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체질?!

5월 16일 금요일

요즘은 일찍 눈이 떠진다. 새로 먹기 시작한 비타민 때문인가? ^^; (참고로.. 이 나라 사람들은 건강 엄청 챙긴다. 슈퍼에 영양제 코너 엄청 크다. 근데 먹는 건 기름기 많은 육식성에 감자튀김, 엄청 단 디저트 등 안 좋은 것만 먹으니.. 참.. )
지난 주까지 줄기차게 놀러 다니다가 이번 주는 쉬고 있다. 화요일 아침 일찍 노쓰밴에 길공부하러 갔다 온 이후 우리 차는 띵가띵가 휴식을 즐기고 있다. 오늘쯤에는 한번 나서줘야 하나..? 근데 오늘은 기름값이 비싼 날인데..

이곳의 주유가격은 그야말로 날마다 다르고 시간마다 다르다. 오늘같이 많은 사람들이 주말에 놀러 갈 계획으로 기름을 채우는 날은 가장 비싼 날이다. 실례를 들어보자면, 우리가 넣는 주유소의 일요일의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66.9센트다. (요즘 환율로 570원 정도) 그런데 그 가격이 주중, 특히 금요일 오후가 되면 79.9센트(680원)가 된다. 그러다가 토요일 오전이 되면 73.9센트(630원)가 된다. 수요일 밤에 지나다 보니 또 66.9센트로 바뀌어 있던데.. 주유소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수준으로 변동된다. 이렇게 자주 변하다 보니 언제쯤 넣어야 되는지 헷갈리기도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일요일에 가장 싸다는 것. 뭐 천원 이천원 정도의 차이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껴야 잘 살지!
기름 얘길 하니까 한가지 기억 나는 일이 있는데, 예전에 회사에 다니면서 야간 대학원을 다니던 무렵, 저녁에 학교로 가는 길에 압구정동을 지나서 가는데, 기름값이 인상된다는 뉴스가 있으면, 부자동네로 소문난 그 동네 주유소에 삐까번쩍한 차들이 천원 아끼려고 기름을 넣으려 길게 줄을 지어 기다리고 있다. 밀리는 길 위에서 그 광경을 보고 항상 “저래서 잘 살게 된 걸까?”하는 생각 또는 “있는 놈들이 더하다니까.. 저 기다리는 사이 쓰는 기름이 천원은 넘겠구먼” 등등의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다. 뭐 각자 다른 사정으로 그 자리에 있었겠지만 어쨌든 재미있는 풍경이었다.

캐나다에 온 지 두 달 반, 일주일만 더 지나면 세 달째에 접어든다. 가져온 물건들도 조금씩 없어지고 있다. (카레나 수세미 같은 것들은 선물도 하고, 라면도 많이 먹었고, 휴지도 다 썼고. 그렇지만 키친타올은 아직 많다. –;;; )

캐나다에 와서 아주 많은 일이 있었고 많은 시간이 지난 것만 같은데, 아직 세달 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좀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여기서 살고 있는 우리들이 너무 익숙하다. 너무 조용한 이 나라의 삶의 형태 때문일까? 이런 걸 어떤 사람들은 지겨운 캐나다 생활이라고 하나보다. 우리는 (아직까지는..인지는 모르겠지만) 조용한 이 나라의 생활이 참 좋다. 아침에 일어나면 새 소리가 들리는 게 좋고 저녁에 뒷편 공원에 나가보면 변함없이 가족들이 모여 아이들이 야구하는 데 응원하고 있는 걸 보는 게 좋다.

사실 뭔가 개인적인 취미를 갖지 않으면 이 나라에서는 심심해 죽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일이 끝나면 주로 친구들을 만나 시간을 보내지만, (그렇지 않다면 컴퓨터 앞에서 게임을 하거나 폐인이 되거나.. –;;;) 여기서는 그런 일이 많지 않기 때문에 자기만의 취미생활이 꼭 필요하다. 그래서 이 나라에 정원가꾸기라든가 집꾸미기 등이 발달했는지도 모르겠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뭔가 할 일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다 읽던가 화단을 가꾼다던가 개와 산책을 한다던가. 뭔가 건전한 취미가 있어야만 이 나라에서의 생활이 즐거워지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우리 남편 같은 사람은 이 나라에서 살기는 참 좋은 성격인 셈이다. 하루를 어쩌면 그리 잘 보내는지.. 요즘에도 그림을 그린다던가 인터넷으로 영화를 잔뜩 받아서 본다던가 등등 이것저것 하루가 분주하다. 아직 일을 시작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 심심해 할 법도 하건만 전혀 그렇지 않고 꿋꿋하게 매일매일 바쁜 하루를 보낸다. (백수인 처지에 밤마다 왜 이렇게 피곤한지 모르겠다며.. -.- )
나는 일단 취직이 결정된 후에는 약간 긴장이 풀어져서 영화를 보거나 책을 좀 읽는 외에는 영어공부도 많이 안하고 열심히 놀고만 있다. 여기서 만난 친구들과도 죽이 맞아서 자주 만나고, 함께 놀러 갈 궁리도 하고 그러고 있다. 한편으로는 곧 바빠질 테니까 하고 놀고는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 나라에서 잘 살아가려면 영어를 잘 해야 하니까 무슨 일이 있더라도 영어공부를 소홀히 하면 안 된다고 스트레스를 받고’만’ 있다. 언제나 그렇듯이 꾸준히 공부를 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어제는 H언니와 E(장군엄마)가 아이들(멍멍이들)을 데리고 우리 집에 놀러 왔다. 그저께 김치전을 해 먹었는데, 한국에서였다면 자규씨나 은정(레오누나 은정)이 등등 친구들을 불러다가 함께 먹었을텐데 하면서 예전 생각이 나길래, 여기서도 그러면 되지 하고 친구들을 부른 것이다.
H언니는 신랑이 출근하고 일찌감치 와서 미니미랑 딸기를 놀리고 E는 일을 마치고 오후에 왔다. 마당이 넓은 오래된 하우스에서 사는 H언니는 우리집 베란다가 넓어서 강아지들 놀리고 안에서 놀기 좋다면서 즐거워했다. 점심은 김치전과 곰탕, 깍두기, 김, 잡곡밥의 간단한 찬이었는데 둘 다 너무나 맛있게 밥을 먹어주어 고마웠다. 우리 집은 대단스런 반찬은 없지만 항상 잡곡밥(간소한 찬에서 얻을 수 없는 영양가를 어떻게든 섭취해보고자.. -.- )을 먹는데, 이런 밥을 오랜만에 먹어 맛있었던 모양이다.

재밌게 놀다가 저녁때 헤어지고 우린 잠시 산책겸 스위치를 사러 월마트에 다녀왔다. 이 나라 청소기는 우리나라 것처럼 손잡이에 스위치가 있는 게 아니라 몸통에 달려있어 껐다켰다를 반복하면서 청소를 할 땐 불편한데 (청소기가 아주 무겁기 때문에 많이 불편한 편이다. 무거운 청소기 손잡이를 들고 낑낑거리며 몸통으로 다가가 몸통에 달린 스위치를 발로 끄고 켜야 함) 남편이 손잡이에 전선을 연결하여 별도 스위치를 만들어주었다. 보기엔 좀 웃기지만 쓰기엔 아주 편리해진 셈이다. 요즘은 청소를 할 때 내가 걸레로 가재도구를 닦고 정리를 하면 남편이 청소기를 돌리기 때문에 무거운 불편함을 잠시 잊긴 했었지만 어쨌든 고마운 일이다. 이런 것만 봐도 역시 남편은 이 나라 체질인 것 같다. ^^

어젯밤엔 남편이 일을 좀 하느라고 늦게까지 못 잤으니 오늘은 늦잠을 자게 내버려둬야겠다. 그리고 일어나면 밥 먹고 놀러 가야지..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
남편 일어날 때까지 나는 영어공부를 하고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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