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엔 책을 읽자

요즘은 인터넷도 별 재미가 없고.. 책을 좀더 읽으려고 노력 중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오락이긴 하지만 그래도 영어공부에도 도움이 될거고 (단어를 잘 안 찾아보고 휘리릭 읽어서 탈이긴 한데 여러번 나와 눈에 익은 단어는 나중에 찾아보면 쉽게 기억할 수 있긴 하다) 직장이 도서관인 만큼 공급도 용이하고 또 재미있기도 하니까.

요 몇달간 읽었던 책들중 기억에 남는 추천작들을 포스팅해보자.

The Life You Can Save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
영어본 소개는 여기.
이 서평을 보고 관심을 가져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지금 아무 생각없이 사마시는 커피 한잔 값이면 지금 당장 죽어가는 아이를 구할 수 있다면서 바로 실천할 것을 권한다. 또 기부한 돈이 본인의 의도와 관련없는 곳에 쓸데없이 쓰여지는 걸 걱정해 아예 기부 자체를 안 하는 사람들을 위해 올바른 곳에 돈을 쓰는 기부단체를 알아보는 법도 소개한다.
미국이 하는 개인당 기부금액은 상당하지만 대부분이 종교건축물을 짓는다던가 단체의 운영비로 쓰인다던가 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실제로 정말 필요한 사람들에게 가는 경우는 매우 적다는 것.
관심있는 분들은 꼭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함.

참, 지난 번에도 한번 포스팅한 적이 있지만, 같은 블로그의 인용에도 나와있듯이 돈과 관련된 실험이 매우 인상적이다.
두 그룹의 사람들과 어떤 과제를 수행하는데 한 그룹은 스크린세이버에 돈의 그림이 계속 나온다거나 옆에 놓여진 책상에 모노폴리 가짜돈을 놓아두는 등 간접적으로 돈이 주변에 보이게 한다. 이런 환경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과제를 주는데 돈이 주변에 있었던 그룹이 훨씬 이기적인 반응을 보였다. 도움을 주는 시간이 훨씬 짧았다던가 다른 사람들과 작업을 할 때 의자 사이가 다른 그룹에 비해 멀리 떨어져 있었다던가. 실제적으로 돈이 오가지도 않았는데 그 만큼 사람들의 마음이 강퍅해진 것이다. (돈이란 건 정말 무서운 거..)

이웃의 가난은 나의 수치입니다.
한비야씨가 자신의 책에 소개한 덕분에 알려져서 여기 책 대여점까지 온 책.
프랑스에서 빈민들과 생애를 함께 한 아베 피에르 신부의 일기 발췌집이다. 젊은 시절에는 누구나 그렇듯이 질풍노도의 시간이기에 일기들이 감상적이고 충동적인 면이 있지만 또 그렇게 피가 끓는 사람이기에 그런 삶을 살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더군. 신부였지만 교리나 법률에 얽매이지 않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는 천주교 신부였지만 남미의 빈민촌에서 대책없이 아이를 가지게 되는 소녀들을 위한 피임 또는 낙태를 지지했으며 교회보다는 집을 지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아베 피에르 신부가 사람들에게 들려주기 좋아했다는 이야기 한토막:

한 사업가가 인도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모래사장에 누워 있던 그는 한 어부가 물고기 한 마리를 들고 돌아오는 것을 보았다. 그는 물고기를 감탄의 눈으로 바라보며 어부에게 말했다.

“운이 좋군요! 다시 바다로 나갈 건가요? 그렇다면 나도 함께 갑시다. 낚시하는 법을 가르쳐주세요.”


“다시 바다로 나갈 거냐고요? 뭣하게요?” 어부가 물었다.


“고기를 더 잡으러 가는 거죠!” 사업가가 대답했다.


“고기를 더 잡아서 뭣하게요?” 어부가 물었다.


“그 고기를 팔면 되잖아요? 그러면 돈을 벌 것 아닙니까?”


“돈을 벌어서 뭣하게요?”


“그 돈으로 작은 배를 살 수 있을 것 아니에요?”


“배를 사서 뭣하게요?”


“배를 가지면 더 많은 고기를 잡을 수 있으니까요?”


“고기를 더 많이 잡아서 뭣하게요?”


“그러면 일꾼을 고용할 수 있지요.”


“일꾼을 고용해서 뭣하게요?”


“그들에게 일을 시키면 되잖아요?”


“그들에게 일을 시켜서 뭣하게요?”


“그러면 돈을 더 많이 벌테니까 부자가 되잖습니까?”


“부자가 되서 뭣하게요?”


“그럼 편히 쉴 수 있지 않아요?”


그러자 어부가 말했다.


“그렇잖아도 지금 편히 쉬려고 집에 가는 길이오!”


인생의 진리로다.

그리고 베스트셀러인 밀레니엄 1권도 읽었지만 별다른 감흥은 느끼지 못했다. 얼마전 만나 저녁을 함께 먹은 친구가 하루키가 여자를 모른다라고 평하던데 이 작가도 좀 그런 듯. 읽으면 읽을수록 뭥미..하는 생각이.
대신 전에 친구가 추천해준 Elizabeth Berg의 Open House란 책을 읽고 있는데 섬세하게 잘 썼다는 생각. 다 읽고 마음에 들면 또 포스팅하겠음.

 

14 thoughts on “겨울엔 책을 읽자

  1. 마리솔

    저도 이제 방학했으니 그동안 쌓아뒀던 책 읽으려구요.
    주로 추리소설들이지만^^;; 에도가와 란포의 단편집은 참 흥미롭더군요. 제법 두툼한 책인데 단편이 짧아서 금방 금방
    읽었어요. 처음에 영화로 접했던 “서쪽의 마녀가 죽었다”는 책으로도 읽었는데 2-3시간만에 읽을 수 있을만큼 분량은 적지만
    읽고나서 여운이 참 오래가네요…
    바빠서 그동안 고타츠도 못꺼내놨는데 방에 꺼내놓고 그 안에 쏙 들어가 커피 마시고 귤 까묵으면서 방학내내 책 많이 읽을거예요 ㅋㅋㅋ
    딸기맘님도 좋은 책 많이 읽으시고 또 추천도 많이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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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딸기맘

      에도가와 란포.. 검색해봤더니 기담류의 글을 쓰는군요. 어릴 땐 정말 열심히 읽었었는데 점점 무섬증이 심해져서 피하는 편이라 요 작가는 패스…
      서쪽 마녀가 죽었다는 보지는 못했는데 밴쿠버 영화제에서 포스터를 본 듯 해요. 흥미로운 제목이예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읽어볼께요. 고타츠라니! 집에 고타츠가 있으신 거예요? 멍뭉이들도 참 좋아할 것 같은데 ㅎㅎㅎ
      (그러나 우리집에 있다면 노다메에 나오는 장면이 그대로 재연될 듯..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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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마리솔

      에도가와 란포가 나중에 가면 갈수록 기담소설을 썼지만 초창기에는 아주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추리소설이라 전혀 무섭지 않아요. 저도 이사람 작품들을 드라마나 영화로 봤을때 남는 그 묘한 끈적임이 썩 좋진 않았는데 단편집 1권은 본격추리라고 할까?…아무튼 전혀 부담없어요. 오히려 탐정도 나오고 해서 셜록 홈즈를 보는 듯한 느낌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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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마리솔

      제법 두툼한 “에도가와 란포 단편집1” 먼저 읽어 보세요. 다른 책들은 제가 단편으로 여기저기서 읽은 거라 정확한 제목은 생각이 안나는데 이건 그래도 가볍게 읽을 수 있어요. 셜록 홈즈 보러가야 되는데 이번주까지 비상이라 못보네요. “셜록홈즈 미공개 사건집”은 아까워서 지금까지 아껴 읽고 있어요. 에피소드 한편읽는 정도로 해서요. 이거 다 읽고 나면 셜록 홈즈 관련한건 다 읽은 것 같아 느무 아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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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sweetiepie

    ㅋㅋ 어부 이야기 맞긴 한데 그래도 저렇게 하루에 한마리만 잡으면 죽을때까지 계속 한마리를 잡아야 한다는게 문제지.
    가끔 이렇게 추천하는 도서 목록좀 올려줘. 나두 책좀 읽어야 하는데….
    계속 인터넷만 하면서 한타연습만 하고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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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딸기맘

      하루 한마리는 뭐 그리 열심히 안 해도 잡을 수 있지 않을라나~ ㅎㅎ 파이님은 또 태교에 도움되는 책으로 읽어야 하니 순한 넘들로다가 찾아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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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바람

    편히 쉴려고 집에가고..또 내가 더 많이 벌려고 욕심을 내기 시작하면 그 누군가는 덜벌어야한다는 진실도..
    밀레니엄은 좀 색다른 느낌은 있었는데 나름 작가가 페미니스트적이기도 했다지만 여자를 잘 모른다~고 할수도 있겠어요..ㅎ
    더 알기전에 하늘로 갔을까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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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딸기맘

      맞아요. 한 사람이 더 가지면 다른 사람은 덜 가져야하죠. 전인류의 숙제인데.. 휴..

      밀레님엄은 두번째 책에서 용소녀 수술얘기 보고 꽈당. 책을 덮을 수 밖에 없었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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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트니맘

    ㅋㅋㅋㅋ 어부이야기 맞는말이긴 한데 전 왜 어부가 답답하게 느껴질까요.(저도 찌들었나봐요.ㅋㅋ)
    돈에관한 실험 이런거 참 재밌죠? 전 ebs방송을 즐겨보는데 인간의 심리에 관한 다양한 실험들
    흥미롭게 봤다죠.ㅋㅋ 돈앞에서 하는 행동들은 거의 다 같더라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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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딸기맘

      뭐 아주 간단한 이야기로 만들어서 그런 거 아닐까요~ 행복감이라는 것이 언제 느껴지는지는 개개인에 따라 다른 거겠지만 그래도 돈 보다는 더 소중한 게 많다는 것만 기억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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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폴리애미

    돈이란게 참 허무한거인데 말이죠….
    어느때부터인가 사야할것들이, 갖춰야할것들이 많아져서 —전에는 없어도 살았을 것들(?)— 다 누리고 살려고 하니 부족하고, 모자라고, 사고나면 또 다음것들을 사야하고….그러다보니 또 항상 부족하고….
    ‘가치’라는 것이 절대 객관적인, 물질적인것이 아닌데도 꼭 ‘소유’라는 심리가… 참 안타깝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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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딸기맘

      맞아요… 없어도 살았을 것들.. 생각해보면 정말 많은 것들이 그런 것 같아요. 뭐 살 때마다 되새겨야하는데 지름신 오면 다 까먹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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