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에서는 1년에 한 번 눈 보기도 어렵다더니 다 사기다. 우리 이민 오고는 계속 큰 눈이 와대서 정신없어 죽겠다.
한국처럼 공공교통이 잘 갖추어진 것도 아니고, 원래 눈이 많이 오는 지역들처럼 잘 대비가 되어 있는 것도 아니라 눈이 오면 다들 패닉 상태인데 이런 길을 운전하고 다니는 것이 상당한 스트레스다.
어제는 눈이 온데다 일요일이라 한참 기다려 온 버스를 타고 우찌우찌 출근했더니 눈 땜에 2시에 닫는단다. 은근(이 아니라 대놓고) 좋아하면서 K군 퇴근하기를 기다렸다.
중간에 시간 때운다니까 자기 집에 와 있으라는 친구도 둘이나 있었지만 그 집들까지 가는 길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 고사. 그리고 집에 와서 통화하다가 왜 자기한테 전화 안 했냐며 같이 놀 걸 그랬다고 말해주는 친구도 있어서 모두들 고마웠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온통 눈세계.. 나는 마침 오늘이었던 정기검진 예약을 취소해서 안 나가도 되지만 K군은 출근해야 하는 날이다. 어제 저녁 돌아오던 길이 고속도로였는데도 불구 엉망이어서 오늘은 버스를 타겠다고 한다. 퇴근시간 맞춰 나가서 함께 다운타운 눈구경하러 갈 생각이다.
내일부터는 사흘간 연휴. 어쩌다 보니 사흘 모두 친구들과 약속이 생겼지만 눈 때문에 어찌될 지 모르겠다. 지금 같아서는 다 취소하고 방구석에서 영화나 보고픈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