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한국여행 – Day 0, 1, 2

3년만에 한국에 다녀왔다. 마지막 한국 방문 때는 몸도 마음도 피폐했었고, 날씨는 너무 추웠다. 힘든 여행이었다.

이번엔 봄이라 기대가 많았다. 이때쯤 심하다는 미세먼지에 대한 우려가 좀 있었지만, 지난 해 여름 BC주 산불이 났을 때의 공기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다.

나이드신 부모님을 뵈러 가는 것이 이번 여행의 주목적이었던 K씨는 이래저래 마음이 무거웠겠지만,  그래도 주어진 환경에서 최대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왔길 바란다.

출발 전날까지 근무도 하고 책모임도 하느라 짐도 막판에 설렁설렁 쌌지만, 사실 캠핑을 자주 다니다보니 짐싸기는 익숙하고, 설사 뭔가를 빠뜨렸더라도 공산품이 풍요로운 나라니 걱정도 없다. 여차하면 동생의 옷과 화장품 등을 빌려쓸 수도 있고. 단출하게 짐을 싸두고 잠자리에 든다.


Day 1

집에서 공항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할 예정이었으나 J님 부부께서 공항까지 데려다주신다기에 신세를 지기로 했다. 마침 아침에 비가 내리기 시작해 더 감사했음.

찍은 사진이 달랑 요거 하나네.

큼직한 물통을 들고 가서 출국수속 후 물을 가득 채워서 비행 중에 계속 물을 마셨다. 덕분에 화장실을 자주 가긴 했지만 시차 적응에 도움이 된 것 같다. 가기 전 꽃가루 앨러지로 고생을 하던 중이라 수분이 필요하기도 했고.

Air Canada를 이용했는데, 한국행 비행기라 그런지 한식 기내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첫 식사는 비빔밥이었고 두번째 식사는 짜장면이었다. (영문 표기는 pork chapchae여서 당면을 먹으려고 주문했으나 짜장면이 등장 ㅋㅋ) 면이 그리 땡기지 않아서 K씨에게 주고 나는 소고기와 감자 요리를 먹었는데 그것도 나쁘지 않았다. 비행기 안에서 먹는 음식이 부담스러워서 채식 예약을 하곤 하는데 이번엔 바빠서 생략했더니 오히려 잘 된 듯. (채식 기내식은 항상 맛이 없었다.)


Day 2

첫 끼니 때 마신 백포도주의 힘으로 몇 시간 정도 자다가 일어나서 영화 두 편을 보고 나니 한국 도착.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

짐을 찾은 후 청주로 가는 버스 표를 구매한다. 곧바로 있는 버스는 매진이고 30분 후 출발하는 버스도 몇 장 남지 않았다. 표를 산 후 임시 전화를 개통하러 간다.

공항 내 편의점에는 KT의 절반 정도 가격 (유심 포함 37500원 정도로 기억)에 외국인용 전화를 개통해 주는 서비스가 있다. 3개월 동안 유효한 전화번호와 1GB 데이터가 포함된다. 편의점에서 유심을 구입한 후 편의점 앞 의자에 앉아 있는 분에게 가서 개통을 하면 되는데, 의자 옆에 깃발 하나 세워 두고 있는 모습이 좀 못 미더워 보여서 (여권 사본을 제출해야 함) 잠시 망설였지만, 앳된 모습과 훈련된 친절함이 웬지 짠해보여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전화를 개통함. (사용에 문제는 전혀 없었다.)

청주로 가는 버스 안에서는 내내 mb의 구속영장 청구 및 스님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뉴스가 계속된다. 서울시를 봉헌하겠다던 이장로에게 표를 던졌던 사람들 생각에 우습고도 씁쓸하다.

청주 터미널에서 동생 부부와 조카를 만난다. 변함없는 모습이 반갑다. 바로 예약해둔 식당으로 향한다.

껍질 부분만 뜨거운 물을 부어 살짝 익힌 두툼한 도미회를 쌈장과 단무지, 무순을넣고 배춧잎에 싸먹는 곳인데, 메인이 나오자마자 우와~하고 먹느라고 사진은 까맣게 잊음. 회를 계속 리필해 주시고 도미 조림, 머리 구이 등도 계속 나온다.

1년만에 본 조카는 키가 더 커져 있다. 같이 얘기하는 게 더 재미 있을 나이가 되니 조카가 바빠져서 만날 시간이 없다.

장시간 비행과 시차에 아랑곳없이 잘 먹고, 동생네 집으로 가 씻고 푹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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