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맞는 집에서의 아침, K씨는 일찍 출근하고 동생과 나는 베이글 하나를 구워서 반쪽씩 크림치즈를 발라 먹었다. (우리가 없는 동안 K씨가 아침으로 먹으려고 사 둔 듯.)
여행에서 돌아오면 주변을 살살 다니며 쇼핑이나 하자 얘기했었기에 일단 나가기로.
동생이 좋아하는 공원에 가서 바닷가 주변 산책로를 걷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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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으로는 공원에서 fish & chips. 오랜만에 주문해 본 레모네이드가 예전보다 달아진 듯.. 그리고 예전엔 레몬 한 개가 들어있었는데 반 개 뿐이다. 이렇게 조금씩 변하는 모습을 보면 좀 씁쓸. 그래도 fish & chips는 여전히 맛있었다.
거의 다 먹었을 무렵 거위떼들이 몰려와 포장용 종이를 테이블 구멍을 통해 냉큼 채갔다. 새를 무서워하는 동생은 깜짝 놀라 의자 위로 후다닥 도망 가고. 여섯 마리의 거위가 감자튀김을 먹으려고 아래서 난리. 만일 생선이 남아있었을 때 이런 일을 겪었으면 진짜 화났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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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매년 올 때마다 반복되는 패턴이 하나 있다.
편하게 입고 신나게 놀러다니다가, 여행 막바지에 이르면 그간의 거지꼴을 반성(?)하면서 우리 좀 꾸미고 다니자 하면서 쇼핑을 한다 ㅋㅋㅋ
동생도 나도 쇼핑을 그리 즐기는 타입들이 아니라 평소 백화점이나 몰엔 거의 안 가는데, 이렇게 연례행사로 이것저것 구경하곤 하는 게 또 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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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K씨가 뭘 사주겠다고 해서 반지를 하나 살까 하다 말았는데 (좀 보다가 내 손 사이즈에 맞는 걸 찾기 귀찮아서 그냥 아이패드를 샀다) 동생이 지금 그런 모양이다. 은반지를 사고 싶단다. 그래서 예전에 내가 구경했던 집에 가서 짝 맞춰 한 쌍 씩 마련. 예전엔 작은 사이즈가 없었는데 새로 나온 모델들은 작은 사이즈가 생겼다.
왼편이 나 오른편이 동생. 나는 심플한 것, 동생은 귀여운 것. 동생도 나도 걸리적거리는 게 싫어서 장신구를 잘 못하는데 뭔가 반짝거리니 이쁘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또 며칠 끼다 처박아두지 말고 일년간 열심히 껴보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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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오니 동생도 나도 평소에 안 하던 일들을 많이 하게 되네. 컵케익도 먹고.
설탕의 힘으로 옷 구경도 하고 놀다가 집에 가서 어제 남은 조기, 아보카도와 밑반찬 해서 밥 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