컴퓨터 앞에 앉는 일이 쉽지가 않았다.
뭘 했느냐 하면:
3일엔 가게 마치고 가연이네 가서 맛있는 저녁(한국에서 보내온 ‘귀한’ 곱창전골과 갈비구이.. 광우병 파동이라는데 가는 곳마다 갈비를 주신다. 아무래도 한국사람들 정서로는 명절엔 갈비를 먹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듯.. 뭐 우리야 별 상관없이 맛있게 먹지만.. ^^)을 대접받고 놀다 왔다. 그 집도 기러기 가족인데, 딸 공부도 중요하지만 그래도 부부가 떨어져 외롭게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한국의 슬픈 모습 중 하나인 것 같다.
4일엔 집에서 꼬박 번역 일을 하면서 하루를 보냈고, 저녁 때 미니미네가 놀러 와 남편이 갈비찜이랑 만두 국을 만들어 함께 저녁을 먹고 엄청난 찬사를 들었다. (이러다 정말 남편이 식당 차리겠다고 하는 게 아닌지.. –;;; 사실 맛있긴 했다.)
5일 월요일엔 남편이 정육점에 첫 출근을 했다. 비록 파트타임이긴 하지만 세금을 내면서 급여기록이 남게 해주는 직장이니 우리 입장으로는 고마운 일이다. (점점 일반적인 사람들이 좋은 사람들로 특이하게 느껴지니.. 큰일이다.) 영하 8도나 되는 추운 날씨라 좀 걱정이 되었지만 그래도 씩씩하게 일하고 왔다.
다음날인 6일은 연휴 이후 제대로 일하는 첫 날인데 눈이 많이(15cm 정도?) 내렸다. 캐나다의 다른 지역들과는 달리 눈이 잘 내리지 않는 밴쿠버는 아침부터 기상 이변이라도 난 듯 뉴스에서 계속 비상벨을 울려대고.. 덕분에 새가슴인 나는 겁을 잔뜩 집어먹고 출근했지만 조심조심 아주아주 천천히 운전을 한 덕분인지 무사히 집에 도착해 자신감 만땅이 되었다. (그래도 퇴근 길에 어느 차가 눈에 미끄러졌는지 길가 턱에 걸려 대롱대롱하는 것을 보니 가슴이 섬찟하긴 했다.) 저녁 때는 딸기 눈길 산책도 시킬 겸 걸어서 피자를 사 와 저녁을 먹었다. 이 곳은 피자를 배달시키면 추가 요금이 붙고, 그 외에 팁도 준다. 우리는 보통 미리 전화로 주문을 하고 직접 가서 피자를 받아온다. 여기도 피자 가격은 한국과 비슷해 그리 저렴한 식사는 아니지만 우리는 중간 사이즈 두 판(한 2만원 정도?)을 사면 두세 끼가 해결되어 편한 맛에 가끔 사먹곤 한다. 내가 좋아하는 피자는 Mediterranean(지중해-발음(메더터레이니언?)이 너무 어려워 전화로 주문할 때마다 혀에 쥐가 난다.. –;;)피자로 그리스 페타 치즈가 얹혀있어 아주 고소하다. 남편은 클래식 피자나 양파가 많이 들어간 걸 좋아한다. 또 남편은 얇은 빵을 좋아하고 나는 두꺼운 빵을 좋아하는데, 왜냐면 피자를 사면 주는 마늘이나 치즈 맛 등의 소스에 두꺼운 빵 가장자리를 찍어먹으면 아주 맛있기 때문이다. 처음에 피자를 먹었을 때는 너무 짜서 그 이후 한참 동안 피자를 안 먹었는데 지금은 안 짠 것으로 골라먹는 요령이 좀 생겼다. (짜다기 보다는 양념이 강하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피자뿐 아니라 여기 음식은 많이 짠 편이다.)
7일부터는 다행히 날이 따뜻해져서 눈이 녹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 무렵부터 이 주까지 나는 계속 내복신세를 졌다. 워낙 추위를 많이 타긴 하지만 나이를 먹으니까(?) 조금만 추워도 더 옷을 껴입게 되는 것 같다.
남편이 일을 하는 날은 나보다 일이 늦게 끝나니까 가게에 혼자 남아 책을 읽거나 하다가 시간이 되면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데, 보통 귀가 시간이 7시 이후가 되니까 좀 피곤한 느낌이다. 지금은 적응이 좀 되었지만 그래서 그 동안 글을 올릴 여유도 별로 없었던 것 같다. 토요일까지 꽉 찬 하루하루였다. 남편은 처음으로 큰 차(짐 나르는 밴)를 몰아보는 부담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다. 곧 좀더 좋은 차로 바꾼다는데, 좀 나아지려나?
휴일인 11일엔 갑자기 휴대폰이 고장 나서 서비스를 맡기러 가면서 남편과 나가서 베트남 국수(역시 저렴한 식사다. 둘이 실컷 먹고 팁 포함 만 5천원이 안 나오는데 정말 맛있다. 한국에 있을 때 나는 포 먹으러 가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여기서는 맛을 들여 종종 간다. 내 생각에는 한국에서 먹던 베트남국수보다 훨씬 맛있는 것 같다. 질 좋은 고기도 듬뿍 들어있다.)로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아직 녹지 않은 얼음 위를 오리가 이리저리 미끄러지면서 조심조심 걸어가는 호수에서 잠깐 산책도 하고 돌아왔다. 그리고는 ‘40일 만에’ 온 영화 할인티켓으로 드디어 반지의 제왕 3편을 보러 갔다. 이민 온 후 처음으로 가는 “영화구경”. 들떠서 룰루랄라 갔지만 너무 앞에 앉아서 본 탓인지(극장에 사람들도 많지 않고 정해진 자리가 없어 아무데나 앉으면 된다) 좀 멀미가 나 괴로웠지만 역시 영화는 멋지더군.
12일 월요일엔 집에서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하고 쉬다가 저녁 때는 남편 선배 딸인 선하의 숙제(비디오 영상 편집)를 남편이 도와주기로 해 와서 숙제를 마치고 11시가 넘어 돌아갔다.

그렇게 지나간 하루하루였다. 그리고는 화요일부터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나는 가게에 나오고 남편은 출근하고.. 가게는 지난 주부터는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가 손님들이 꾸준히 오고 있다. 다행한 일이다. 남편은 다음 주부터는 주 3일 출근이라고 한다. 안 나가는 날에는 다른 일을 알아본다고 한다. 너무 무리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남편이 번역할 때마다 성실하게 납기를 맞춰서인지 자주 의뢰가 오고, 또 유학 일도 계속 돕고 있으니 앞으로 더 바빠질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둘 다 열심히 살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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