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흘러 벌써 목요일, 내일이면 또다시 주말의 시작이다.
어제의 세미나는 참 유익했다. 말하자면 한국의 고용보험과 같은 제도에 대한 세미나였는데, 우리에게는 해당이 안 되지만(1년에 910시간 이상 일하면서 고용보험을 내다가 자발적이 아닌 이유로 실직한 사람이 신청할 수 있다고 한다.) 잘 활용하면 엄청나게 좋은 제도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실업 기간동안 최대 45주까지 받던 급여의 55% 정도가 지급이 되고, 또 기술교육에 대한 학비지원도 가능한데, 연 10,000달러(850만원) 정도의 학비에다 생활비까지 보조를 해 준다고 한다. (물론 아무거나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이곳 인력개발센터의 심사를 통해서 공부를 마친 후 취업이 되어 세금을 낼 수 있다고 생각되는 교육 만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개인이 굳이 비싼 학비를 내고 학교에 다닐 필요가 없다는 것이 된다.
중요한 것은 일단 아무 일이나 정직한 세금을 내면서(이 기록이 있어야 일한 것으로 간주되니까. 그런데 많은 한국 사람들이 파트타임 일 같은 것은 세금을 안 낸다고.. –; ) 시작하는 것. 남편은 기다리던 일이 더 늦어지면 번역이 마무리되는 대로(6월 중순???) 미련없이 다른 일을 시작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나도 비록 수습이지만 최소한 6개월에서 1년은 꾸준히 일을 하게 되기를 바란다.
세미나를 마치고 나오니 11시 반, 위치가 요리꼬가 사는 B&B와 아주 가깝기에 놀러가서(주인이 없다기에) 차를 마시면서 수다를 한참 떨었다. 1시에 일 약속이 있다기에 일을 마친 후 만나기로 하고 우리는 주위 공원에 가서 딸기를 잠시 놀리고.. 그러고 있는데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진다. 빗소리를 들으며 차 안에서 잠깐 졸다가 3시쯤 요리꼬를 만나 일본 슈퍼로 가서 초밥 도시락과 주먹밥, 삼각김밥을 사가지고 웨스트 밴쿠버로 놀러갔다. 웨스트 밴쿠버는 밴쿠버에서 가장 잘 사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 명성에 걸맞게 엄청나게 잘 가꾸어진 정원이 있는 집들이 늘어서 있다. 바둑판같은 시내의 길 같지 않고 꼬불꼬불한 길이 이어져 좀 헤매다가 공원에 가서 도시락을 먹었다. (정통 일본식의 삼각김밥이어선지.. 우리 입맛에는 좀 안 맞았다.) 바다에 면한 엄청 큰 공원이었는데 공원 지도를 보니 바다로 가는 길이 있기에 따라가 봤으나 사람도 아무도 없고 바위와 나무 만이 이어져 좀 무서워져서 다시 돌아오고 말았다. 그 공원의 숲길은 웬지 한국의 산길을 연상케 하는 면이 있더군.
산행(?)을 마치고 웨스트 밴쿠버 시내를 지나 요리꼬를 데려다 주고 집에 돌아와 쉬었다. 어째 일한 날보다 논 날이 더 피곤하다.
오늘은 밥으로 든든한 아침을 먹고 좀 게으름을 피우다가 12시가 다 되어서야 일 시작. 얼마 전에 마치고 이제 쉬려고 하는 참이다. 남편은 아직까지 일을 하고 있다. (오늘 남편의 계획 분량이 좀 많았다.) 남편도 일을 마치면 TV나 좀 보다가 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