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은 작가의 단편집 아무도 아닌을 읽고 있다. 한 줄 한 줄 아껴가면서.
빨간 책방을 통해서 알게 된 작가인데, 마침 여기 도서관에서 구할 수 있었던 百의 그림자 (2010)를 읽고, 무려 십여년 만에, 잊고 있었던 책읽기의 희열을 느꼈다. 출판된 장편 세 권 모두와 단편집 세 권 중 한 권을 읽었는데, 또다른 장편 계속해보겠습니다(2014)도 정말 좋았었다. 읽고 있으면서 읽는 책을 다시 읽고 싶고, 또 다음 책이 기대되는 이런 작가가 있다는 것이 고맙다.
좋았던 구절들은 나중에 옮겨 적을 예정.
황작가님 책은 제가 사는 도서관에는 없는데 구글 북스에 샘플이 있어서 상행이라는 단편을 읽는데 중간에서 끊어졌네요. 돈주고 사서 보라는 말인듯.
이야기는 읽다가 가을의 싸하고 차고 시골 냄새가 나는, 그러니깐 중간에 나오는 할머니 저고리 냄새가 실제로 나는거 같은데요. 그래서 오제가 시계를 끄는 예날이야기 후 어떻게 끝나나요?
고추따는 날 묘사는 제가 어려서 외가에서 보던 일상들과 똑같아요. 갑자기 그리움이 확 밀려옵니다.
1억 6천만원 있으면 그 땅 다 사고 싶네요. 요즘은 시골에도 땅을 사기가 무척 힘들다고 들었어요. 귀농하려는 사람도 많은데 외지 사람들한테는 땅을 안 팔려고 한다고 하더라구요. 책이야기 시작하다가 딴소리로 끝났네요.
뭔가 큰 사건이 일어나지는 않아요. 그리고 나서 집에 돌아오는 길까지를 담담하게 묘사하는데, 읽으면서 마음에 조금씩 찬 바람이 느껴지지요.
어렸을 적 얘기 써보시면 좋겠어요. 저도 가끔 생각은 하는데.. 적어도 아직까지는 굳이 세부적인 기억을 되살리고 싶지가 않거든요. 좋은 추억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기억도 많아서요. 언젠가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겠어요 ㅎㅎ
아. 아무일도 안 일어나는건가요?
저도 어려서 너무 기억하기 싫은 일들이 많아서 별로 떠올리기 싫은게 많아요. 주로 기억들은 그런게 남은거 같고 그 때문에 모닝 페이지 할때도 아주 힘들었어요. 그 기억을 자꾸자꾸 파는 날들이 있었거든요. 누군가는 그걸 다 드러내야 치유가 된다는데 아무튼 그랬습니다. 좋은 기억들은 대부분 외할머니랑 관련된것들이예요. 시골의 기억들.
며칠 전에 엄마랑 외할머니가 무척 보고 싶더라구요. 특히 외할머니는 돌아가시기 전에 제가 잘못한 게 많아서..
기억을 되살린다는 건 때론 참 고통스러운 일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