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달 간의 문화 생활

영화 I, Daniel Blake
작년 가을 밴쿠버 영화제에 왔을 때 보고 싶었으나 영국 액센트에 대한 우려로 나중에 자막본으로 보기로 했던 영화. 보고난 직후의 느낌은 이거 너무 클리셰 아닌가 싶었는데, 조금 생각해 보니 이건 실제로 매일같이 일어나는 일들일 거고, 그것을 겪는 사람들에 대한 존중에서 비롯된 클리셰겠구나.. 싶어서 답답하고 슬퍼졌다.


영화 Get Out
공포 영화는 웬만하면 보지 않고, 더군다나 극장에서 보는 일은 없는데, 친구가 가자길래 따라나서봄. 상영관이 Rio Theatre라고 밴쿠버에 몇 개 남지 않은 오래된 독립극장인데, 한번쯤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로비에서 술도 팔아서, 팝콘에 맥주를 마시면서 영화를 볼 수 있다. 맥주 한 잔에 기분도 좋았고 영화도 적당히 무섭고 꽤 재미있었고. 즐거웠던 시간.
이 극장에서는 팬 대상으로 Rocky Horror Picture Show 등을 상영한다고 함. 종종 가봐야겠다.
(쓰다보니 영화 리뷰가 아닌 극장 리뷰;;)


세월호 이후의 사회과학
최근에 알게 된 좋은 분들과 함께 책읽기 모임(을 빙자한 먹고 노는 모임?)을 만들었다. 첫번째 모임의 주제는 세월호 관련 책이었는데, 부담없이 조금씩, 읽을 수 있는 만큼만 읽고, 모여서 읽은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
나는 세월호 이후의 사회과학이란 책 중 김환희 교사가 쓴 부분을 읽었다. 처음엔 너무 딱딱한 책을 고른 것 같아 걱정했지만 아주 마음에 와닿는, 좋은 글이었다.
찾아보니 온라인으로도 (똑같지는 않지만) 내용을 볼 수 있다. 나중에 이 온라인 글을 고쳐서 책으로 낸 것 같다. 새로 추가한 내용이 나는 참 좋았다. 출판사에서도 좋았는지 페이스북에 올려두었다.


콘서트 Queen + Adam Lambert

공연 시작 전 무대의 모습

살다 보니 Queen 콘서트를 보는 날이 오네. 전 날 (캐나다 데이) 음주의 여파로 집에서 늘어져 있다가 주섬주섬 나가서 핫하다는 퓨전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콘서트장으로 향함. 모여드는 관객들과 함께 줄을 서서 들어가려니 갑자기 엄청 신이 났고, 대부분의 노래를 알고 있어서인지 콘서트 내내 흥겨웠다.

원 멤버 중 남아있는 사람들은 기타리스트 Brian May와 드러머 Roger Taylor, 그리고 American Idol 출신의 Adam Lambert가 함께 공연했다. Brian May는 예전처럼 – 이제는 은발이 된 – 긴 머리를 휘날리며 연주를 했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웬지 오랫동안 같은 길을 걸어온 장인들에 대한 경외감 비슷한 느낌이…


연극 The Two Gentlemen of Verona – Bard on the Beach


매해 여름마다 바닷가 공원에서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상연한다. 직장에서 저렴한 리허설 공연 티켓을 판매하길래 처음으로 가 봄.

내용은 매우 막장. 대사들은 이해가 어려웠지만, 개가 등장해서 웃음을 주는 장면이 많아 어쨌거나 즐거웠다 ㅎ


콘서트 Bob Dylan

밥 딜런이 밴쿠버에서 공연을 한다기에 웬지 가보고 싶어서 예매는 해 두었는데, 사실 아는 노래가 많지 않아서 투어 때 연주하는 노래들 리스트를 찾아서 다운을 받아 듣고 책을 빌려 벼락치기 공부를 했다.

밥 딜런은 어렵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여러번 들어보니 아주 좋아졌다. 하지만 정작 공연에서는 모든 노래를 다르게 편곡해서 불렀음 ㅋㅋㅋ 골수팬인 친구 D도 함께 갔는데 원곡과 너무 다르게 편곡하고 노래도 못 불렀다고 좀 불만스러워했음 ㅋㅋㅋ 어쨌거나 나는 좋았다. 노래 외에는 말 한 마디 안 하고 콘서트 마지막에 잠시 무대에 서 있었던 게 다였던 쿨한 딜런 옹. 앞으로도 건강하시길.


드라마 비밀의 숲

정말 오랜만에 본 드라마. 여러가지 허점들이 많아서 중간에 여러번 깨긴 했지만.. 조승우 배두나 두 배우들의 연기가 좋아서 끝까지 봄. 그런데 마지막 편까지 보고 나니 영화 더 킹처럼 하도 가르치려 들어서 전체적인 느낌은 그저 그랬다…

조승우의 감정없는 연기는 말아톤을 자꾸 연상시켰음 ㅎ


아몬드 – 손원평

평이 좋아 집어든 청소년 소설. 사전 정보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비밀의 숲과 같은 캐릭터가 나온다. 잘 읽히고 새로운 사실도 많이 알게 되었지만 강력한 사랑의 힘..같은 것에 회의가 드는 걸 보면 나는 비뚤어졌나봐.


드라마 청춘시대

젊은 친구들이 상황 때문에 힘들어하는 드라마는 마음이 아파서 잘 안 보는데.. 넷플릭스에 있길래 이틀간 정주행. 마지막 두 편 남았다. 역시 마음이 아프다. 그 와중에 빵 터지는 대사들이 자주 나오는데, K씨가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 연애시대 도 그랬던 걸 보면 작가의 내공인 듯.


감상은 바로바로 써야하는데 한참 만에 쓰려니 기억도 잘 안 나고 힘들다 헥헥

2 thoughts on “지난 몇 달 간의 문화 생활

    1. Ana Post author

      아 지난번에 설문조사 하셨잖아요 ㅎㅎ 논문 때문에 바쁘셨나 보다.
      재미있긴 해요. 일단 배우들이 매력적이라.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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