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끝났다.

학교에서 근무하다 보니 9월이 될 때마다 마치 새로운 해가 시작되는 듯한 느낌이다. (캐나다의 신학기는 9월에 시작한다.) 휴가 갔던 사람들도 대부분 돌아와 신학기를 준비하는 8월의 마지막 주, 학교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며 새로 학생증을 만들거나 교과서를 구입하는 신입생들로 뭔가 들뜬 분위기다.

월요일엔 출근을 하고, 화요일은 격주 휴무로 쉬면서 집안 정리. 그리고 수영장에 가서 아쿠아핏 수업을 듣고 양쪽호흡 연습. 낮에 하는 아쿠아핏 수업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많았다. 저녁 수업에 비해 좀 더 쉬운 움직임이었지만 물 속에서 움직이면서 물의 저항을 느끼는 자체가 여전히 좋았다.

저녁은 간만에 김밥.


8월 31일 수요일

점심 시간에 학교 다닐 때 친구들 중 유일하게 연락하고 있는 V를 만나 몇 달간 밀린 수다. 드디어 정규직 채용이 되었다고. 오래 기다려 왔던 일이라 나도 무척 기쁘다. 아들 둘이 고등학생이라 항상 바쁜 V. 그래도 가까운 곳에 살아서 종종 만날 수 있어 좋다.

오후에는 K씨 갑자기 출장을 간다고 연락. 무슨 회사가 이렇게 급 출장이 많은 거야 ㅋㅋ 심지어 언제 오는 지도 모른다고;;

퇴근길에 S와 수다를 떨다가 엊저녁 먹은 김밥 얘기가 나와서 배고파져 김밥집에 가보기로. S는 한국 음식을 먹어본 적이 거의 없단다.


김밥집에 앉았는데 쌀쌀해서 결국 국밥과 칼국수 주문? 김밥 전문점이다 보니.. 맛은 그냥 저냥.


9월 1일 목요일


혼자 먹는 아침. 간단하게 커피에 베이글. 동생과 여행갔던 섬에서 사온 염소치즈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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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기 시작 전 직원들을 위해 버거와 핫도그 점심을 제공하는 날이었다. 집에서 새싹만 싸가서 베지버거에 넣어 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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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씨는 여전히 출장 중이고 어제 별 맛 없던 저녁을 S가 샀기 때문에 오늘은 내가 좀 더 맛있는 한식을 사주겠다고 했다. 퇴근 길은 천둥 번개에 비가 억수같이 내리고 심지어 우박도 쏟아져서 운전하는데 무서웠다 ㅠㅠ


순두부 전문점에 가서 버섯 순두부 하나랑 돌솥 비빔밥 하나 주문. S가 돌솥 비빔밥을 무척 좋아했다 ㅋㅋ

배부르게 먹었으니 수영장에 갈까 싶었으나, 비도 계속 오고 하늘에서 계속 우릉우릉 소리가 나서 밤에 운전하기 무서워져서 그냥 일찍부터 침대에 들어가 버림.


2일 금요일


이 날도 비가 세차게 내렸다. 9월이 되자마자 나 여기 있었다는 듯이 쏟아져 내리는 비.

K씨는 드디어 출장에서 돌아왔다. 날도 춥고 한동안 바빴어서 요리하기가 싫어서..


사흘째 외식.. 이 날은 보쌈과 칼국수.

K씨도 긴 운전과 출장으로 지쳤고 나도 무척 피곤했던 일주일을 보낸 터라 일찌감치 잠자리로.


3일 토요일

월요일이 휴일이라 연휴의 시작. 이번 주말은 그냥 푹 쉬기로. 긴 여름 동안 쌓인 피로를 조금씩 덜어내고 있는 중.

늦잠을 자고 일어나 간단히 커피와 베이글로 요기를 하고 간만에 동네 산책에 나섰다.


요즘 우리 동네는 몇 주마다 풍경이 확확 변하고 있다. 우리집과 몇 블록 떨어진 낡은 아파트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비워지고 또 헐리고 있다. 여기 살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떠나갔을까…


철거가 시작되었지만 아직 사람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촌으로 찾아온 이동 도서관. 이 모습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점심은 지난 주 동안 먹고 남은 것들 이것 저것. 냉장고 정리 차원의 식사. 그리고 저녁은 피자. 넷플릭스에 있는 한국 영화도 보고 (특종  조정석 연기가 좋다), 아가씨도 보고. 이미 원작은 읽은지라 기대를 했던 아가씨는 2부까지는 정말 예쁜 화면. 음악도 좋고. 3부는.. 어느 영화에서도 비껴가지 않는 그 분의 취향…


4일 일요일

늦잠 자고 일어나 커피와 피자로 아침. 이번 휴일은 정말 한없이 게으르게 보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식사는 다 탄수화물이라는 게 좀.. 그렇지만.


아침 먹고 동네 호숫가 산책. 할아버지들이 리모트로 보트를 띄우며 놀고 계셨음. 모래를 실은 바지선이다 ㅎㅎ

호숫가를 두 바퀴 돌고, 이런 저런 얘기 나누며 호숫가 벤치에 앉아 있다가 한국마트에 가서 장을 봄.


점심은 장 봐온 떡볶이.

  
후식으로 나는 구구콘, K씨는 팥빙수. 떡볶이 떡과 함께 호박설기, 송편도 사와서 녹차와 함께 간식 및 저녁으로 먹었다. 이번 주말 정말 탄수화물은 원없이 섭취하는구나 ㅋㅋㅋ

이 날은 마리텔을 보고 나서 알게 된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를 쭉 봤다. 딸기가 있었으면 이렇게 했겠지 저렇게 했겠지 K씨와 얘기를 나누면서. 그리운 우리 딸기.


5일 월요일


오늘도 늦잠을 자고. 아침에 K씨가 커피를 만들어 주었다. 오늘 아침도 피자 남은 것.


두꺼워서 집 세탁기에서 빨 수 없는 침낭을 빨러 세탁방에 갔다.
침낭과 함께 나의 여름이 빨려지는 느낌. 여름이 끝나가는 느낌.

훠궈를 만들어 이른 저녁. 내일부터는 가을이구나.

4 thoughts on “여름이 끝났다.

  1. 바람

    공감~~ 학교쪽에서 일하다보면 진짜 학기별로 인생이 흘러가는 거 같아요.ㅋㅋㅋ
    저도 여름잠 자다 9월부터 뭔가 깨어난 느낌.
    더위가 가신건 좋은데 마른 여름보내고 태풍땀시 한번씩 비가 무섭게 내리네용.ㄷ ㄷ ㄷ

    Reply
    1. Ana Post author

      기대감에 가득차서 눈을 반짝거리며 돌아다니는 신입생들을 보면 기분이 참 좋아져요. (물론 세상 다 산 것 같은 분위기의 학생들도 있지만 ㅎㅎ) 덩달아 에너지가 충전되는 느낌이예요.
      날씨가 중간이 없고 덥든지 춥든지 하네요. 더군다나 엊그제는 지진까지.. 정말 깜짝 놀랐어요. 바람님 댁은 별일 없으신지.. 장언니댁이 부산쪽이었죠? 별일 없었어야 할텐데..

      Reply
      1. 바람

        여긴 멀쩡한데 부산쪽은 진짜 장난 아녔드라구요.
        시댁도 글코 아는 오빠 학원은 3층인가 그런데 책 다 쏟아지고 무서웠다고..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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