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너덜너덜한 아침

밤에 내 옆구리에 꼭 붙어 자고 있는 딸기의 작고 따스한 몸을 살살 만지면 너무나도 애틋하고, 가엾고, 이렇게 오래 옆에 있어주기를 소망하게 된다.

그러다 아침이 오고… 밥 달라고 맹렬하게 – 그야말로 맹렬하게 – 뒷발을 구르며 제 앞발에 상처를 내고, 입혀놓은 옷이 발톱에 긁혀 찢어지게까지 하고 있는 딸기를 들어 한 손으로 잡고 (그냥 두면 계속 발광하므로), 한 손으로는 힘겹게 딸기 밥을 준비하고, 밥을 준다. 양칫물을 준비하는 동안 밥을 다 먹어치우고 다시 맹렬하게 바닥에 엉덩이를 끌고 있는 딸기를 다시 잡아 양치를 해주고 눈에 캐모마일 차 점안을 해주고, 딸기를 방석에 앉혀준 후 나도 정신을 차리기 위해 커피를 내린다. 그러면 또 몇분간의 간격을 두고 계속 발구르기를 하는데, (먹고 난 기쁨의 표현인지 먹고나니 어디가 불편해서인지는 모르겠다.) 꼭 가서 손으로 잡아 제지를 해야 멈춘다. 제지시키고 다시 하던 일 시작하면 반복, 또 반복.. 그러면서 나의 혈압은 상승, 결국 큰 소리가 나고 엉덩이라도 한대 맞아야 멈춘다. 그 때쯤 되면 이미 평화로운 아침의 시작은 물 건너가고 기분이 상할대로 상한 아침이 되어버린다.

그 과정을 거치고 아침 산책을 나갔다오면 아침밥 나머지 반을 주는데 (집보는 동안 배고파져 말썽 부릴까봐 최대한 나가기 전에 주려고 함.) 또 위의 과정 반복. 이번엔 산책 후 손발 닦은 후라 그런지 반항이 더욱 거세다. 내 손목은 딸기 뒷발 발톱에 긁혀 아프고, 때때로 몸을 뒤틀다 미끄러져 제 머리를 바닥에 쿵 부딪히기라도 하면 가슴이 철렁하면서 딸기가 너무 미워진다.

진땀을 흘리며 이렇게 씨름을 하다 너덜너덜해진 마음으로 출근하는 요즘의 아침.

여러가지 정황으로 봐서 딸기는 치매가 있는 것 같다. 이전엔 딸기가 말썽부리면 미웠지만 치매라고 생각하니 딱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이번주부터는 조금 더 서둘러 출근 준비를 해봐야겠다. 시간이 넉넉하면 내 마음에도 좀더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6 thoughts on “나의 너덜너덜한 아침

  1. 바람

    요 며칠 일산사는 커플이 신행다녀오니라 딸구닮은 아이가 울집에 있다 갔어요.
    여자애구 체형도 딱 딸기만해가지구서 8살인가 9살인가 그랬는데
    하이톤에 아릉거리는 소리랑 짖는 소리까지 넘 비슷하구..ㅋㅋ
    딸기생각 많이 나드라구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인데 아무리 사랑하는 존재지만 힘든 건 또 힘든 일.
    널 위해서 하지말라는거 자꾸 긁고 피내고 그럼 정말 혈압 올라가쥬~
    안쓰럽고 화도나고 속상하고 미안하고 오만생각..ㅋ
    아침 출근길에 그렇게나 많은 걸 하고 나가시는게 신기~
    전 나이트아울과라 밤은 새도 아침엔 비실비실 많은 일을 해내지 못해요.
    산책하고 출근은 꿈도 못꿨을 듯..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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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na Post author

      그나마 제 업무시간이 좀 늦은 편이라 저렇게 하게 되는데 일찍 출근하는 날은 좀 힘겹긴 해요 ㅎㅎ
      딸구 닮은 아이를 봐주셨군요~ ㅎㅎ 저도 어제 점심시간에 산책하다가 비빙이 닮은 비글 녀석을 보고 눈을 떼지 못했네요.
      정말 조울증도 아니고 너무 이뻤다 너무 미웠다 또 고 때만 지나면 너무 미안하고 이쁘고 난리도 아니랍니다 ㅎㅎㅎ 오늘은 그래도 좀 얌전한 편이라 밉지 않았어요 ㅎㅎ (일희일비의 나날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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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폴리맘

    ㅠ.ㅠ
    너덜너덜해진 마음으로 출근하시는 딸맘님이 빙의되는…싱크로율 백퍼 1인칭시점 ㅠ.ㅠ
    얌전히 자는 모습을 보면 짠해서 마음이 울컥..자는애한테 급미안해서 굽신굽신 빌고;;
    발광소리에 눈뜨면 또 뒷골빡침의 하루;;; 혼자있는 사이 행여나 사고치고 아픈건아닐까 ㄷㄷㄷ떨며 문여는 귀가시간…
    이런 일상이라도 계속 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우리애는 왜 이런가, 어떻게해야 편해지려나 (자해만이라도 덜해주면 걱정이 없겠는 ㅠ.ㅠ) 멘탈이 휘청휘청.
    그래도 건강하게 호통쳐주는걸로 만족해야지 애써 마음을 다지는..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잘하고 계심. 토닥토닥)))

    (p.s. 아침 바쁜시간에는 차라리 잠시라도 앞으로 고정하는 배낭을 쓰시면 어떨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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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na Post author

      아 왜 폴맘님 덧글 내가 쓴 것 같지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니까요.. 얌전히 자는 모습 보면 정말 마음이 녹아내리면서 뫅뫅 미안하고 ㅎㅎㅎ
      너무 신기한게 제가 어느 힘든 날 홀펫 (아직 붙어있다우 -_-;;;) 에 글을 올렸어요. 이런 애 또 있냐고. 하나도 없음 ㅠㅠ 근데 폴리랑 딸기는 어찌 이래 똑같다요? ㅎㅎㅎㅎㅎㅎ 아 몰라.. 말씀하신 대로 건강하게 호통쳐주는 걸로 만족하는 수 밖에요. 딸기는 눈에 자꾸 핏줄이 터지는 것 같아 좀 걱정이긴 한데.. 아픈가 자꾸 비비고.. 외과적 처치는 최후의 수단으로 미루려고 해요.
      폴리는 다 건강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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