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 삽질

어느덧 여름이 가고 가을비가 내리기 시작. 며칠만에 스웨터를 입어야 하는 날씨가 되었다. 밴쿠버에서는 대체로 비가 잦아지면서 가을로 접어들게 된다. 한국의 청명한 가을하늘과는 대조적인 시커먼 하늘. 낙엽은 바스락거리면서 밟혀야 제맛인데 여기선 빗물에 절여진 낙엽들을 주로 볼 수 있다. (한숨)
그러나 여름내내 꽤 자주 일어나던 화재도 이제 별로 없을 거고 푹신한 니트옷 입고 따뜻한 차 마시면서 책읽는 그런 포근함도 나름 좋아하니까 너무 슬퍼하지 말기로 하자.

오늘도 아침부터 비가 내리지만 모처럼의 일요일인데 (다음주부터는 다시 일요일에 근무하게 되니까) 하고 귀찮음을 무릅쓰고 나가보기로 했다. K씨는 오늘 일하는 날이라 혼자서 몇가지 할 일을 마치고 올 셈이었다.

할 일 1. 코스트코에 가서 사이즈가 맞지 않는 플리스 바지를 환불하고 꿀과 대용량 바디로션을 산다.

보통 우리는 주말에 쇼핑을 하는 편이 아니므로 일요일 낮시간대에 코스트코에 가본 적이 없는데 오늘 가서 식겁. 주차장도 꽉 차고 사람이 무척 많았다. 일단은 바지를 환불했다. (지난번에 왔을 때 집에서 편하게 입을만한 플리스 소재의 바지를 세일하길래 샀는데 코스트코에는 피팅룸이 없으므로 일단 사서 집에서 입어봤더니 S사이즈지만 역시 나에게 너무 컸다.) 꿀을 집어들고 계산하는 줄을 보니 넘 길어 ㅠㅠㅠㅠ 내려놓고 그냥 나왔다. (삽질 1)
 

할 일 2. 지난번 구두정리를 할 때 찾아낸 거의 못 신게 된 구두들을 수선 가게에 맡긴다.

한국에선 보통 알루미늄 섀시로 만든 작은 점포에서 구두들을 수선해주셨던 것 같은데 (어느 겨울에 엄마랑 같이 들어가 쪼그리고 앉아 구두 고쳤던 기억이 문득) 여기선 그런 집은 없고 상가의 점포등에서 구두를 고칠 수 있다. 고치는 값이 그리 저렴하지는 않지만 전에 한번 워낙 험하게 신어 흠집이 많이 난 구두를 새것처럼 고쳐준 적이 있어 감명받았다. 그리고 아무래도 새로 사는 것보다는 훨씬 싸…다고는 하지만 네켤레를 한꺼번에 맡기자 꽤 좋은 구두를 한 켤레 살수 있는 값이 나오길래 갑자기 슬퍼졌다. 돈 내기 전에 구두 다시 들고 그냥 올까 하는 생각이;
(삽질 2)
그래도 좋아해서 자주 신던 신발들 고쳐서 한 해 더 신을테니 괜찮아. 다 고쳐지면 기념 포스팅 예정.

할 일 3. 레인부츠를 구경한다.

출처: http://www.flickr.com/photos/pocait/2839897414/


위에도 말했지만 가을부터 겨울까지 지겹게 비가 많이 오기 때문에 비에
강한 신발은 필수다. 작년부터 길에 고무장화 신고다니는 처자들이 꽤 보여 재미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밭매다 오심?) 요즘 보니 쬠
귀여운 듯도 하고 더더구나 요 며칠 비가 많이 와서 길에 물도 고여있고 해서 조금 관심이 생겼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요게 패션 아이템의 하나가 되어 나름 명품도 있다나. (컥) 브랜드는 십여만원씩 하는데 고무장화 따위에 그런 돈을 쓸 수는 없고 저렴한 아이로다 하나 업어올까 생각중.

그래서 몰에 가서 구경을 좀 했는데 사진처럼 예쁜 부츠는 별로 없더라. 그래서 마침 필요했던 양말 몇 켤레 사가지고 집으로 왔다는 이야기.
(삽질 3)


오늘의 삽질은 이것으로 마쳐야 할터인데…


16 thoughts on “일요 삽질

  1. 접니다.

    난 삽질을 좀 엄청난 걸로 하나 했어 저번 주에.
    바닥에 까는 매트를 세탁기에 넣고 돌렸는데 뒷부분에 고무처럼 대여져 있던 부분이 다 부스러져서 세탁기가 막혔네;;
    고치는 사람이 두 시간 끙끙 대다가 못 고치고 70불 받아 갔네. 쩝쩝
    새로 살까 하다가 부품을 교체하면 175불이라네. 뭐 새로 사는 것 보다야 저렴하네.
    끄응..

    Reply
  2. 트니맘

    ㅎㅎㅎㅎㅎㅎㅎㅎㅎ
    딸기맘님은 너무 귀여우세요.
    그래도 유익한 삽질들이니 보람있는 하루를 보내셨네요.ㅎㅎ
    한국이 날씨는 참 좋은가봐요. 하긴 캐나다 살고싶어도 추운거 싫어서 못간다는 사람도 있더라는.
    여긴 특히 대구라 그런지 너무더워요. 가을이라고는 하나 낮에는 시원한 계곡이 절로 떠올려지는..
    잠시 빨래걷고 새로한 빨래 널고 그러고 들어왔는데 얼굴이 화끈화끈해요. 이제 가을다운 선선한 날씨를
    좀 보여줘도 좋으련만..

    Reply
    1. 딸기맘

      여름에 여름답지 않게 선선하다더니 이제 더운가봐요. 대구가 가장 덥지요? 가을이 길었으면 좋겠는데 점점 여름이랑 겨울 사이에 살짝 지나가는 듯 해 아쉬워요.

      Reply
  3. 금봉네

    수선비… 정말 아까비…계산으로는 분명 신제품 구입보다 경제적인데 수선비가 만만치 않은 경우 후회 막급이라는… ^^;;
    삽질은 아니고 모다 실용품들만 모아 오셨는디요~ ㅎㅎ
    여기는 지난주까지 선선했는데, 어제부터 다시 여름이 될라고 해요~ (날씨가 미쳤나봐요… ㅜㅜ)

    Reply
    1. 딸기맘

      정말 다음엔 돈 내기 전에 하나하나 따져보고 이익이다 싶을 때만 고치려구요. 이번에 그래도 작년에 게을러서 못 고친 굉장히 좋아하는 부츠 하나 고치게 되서 기분은 좋아요. ^^

      Reply
  4. 바람

    저도 뭐 한삽질 하는지라 공감하면서 읽었어요..ㅋㅋㅋ
    장화는 비나 눈이 많이 온다면 꼭 사보고싶은 아이템인데~(요즘 이쁜애들 꽤 많더라구요.)
    그나저나 수선한다고 몇년째 방치하고 있는 부츠가 있는데 올해는 할런지..^^;;;;
    여긴 좀 선선하다 다시 여름이 돌아온듯 찌네요. 불쾌지수 꽤 높은..-_-+

    Reply
    1. 딸기맘

      바람님도 한 삽질? 삽질도 습관인 건가요.. ㅋㅋㅋ
      저도 이번에 앵클부츠도 하나 수선 맡겼어요. 아주 오래된 거지만 좋아하는 거라 고친김에 한번 열심히 신어보려구요. 바람님도 꼭 고쳐신으셈. ^^

      Reply
  5. 눈먼냐옹

    뭐냐?
    삽질 시리즈는 눈에 하나도 안 들어오고, 오직 스몰 사이즈가 컸다는 얘기만이 충격으로 남을 뿐………..ㅠ.ㅠ

    Reply
  6. 애플

    삽질이 이런 뜻이군요 몰랐어요 저는 ㅎㅎ 랭귀지 라면 많이 딸리는 제가 오늘 삽질이라는 단어 배우고 가네요 ㅋㅋ

    Reply
  7. 폴리애미

    전 뭐 ‘삽질’ 은 이미 생활이라….
    이젠 아예 삽질을 넘어 ‘어머, 내가 돌았나봐…나 왜이래….나 죽어야돼….어머, 내가 미쳐…’ 를 매일 입에 달고 사는…..;;;
    전 구두는 발이 편하면 줄창 오래 신는 편이라(새로운 걸 사도 결국은 편한것(발에 익은)만 신게되는;;) 잘 다듬어서 신는다에 한표~~
    근데 쪼기~ 레인부츠는 좀 이쁘시다능~~ ㅋㅋ

    Reply
    1. 딸기맘

      ㅋㅋ 저도 하나만 신는 타입이라 좀 고쳐보려고 생각중이예요.
      구두들 찾아와서 신어봤는데 하나는 안이 넘 낡아서 역시 버릴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신을 수 있게 되어 기분은 좋았어요. (매우 단순 ㅋ)

      Reply
  8. 귀걸이

    진짜로,, 냐옹성 말에 백배 공감~ ㅋㅋ

    난 삽질하고 나면 왜 이리 화가 나는지.. 근데 이게 다 급한 내 성격탓이더라구. 뭐든 차분히 대응하면,
    딸기맘처럼 즐거운 추억으로 바뀔텐데 말야.

    Reply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