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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캠핑 시작

올해 3월과 4월에는 거의 매일같이 비가 내렸고 5월인 지금도 기온이 낮아 캠핑하기엔 아직 춥지만, 벌써부터 좀이 쑤셔서 쉬는 날이면 집을 나서곤 한다.

작년엔 친구들과 같이 간 적이 많아 먹거리에 신경을 많이 썼었다. 심지어 그릴까지 따로 챙겨서 갔으니…
올해는 최대한 간단히, 요리 안 하고 설거지 안 하는 캠핑을 하기로 했다. 그렇게 마음을 먹으니 캠핑 나서는 게 쉽다. 세면도구와 침낭만 챙겨 가서 캠핑장에 자리 잡으면 차에서 잘 수 있으니까. (정작 떠날 땐 이것저것 조금씩 더 챙기게 되긴 한다만.)

첫 캠핑: 4월 셋째 주 Sunshine Coast

원래 첫 캠핑을 하려던 곳은 작년의 첫 캠핑지였던 Porteau Cove Provincial Park (전기가 연결되어 있어 많이 추우면 전기담요 사용 가능)였는데, 이 캠핑장은 바로 앞이 바다라는 장점은 있지만 주변에 트레일도 없고 해서 좀 심심하다. 그래서 Sunshine Coast로 목적지를 변경.

Sunshine Coast는 섬은 아니지만, 바다를 사이에 두고 갈라진 반도이기 때문에 페리를 타고 간다. 약 40분 정도 소요됨. 페리에서 내려 점심으로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사서 반은 먹고 반은 남겨두었다.

Skookumchuck Narrows Provincial Park trail

차로 한 시간 정도 북쪽으로 올라가면 Skookumchuck Narrows 주립공원이 나온다. 8Km의 쉬운 트레일이 바다로 연결되어 있다.

Skookumchuck Narrows Tides

조수간만의 차 때문에 해류가 한군데서 합쳐지면서 소용돌이치는 곳인데, (Skookumchuck이 원주민 언어로 Strong Water라는 뜻.) 종종 급류에서 카약을 타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지만 우리가 갔을 때는 배 타는 이들은 없었다.

하이킹을 마치고 차에 기대 앉아 아까 남겨둔 샌드위치를 먹고, 다시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혹시 나중에 이용할 일이 있을까 싶어 사설 캠핑장 몇 곳을 슬쩍 구경해보았는데, 규모도 작고 옆 트레일러들과 아주 가깝게 세워둔 곳들이 대부분. 트레일러들 사이 공간에 사람들이 둘러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널찍한 숲 속이나 바닷가 캠핑장만 가본 우리로서는 그다지 머물고 싶은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장기 여행이라던가 그 밖의 다른 이유로 이용하는 캠핑장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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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날의 캠핑은 다시 주립공원. Sechelt의 Porpoise Bay Provincial Park로. 들어가기 전에 Sechelt의 작은 베트남 음식점에서 큰 기대 없이 식사를 했는데, 의외로 깜짝 놀랄만큼 맛있어서 기뻤다.

자리를 잡고도 아직 밝아서 캠핑장 주변에서 자전거를 잠깐 탔다.

Porpoise Bay Provincial Park

그간은 인물 사진 (우리) 거의 찍지 않았는데. 특히 딸기가 떠난 이후로는 더더욱. 요즘은 종종 찍는다. 둘이 막 셀카도 찍는다. 늙었나보다.

캠핑장 샤워실에서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나니 노곤해져서 바로 잠자리로. 이 캠핑장은 사이트에서 불을 피울 수 없고, 랜턴도 안 가져간 터라 어두워지니 할 것도 없었음.

밤부터 비가 내렸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서 커피와 바나나, 그라놀라 바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일찌감치 정리를 하고 내려오니 비가 멎었다. 바닷가를 따라 난 산책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전날 갔던 베트남 식당에 또 가서 이른 점심을 먹었다. 둘 다 다음 날 근무를 하지 않아서 하루 더 있을까 하다가, 계속되는 비 예보에 페리를 타러 갔는데, 아뿔사… 연휴 마지막 날이라 대기 줄이 엄청나다. 세 시간 넘게 기다리면서 책 – The Best We Could Do – 을 읽고, (좋았다.) K씨와 말다툼도 하고. 그렇게 첫 캠핑을 마무리.


두번째 캠핑: 5월 둘째 주 Squamish – Alice Lake Provincial Park

또 일단 떠나보기 캠핑. 떡만두국으로 따끈한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섬. 이번엔 배를 안 타니까 시간 체크하는 스트레스가 없다. Squamish에 도착해서 식료품점에서 얌/감자 샐러드, 코울슬로, 큼직한 로즈메리 올리브유 빵 한 덩어리, 쥬스, 방울 토마토 등 요리를 하지 않아도 바로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샀다. K씨가 작년에 쓰고 남은 장작 조금을 가져왔다길래 그럼 간만에, 하고 소시지도 하나 샀다. 소시지 먹는 건 거의 일년만인 것 같다.

캠핑장은 시내에서 아주 가깝다. 8Km 밖에 안 된다. 우리가 도착한 건 일요일이라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차들이 많이 보인다. 자리를 잡고 빵과 샐러드로 간단하게 요기를 한 뒤 자전거로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호수 네 개를 잇는 6Km 트레일이 있는데, 5월부터는 자전거를 탈 수 없다고 해서 캠핑장에 자전거를 갖다두고 걸어서 2Km 코스만 다녀왔다. 나중에 보니 더 걸었어도 됐는데, 입구 표지판에 음식과 물을 챙기라는 둥 곰 퇴치 스프레이를 갖고 다니라는 둥 경고가 많아서 찜찜해서 짧은 코스만 돌고 나옴.

하이킹 후 신발 털고 있는 중…

사이트에 돌아와서는 맥주를 마시고, 이 얘기 저 얘기 하다가 짧게 말다툼을 하고, 화해를 하고, 불을 피우고 소시지를 구워 빵과 함께 먹었다.

다른 얘기지만, 한동안 꽤 건강하게 먹고 있었는데 요 몇 주 사이에 탄수화물 섭취가 갑자기 늘었다. 직장에서 워크샵이 연달아 있었는데, 제공되는 식사며 간식이 주로 탄수화물.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긴 한데, 확실히 나중에 몸이 무거워지는 걸 느낀다. 그리고 놀러가면 웬지 느슨해져서 평소엔 먹지 않는 것들을 먹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너무 자주 놀러간다는 거지.. 다음 캠핑부터는 먹거리에 조금 더 엄격해지기로 혼자 결심.

이번 캠핑장도 샤워시설이 있는 곳이라 뜨거운 물로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고 잠자리로.

아침엔 커피와 그라놀라 바를 한 개씩 먹은 후 자전거를 타고 시내에 가보기로 했다. 편도 8Km면 체크아웃 시간 전에 가뿐히 다녀올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출발 후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 캠핑장 입구에서 큰 길까지 엄청난 내리막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큰 길이 위험할까봐 K씨가 택한 우회로는 큼직한 돌들이 깔려있는 길이라 자전거가 쿠당쿠당 짜증을 낸다…..

우여곡절 끝에 시내에 도착. 아직 이른 시간이라 동네의 리뷰가 좋은 커피샵에서 아점을 먹기로 했다.

눈 쌓인 산을 보면서 간단히 먹은 파니니와 랩, 잘 마시지 않는 라떼까지. 맛있었지만 다시 돌아갈 생각을 하니 한숨이..

가는 길이 오르막이라 자전거를 타고 올라갈 자신이 없다. 끌고 올라가야 할텐데 그러자니 캠핑장 체크아웃 시간보다 훨씬 늦어질 것 같아, 결국 택시를 불렀다.

접는 자전거를 산 보람이 있음. 소형차 트렁크에 자전거 두 대 넣으니 웬지 뿌듯.

차로 올라가니 10분도 안 걸리는구나. 캠핑장 정리를 하고, 어제 일부만 돌았던 트레일을 다시 걷고, 호숫가에 캠핑 의자를 놓고 앉아서 노닥노닥.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K씨가 먹고 싶다던 파스타로 이른 저녁을 먹고, 장을 보고 돌아와 두번째 캠핑을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