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굵은 한국여행 기록 – Day 1

5년만에 간 한국에서의 시간은, 이상할 정도로 참 좋았다.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내가 바뀌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아마도 둘 다일 것이다.

준비할 때부터 설렜다. 이민 후 첫 몇 년간은 한국에 갈 때 이것저것 선물을 사들고 갔는데 전부 한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임을 깨달은 후 (심지어 더 저렴함…) 아예 두 손 가볍게 가서 밥을 사거나 했었다. 하지만 이번엔 그걸 다 알면서도 뭔가를 싸들고 가고 싶었다. 한국 방송에 나왔다던 캐나다 과자나 밴쿠버에서 볶은 커피 등 그냥 재미삼아 가져가는 물건들이지만 준비하면서 즐거웠다.

장거리 비행도 시차적응도 쉽지 않던 기억인데 이번에는 그마저도 괜찮았다. 에어캐나다의 기내 안전 비디오도 귀엽고 예뻤다 (캐나다의 대표 도시들을 소개하면서 거기에 안전수칙을 곁들임).

North Vancouver의 Capilano Suspension Bridge

유일하게 힘들었던 점은 기내 슬리퍼를 준비하지 않아서 화장실에 갈 때마다 첼시부츠를 신고 벗느라 낑낑댄 것. 출퇴근 포함 거의 매일 신는 아이템이라 별 생각 없이 이거 하나 달랑 신고 갔는데, 다음 번 여행을 위해 기록해 두자면 반드시 신고 벗기 쉬운 신발을 신고 가자! 한국은 어딜 가나 신발을 벗을 일이 많았다. 대부분의 식당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병원이나 미용실같은 곳들도 신을 벗고 슬리퍼로 갈아신고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시차 적응은, 갱년기에 들어서 잠을 제대로 자는 경우가 많지 않아서 여기나 저기나 그다지 차이가 없었다 ㅎㅎ

출발 한참 전에 공항에 도착해서 K는 햄버거, 나는 락토스 프리 디캐프 라떼(한국에선 저런 옵션이 그리 쉽지 않을 것 같아 굳이 주문)에 내가 만든 그래놀라 바로 아침을 먹고 선배가 주문한 술을 한 병 사러 면세점에 가보았는데, 와 밴쿠버 면세점엔 정말 아무것도 없다 ㅋㅋㅋㅋㅋ 하긴 (적어도 내 주변엔) 면세점에서 파는 걸 입고 메는 사람이 단 하나도 없으니 장사가 될 리가 있나. 나중에 집에 올 때 구경해야지 생각하고 이북 보면서 시간을 때웠다. (하지만 올 땐 여행의 흥분이 사라져서인가 공항에서 그냥 누워있었다…)

꺄오 도착

시어머니댁으로. 조금 더 늙으셨지만 그래도 여전하신 어머니가 반겨주신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단 저녁밥을…

홈쇼핑에서 주문하셨다는 어디 호텔 김치가 맛있었고, 전복을 엄청 먹었다…

짐을 풀고 씻고 나서는 K와 내가 좋아하는 동네 마트 구경. 곰표 말표 맥주가 있길래 사서 마셔봄.

맛은 별로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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