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학기 끝나고 일복 터져서 거의 주 6일 알바중. 알바해서 얼마나 벌겠냐만서도 배고플 가을을 대비해서 일을 더 하게 되니 기분은 좋다.
2주전 목요일, 과제물 내고 나서 며칠 숨돌릴 시간이 있었다. 마침 K군도 휴가를 내게 되서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왔다.
목적지는 페리로 한 40분 정도 가야 하는 선샤인 코스트. 같은 땅이지만 가운데 긴 해협으로 떨어져 있어 페리를 타야 한다.
조기 우리집에서 노란 1번 고속도로를 타고 달려 페리 선착장에서 점선을 따라 깁슨으로 가는 것이다.
사실 날도 덥고 해서 별로 의욕이 생기지 않아 전날 밤까지 갈까말까 했었다. 당일날 아침에도 어쩔까 하다가 갑자기 가자 해서 그때서야 세수하고 후다닥 집을 나선 것. 일단 집을 나서니 마음이 급해져서 (페리가 두 시간에 한 번씩 있다) 열심히 달리는데 갑자기 K군이 몸이 별로 안 좋다고 해서 페리 선착장에 도착할 때까지도 망설이는 분위기 연출..;;;
그러나 간발의 차로 페리 꽁무니에 타게 되자 매우 기뻐졌다.
K군도 컨디션을 회복해서 함께 페리의 식당에 가서 아침을 먹었다.
평상시라면 저 생크림만 보고도 배가 아파졌겠지만 여행길이라 주문한 딸기시럽 와플. K군은 계란 샌드위치. 커피와 함께 자세잡고 먹으려고 하는데 절반도 먹기 전에 도착한다고 차로 돌아가라는 방송이..;;;;; (출발하고 도착하는 시간 포함하니 40분이 별로 길지 않았던 것.) 와구와구 열심히 먹고 내려갔다. 멀리 우리가 타고 간 페리와 교대하는 듯한 다른 페리가 서 있다.
일단 깁슨으로. 항구에 정박된 수많은 배들과 예쁜 수상 가옥들이 있는 작지만 예쁜 동네였다. 물도 무척 깨끗하고.
날씨가 좋아 딸기여사도 기분좋은 듯.
관광객을 위한 상점들이 늘어선 동네를 산책했다. 딸기도 있고 해서 가게마다 들어가 보지는 않고 (웬지 다 그 집이 그 집이겠지 하는 몹쓸 귀찮음;;;) 주로 거리를 다녔는데 나무마다 나무를 입양한 사람들의 이름이 푯말에 씌어있다. 나무 아래쪽을 각자 예쁘게 꾸며놓았는데 이 나무는 공예제품점 주인이 입양한 나무. 일본식 정원 모형을 깜찍하게 만들어 놓았다.
가운데 사진은 K군과 나 둘다 마음에 들었던 노란집. (멀리서 보니 노랗게 안 보이네;;) 대문 앞에 하얀 의자 두개와 제라늄 화분이 놓여있었다.
그리고 동네 박물관과 식당들.
동네가 무척 작아서 돌아보는데 얼마 걸리지 않았다.
차를 타고 해변도로를 따라 시쉘에 가보기로 했다. 주택가를 따라 가다보니 의외로 꽤 규모가 큰 쇼핑몰들이 들어서 있다. 거주지역을 지나 아름다운 해변이 왼쪽으로 보이고 조금 더 가니 시쉘.
바닷가 바로 옆의 아파트를 보고 멋지다고 부러워했다가 넘의 집들 츠나미 걱정까지;;; 한 후 동네 산책.
딸기는 다른 동네 친구들과 인사도 나누고.
점심때가 되어 뭘 먹을까 궁리하다가 오던 길 해변가에 식당들이 늘어서 있던 곳으로 가기로 했다.
시쉘은 깁슨보다는 조금 규모가 큰, 역시 시골 해변 관광지 동네같았다.
왔던 길을 되짚어 해변가로.
조약돌들이 잔뜩 깔린 맑은 물의 아름다운 바다였다.
다이빙하지 말라고 떡허니 써있구만 개구장이 아이들이 물로 뛰어드느라 바쁘다. 저 소녀는 겁도 없이 저기 서서 물로 뛰어내리려는 중;; 잠깐 산책을 하다 눈에 띄는 촌시런 펩시 간판이라니..;;
역시 바닷가에서는 생선 튀김. 고소한 튀김 냄새에 점심은 여기로 결정.
딸기 여사를 문가에 묶어두었더니 차력을 시도하지만 결국 포기하고 졸고 있다.
새우와 굴, 그리고 광어와 감자 튀김.
바로 튀겨낸 바삭한 튀김옷과 생선이 꽤 맛있었다.
밥을 먹고 깁슨으로 돌아가 동네 공원 벤치에 누워서 거위들 노는 거 구경하면서 쉬다가 슬슬 페리를 타러 가기로 한다.
첫번째 동판은 ‘깁슨’ 선장이 요기 어디쯤 도착했다는 내용, 그리고 두번째는 이 곳에서 촬영한 드라마(The Beachcombers, 1972.. 꽥)에 나왔던 배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 (이 배 요기다 가져다 놓는 동영상도 있다..)
페리를 다시 타고 나올 때는 별도의 승선료가 없다. 아침에 산 티켓이 왕복표인 셈.
딸기여사는 피곤해서 기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