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

캐나다 통계청에서 내놓은 캐내디언 평균 수명은 2012년 기준 남자 80세, 여자 84세이다. 의학 발전 때문에 수명은 늘었는데 인간의 몸은 그렇게 설계되어있지 않아서, 어느 시점부터는 억지로 버텨나가게 되는 것 같다.

평균 나이로 계산했을 때 내가 앞으로 살 날이 이제껏 산 날들보다 짧아지고는 있지만, 그렇다 해도 (평균을 채울 경우) 앞으로 살 날들이 엄청 길게 남았는데 몸은 그렇지 않다고 항변하는 듯 하다.


위 글은 얼마 전에 호르몬 때문에 몸이 힘들어서 투정부리듯 쓴 글인데, 오늘 아침에 눈을 떠 개표 과정을 체크하고는 답답함이 너무 커서 덧붙인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한국 대선 투표를 절반 정도 개표한 시점이다. 1번 후보가 당선이 확실하다는 소식이다. 예견된 결과. 내가 심정적으로 지지하던 후보는 아니지만, 그래도 범죄자는 아니라는 안도감이 아주 약간은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 아침 가장 아팠던 것은, 어떤 인간인지 정당인지 고민도 없이 표를 주는 자들의 지적능력에 대한 절망이었다. 제발 순수한 마음으로 모든 어르신들의 장수를 빌게 좀 해주시오.

오늘 아침의 절망에 더해 이번 선거를 통해 질리도록 느낀 징그러움은 바로, 내 바로 윗세대(불과 몇 년 차이지만)에 대한 것. 이는 정말 공감했던 김규항 씨의 글로 대신한다:

발광

민주화 이후 운동 이력 팔아 정치인도 되고 운동 추억 팔아 작가도 되고 노선을 바꾸어 교수도 되고 변호사도 되고 안면몰수하고 강남 학원 원장도 되어 극우 기득권 세력과 정권을 놓고 경쟁하는 리버럴 기득권 세력이 된 386. 김대중, 노무현 정권 10년 동안 사회 문화 전분야에서 온갖 기득권을 누리며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노동을 법제화하고 삼성공화국을 만들어 헬조선을 기초함으로써 인민의 신망을 잃고 정권을 넘겨준 그들은 요행히도 최순실과 박근혜의 패악질 덕에 제 세상을 되찾을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눈이 돌아갈 수밖에. 어젯밤 그들의 발광이 또 한번 시작된 모양이다. 오래 전 그들의 친구였던 나는 진심으로 그들이 부끄럽다.

이 세대가 오늘 아침 지도를 붉게 물들인 세대와 얼마나 다른지, 나는 잘 모르겠다.


몸도 몸이지만, 늙어 가면서 정신과 마음이 항상 깨어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노력해야 한다.

p.s. 그야말로 사족: 물론 세대 전체에게 하는 말은 아니다. 제 정신 붙들고 사시는 분들 많은 것 알고 있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