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먹고 산 이야기

휴가 동안 무엇을 먹어야 할 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일단 좋았고, 기름진 음식이 대부분일 줄 알았으나 (다양하지는 않아도) 생선과 야채 옵션이 꽤 있다는 것도 좋았다. 고기는 거의 먹지 않은 듯. (K씨는 마이 먹음 ㅎ) 그러나 대량으로 미리 만들어둔 음식들이라 맛있다고는 하기 어려웠다.


런치룸에 두려고 공항에서 사 온 초콜릿도 맛이 별로였음. 음청시리 비쌌는데!!!


돌아와서 알게 된 뉴스 중 하나는 좋아하던 식당이 곧 문을 닫는다는 것. 오른 렌트비를 감당할 수 없어 닫는다고 한다… 밴쿠버 물가 어쩔거야 ㅠㅠ
무진장 시끄럽고 벽에 슬로건이 마구 붙어있고 조리/서빙하시는 분들 대부분 문신과 피어싱이 많은.. 그런 분위기. 채식 식당이라 친구 D 만나기도 좋았는데.. 아쉽다. 핑계 김에 D와 얼른 약속을 잡고…

맥주 맥주

사타이 샐러드와 뒷편의 나초

간만에 맛있는 맥주를 먹어서 감동. 항상 주문하던 사타이 샐러드는 샐러드 야채 위에 달짝지근한 땅콩소스에 볶아낸 두부와 브로콜리를 얹은 건데.. 문을 닫는다니 요리법을 알고프다 ㅠㅠ
K씨가 주문한 나초는 멕시코 나초보다 이백만배 맛있었다. 멕시코에서 나초를 주문하고 충격받은 건 나초에 미리 녹인 치즈 (치즈위즈??)를 잔뜩 부어 눅진해진 나초를 먹어야 했다는 것. 다음에 혹시 다시 갈 일이 있다면 반드시 sin queso!로 주문할 것이다.

평소에 술을 마시지 않는 D도 맥주를 마시고 셋이 신나게 떠들다가 (식당이 시끄러워서 다들 와글와글 목소리를 높이는 분위기;;) 집으로.


요건 휴가 전에 찍어뒀던 사진:

언젠가 주말 저녁에 만든 샐러리 파스타. 마침 사둔 샐러리도 있었고, 샐러리 향이 담뿍 담겨 맛있다는 얘기에.


일단 샐러리를 캐러멜라이즈함. 약 40분을 했는데도 원하는 만큼 안 되네..

여기에 마늘, 토마토 (원래는 캔) 넣어 살짝 볶다가 삶은 파스타 (원 레시피는 샐러리 주스에 삶았음)와 면 삶은 물을 넣고 조금 더 볶고, 소금 간을 한 후 파마잔 치즈와 간 후추를 뿌려 서빙.


그럭저럭 맛있게 먹었으나 샐러리 양이 좀 부족한 느낌. 원 레시피 말로는 셀러리에서 베이컨 느낌이 난다고 했으나 그건 절대 아니었음. 하지만 셀러리 자체의 향기로움이 돋보이긴 하는 파스타였다.
캐러멜라이즈한 시간과 노동에 비해 가성비가 상당히 떨어지는 레시피라는 결론.


휴가 후 냉장고를 보니 배추가 굴러다니고 있어서 이연복 배추찜이란 걸 만들어보고 싶어졌다. 고추기름을 사려 했더니 K씨가 만들어 보겠다고 해서…

  

이렇게 만든 귀한 고추기름으로

 
배추찜. 먹어보고 깜짝 놀람. 배추 찌는 시간이 15분 정도 걸리지만 준비는 5분이면 되는데 아주 깊은 맛이 난다. 이래서 ‘대가’란 얘길 듣나보다 싶었음. 가성비 최고. 강추. 방송 링크 및 레시피는 여기.


고추기름을 활용해 마파두부도 해서 같이 먹었다. K씨와 함께 요리를 하다보면 신기한 거 – 나는 고추기름은 귀찮아서 사서 먹을 것 같은데 그건 만들면서 녹말물은 귀찮아서 안 넣겠다고..?! 그래서 내가 후딱 만들어 주었음.



어느 날 점심으로 싸간 미국 남부식 퀴노아 샐러드. 검정콩 캔, 냉동 옥수수, 퀴노아, 라임즙, 토마토, 그리고 고수가 들어감. 고수를 좋아하지 않는데 찬 음식에 넣으면 좀 맛있는 것 같다.



어느 날 퇴근하면서 짐 챙기다보니.. 일하러 가는 건지.. 먹으러 가는 건지..
두 시간 정도마다 뭘 먹기 때문에 이것저것 싸가다 보니 빈 그릇이 저렇게 많음. 요즘은 방울 토마토랑 오렌지, 두유랑 시리얼, 말린 대추 등을 싸가고 있다.


 
밥을 열심히 해 먹기 시작하면서 장 볼 때 야채를 이것저것 사 두기 시작. 재료가 있으니 퇴근 후에 뭐라도 만들 수 있어서 좋다. 연근을 갈고 빨간 피망, 적양파, 표고버섯, 연근 끝부분을 깍둑 썰어 넣고 부침. 이런 귀찮은 요리는 잘 안 하는데 저 날 힘이 남아돌았거나 뭔가 의욕적이었던 듯. 마늘쫑과 팽이버섯도 볶아서 같이 먹었다.



지난 주말에 간만에 떡볶이 먹자고 의기 투합 – K씨는 볶고 나는 주문에 따라 야채를 썰었다. 만들어진 것은 떡 대신 두부를 활용한 중국식 볶음. 맛있었음!


K씨가 급 출장이 잡혀서 혼자 저녁 – 아침 – 점심 해결. 저녁엔 고구마를 쪄 먹고,


아침은 밀가루 없는 바나나 브레드를 구워봤음.
오트밀을 푸드 프로세서에 좀 갈고, 냉동실에 묵혀져 있던 바나나, 아마씨 가루, 메이플 시럽만 넣어 오븐에 구웠다. 호두도 넣고. 단 맛이 좀 강해서 메이플 시럽은 안 넣어도 되겠고, 호두는 좀 더 많이 넣어도 되겠다. 집에 있는 스틸 컷 오트밀을 써서 그런지 씹을 때 딱딱한 느낌이었지만 머핀 등을 안 먹은지 꽤 되다 보니 갓 구운 달달한 빵이라는 사실에 나름 만족했다. 작게 잘라 냉동했다가 며칠간 간식으로 먹을 수 있겠다.


날씨가 좋아서 포켓몬 잡으러 감. 작년 여름에 조카 왔을 때 잠깐 해보고 말았는데 한국에 지금 들어간 모양이라 SNS에서 많이 보이길래 생각나서 다시 깔았다. 나는 혼자 동네 포켓몬 사냥 다니는 아줌마임. 그러나 포켓볼을 다 써서 더 이상 못 잡고 있다.

.

점심은 호밀 크래커에 아보카도와 허머스 얹어서. K씨가 없으면 아마 계속 이렇게 먹고 살 듯. 다행히 하룻만에 돌아 왔음.

2 thoughts on “1월 먹고 산 이야기

  1. J

    ㅎㅎ 맞아요. 올인클루시브 리조트 음식, 다 맛있어 보이는데 또 이렇다 하게 맛있는 것은 없는.. ㅎㅎ 그런데 저 로스카보스 갔을 땐 거기서 정말 터말리(tamali)를 예술로 만들었어요. 옥수수 가루 안에 고기와 야채를 넣고 무슨 잎에 말아서 찌는 거였는데 한 번 먹고 눈이 띠용 하고 튀어나오는 느낌. 담백한 만두맛? ㅎㅎ 물론 저만 그렇고 남편은 한 번 먹고 다시는 안 먹었죠. ㅎㅎ 전 그거 세 끼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아침에만 줘서 넘 서운했어요. 칸쿤이나 리비에라 마야에도 터말리가 있을까? 그게 궁금하네요.

    저런 채식 식당이 근처에 있나 봐요. 달달한 땅콩 소스에 볶아낸 두부와 브로콜리라… 맛있을 것 같은데 못 가본 것이 아쉽다요. 저런 다이너스러운, 작고 허름하지만 맛은 있는 식당들이 사라지는 건 정말 슬프죠. 저희도 정말 좋아하던 딤섬 식당이 있었는데 정말 맛 최고 가격도 최고였거든요. 나이 든 부부가 운영하던 곳이었는데, 어느 날 그냥 팔더라고요. 은퇴한다며.
    거기 가정식 연근 케잌이 있었는데 말이 그렇지 연근 넣은 동그랑땡(?). 그거랑 오리 고기 얹은 쌀국수. 아 그립네요. 어디 가서 그런 딤섬 다시 먹어보나..

    Reply
    1. Ana Post author

      Tamali 있었어요. 매일은 아니었고 몇 번. 저도 담백한 게 좋아서 있으면 꼭 먹었던 기억이 나요. 옥수수 가루 속에 뭘 넣긴 했던데 그게 조금씩 바뀌는 것 같더라구요.

      저 식당은 밴쿠버 Mount Pleasant 동네예요. Main St.요. 이 쪽 계셨으면 저기서 밥 먹고 Olympic Village (걸어갈 수 있는 거리예요) 산책 가면 딱 좋은 코스인데.. 아쉽..
      대신 다른 곳 개발해 놓겠습니다 ㅎㅎ

      Reply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