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부터 부활절 연휴.
연휴의 첫 날인 금요일엔 지난 한주 반 동안 쉬는 날 없이 일을 한 K씨 피로 좀 풀리라고 나까지 덩달아 게으른 하루를 보냈다. 아침에 필요한 것들 장을 봐두고 중국집에서 점심을 먹고 들어와서 영화를 한 편 보고, 낮잠을 자고, 따뜻한 이불 속에 그대로 드러누워서 웹툰을 보고. 낮잠을 자면 뭔가 제대로 쉰 기분이다. 휴가같은 느낌.
영화는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봤는데, 내가 생각했던 영화가 아니었다. 예전에 본 줄 알았는데 아마 안 봤나보다. 로마의 휴일사브리나의 일부분과 제목이 뒤섞여 전혀 다른 영화를 상상하고 있었던 듯. 티파니에서 아침을은 전혀 달달하지 않은 영화였다. 예상 외로 무척 좋았다. 건조한 유머들도 매우 좋았다. 물론 엔딩은 헐리우드식의 반전없는 엔딩이지만 원작과는 다르다고 한다. 조만간 원작을 한번 읽어봐야겠다.

저녁엔 낮에 외식하면서 남겨온 탕수육을 데워 간단히 먹고, 조금 있다 또 잤다. 휴일은 좋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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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엔 일어나서 바로 아파트 짐에 가서 운동을 좀 했다. 웨이트 머신이 부서져서 새로 샀다기에 가서 요것저것 해보고 자전거도 좀 타고. 가벼운 운동이었지만 그래도 뿌듯한 마음으로 집에 와서 아침을 먹기 위해 허머스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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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콩을 삶아 타히니 (깨잼? 깨버터?), 마늘 조금, 큐민 조금, 올리브유를 넣고 푸드프로세서에 갈면 허머스가 된다기에 해봤더니 오.. 진짜 됐다. 이러고 있자니 K씨가 와서 병아리콩 남은 것에 양파를 다져넣고 팔라펠이 되고 싶었던 뭔가를 만들었다. 팔라펠 맛은 아니지만, 맛있다! 어제 사온 난도 구워서 오이와 토마토까지 얹어 중동식의 아침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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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K씨의 도시락은 유부초밥. 한국갔을 때 삼천포시장에서 사온 멸치와 아몬드, 잣을 볶은 것을 넣어 만들었다. 도시락 싸기가 좋아서 유부는 세일하면 한두개씩 꼭 사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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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날씨가 너무 좋아서 봄이 온 줄 알았는데 다시 거의 매일 비가 오고 쌀쌀하다. 그래도 봄이 왔다는 것을 알려주는 텃밭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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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침저녁으로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해주는 아름다운 튤립.

그나저나 이제 슬슬 텃밭 계획을 시작할 때가 되었다. 한편으론 귀찮고(?) 한편으론 설렌다.

8 thoughts on “4월 4일 토요일

  1. polynme

    ㅎㅎ낮잠을 퍽(푹?) 자고 일어난 휴일은 잘 쉰것같으면서도 시간이 휙가버려서 허망하면서도 이중적인(?)… 뭔가 ‘내마음 나도몰라’ 같은;;; 폴빠는 꼭 일요일 오후에 낮잠자고 나면 밤에 휴일이 다 가버렸다며 심술을 부림;;; (아 어쩌라고)
    부활절연휴 푹쉬고 나니 본격 봄이네요. 텃밭도 새로 시작되는 건가요~ㅎ
    탐스런 튤립이 이쁘면서도 왠지 쓸쓸한 내 마음 ㅠ.ㅠ…..딸맘님 쏴리유….(내 멘탈이 요즘 이모냥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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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na Post author

      맞아요 맞아요. 일요일은 어떻게 해도 너무 짧아요. 낮잠을 자도 짧고 안 자도 짧고 너무 짧아요.

      쏴리는 무슨요.. 저도 그래요. 하루에도 몇번씩 딸기 생각나고 엄마 생각나고.. 아쉽고 미안한 마음으로 멍해지고. 그냥 이러면서 계속 사는 거겠지 싶어서 굳이 추스리려고 하지 않네요. 우리 그래도 그 와중에 또 잘 먹고 몸 챙기고 그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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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venusian9

    텃밭에 튤립도 자란다는건감요???? 우왕~~~~
    튤립이 꽂아놓음 참 예쁜거 같아요.
    저도 새로 생긴 취미가 가끔 꽃집에 들러 꽃고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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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na Post author

      작년 가을에 튤립 구근을 사서 밭에 심어 놓았더니 봄에 이렇게 올라오네요. 색도 이쁘고 큼직하니 탐스럽게 피어서 요즘 보는 재미가 쏠쏠~
      바람님이 또 화초 재배에 일가견이 있으셨던 걸로 기억.. (다육 열심히 기르셨었죠? ^^) 어떤 꽃 사오셨는지 궁금궁금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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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venusian9

        저야 화병에 꽂을 애들 가끔 사오는거라..ㅋㅋ
        최근엔 하얀색 프리지아 사서 꽂아놓으니 이쁘더라구용.
        (다육 스토리는 열심히 키우고팠으나 다 장렬히 전사한 걸로 마쳐진 새드엔딩..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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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na Post author

          프리지아 향 너무 좋아해요. 저희 엄마가 무척 좋아하시던 꽃이라 어버이날 카네이션 대신 사갖고 들어가곤 했어요. 작년에 구근 떨이하는 거 사서 꽃 피워보고잡았으나 한국 다녀오고 하는 통에 역시 장렬히.. ㅠㅠㅠㅠ 뭐 그런 때도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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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Jiney

    어머, 세상에 이렇게 많은 포스팅을 다 놓쳤었네요! 어떻게 이런 일이!

    한동안 글을 안 올리셔서 안 와봤었나봐요.

    저희도 허머스 좋아하는데 한 번도 만들 생각은 안 해봤네요. 팔라펠 비슷하단 것도 굉장히 매력적이고요! 역시 칙피를 사랑해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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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na Post author

      제가 힘이 넘치면 몰아서 요리도 하고 포스팅도 하고.. 밥안해 병 걸리면 요리도 안 하고 포스팅도 안 합니다 ^^;;
      허머스.. 완전 쉽더라구요? 한번 더 해먹으려고 칙피 또 사왔어요. 이번엔 tzatziki도 곁들이려고 요거트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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