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휴일 보내기

노는 날엔 시간이 어찌나 잘 가는지.. 집 안 곳곳 정리 싹 해 놓고 새해를 맞겠다고 하고는 하루하루가 금방 지나가서 과연 그렇게 되려나 모르겠다;

그 동안 사진을 많이 찍진 않았지만 그래도 전화에 있던 사진 몇 개 정리.


11월부터 퇴진 촉구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면서 지난 2년간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매달 집회 겸 서명을 받는 모임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평소 교민 대상 한국신문들을 전혀 챙겨보지 않아 모르고 있었다.) 억울한 생명들을 위해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행동해 온 분들이라 존경심이 무럭무럭. 몇 주 전의 집회 후엔 송년모임을 하신다기에 거의 초면이지만 염치 불구하고 참석했다.


어떤 분의 사업장 안에서 삼겹살을 구워먹고 맥주 한 잔씩. 마침 밖에 눈이 쌓여 있어서 눈 속에 맥주를 파묻어 두었다가 하나씩 들고 들어와 마셨다 ㅋㅋ 소박하고 즐거웠던 시간.


볼 일이 있어 K씨와 시내에 나간 날, 집에 오면서 일본 카페에서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들어옴. 아마 일본의 학생식당분위기가 이렇지 않을까 생각되는 집.


내가 먹은 정식. 연어구이, 오믈렛, 낫또, 미소가 밥과 함께 나옴. 이렇게 $7.99였던 것으로 기억.


K씨가 먹은 오키나와 타코라이스. 한국의 부대찌개처럼, 일본 미군부대 주변에서 미국인들의 입맛에 맞게 개발되어진 요리라고. 밥 위에 매콤하게 볶은 간 고기와 치즈 등을 올렸다.

지나는 길에 있다면 재미로 먹어볼 만은 하지만 추천까지 할 만한 맛은 아님 ㅎ



미즈빌에서 키위 나이프가 좋다고 들었는데, 칼에 관심이 많은 K씨에게 얘길 해 줬더니 냉큼 주문;;
무려 두 달 만에 코끼리 우표를 붙이고 도착했다. K씨가 써보니 무척 좋다면서 고마운 분께 선물로 드려서 사진은 없음. 우리가 쓸 용도로 다시 주문해서 두 달 쯤 후에 올 것 같음.


크리스마스라고 별달리 장식은 하지 않지만 등 거는 건 좋아함. 3분 만에 연말 기분 장착 완료.


요런 분위기에서 보내고 있는 휴일. 올 해는 꽤 추운 편이라 벽난로도 자주 틀어둔다. 창 밖에 눈도 쌓여 있고.. 정말 겨울같네.. 올해는.



크리스마스 이브 날에는 미끄러운 길을 조심조심 걸어내려가 스시와 사케로 기분 냄. 얼마 전에 처음 가 본 스시집인데 재료도 좋고 초밥도 맛있어서 특별한 날 다시 오자고 얘기했었다. (기념일에 가 본 유명한 시푸드 레스토랑보다 만족도가 높았다.) 뜨거운 사케를 주문했더니 손 데지 말라고 귀엽게 목도리를 매 주심 ㅋㅋ

스시 만들어 주시는 두 분 바로 앞에 앉았는데 사장님과 직원 두 분이 격의 없이 나누는 대화가 너무 재미있었다 ㅎㅎ 난 권위 안 따지는 모습을 보면 왜 그리 좋은지. 우리 둘이 맛있게 먹으면서 희희낙락 연휴 동안 놀 계획 얘기하고 있었는데 부럽다고 하심 – 저희도 먹으러 가기 직전까지 일했어요 ㅎㅎ



크리스마스 날엔 라라랜드 보러 감. 크리스마스에 보기 딱 좋은 영화. 음악도 좋고. 전체적으로 달달한 느낌보다는 쓸쓸한 느낌이 더 강했지만 그게 더 좋았음.


요리책을 보니 항상 갖춰놓을 아이템 중 하나가 그릭 요거트. 특히 닭을 재 놓았다가 구우면 촉촉하고 맛난 듯. 요리책에서 본 요거트 + 마늘, 양파 가루 (나는 간 마늘, 다진 양파 사용) + 타임 등 허브 조합도 좋았고, 그 걸 응용해 본 요거트 + 다진 마늘 + 강황 가루 조합도 괜찮았고, 심지어 요거트 + 고추장 + 다진 마늘 조합도 맛있었다. 전 날 밀폐용기에 종이 호일 깔고 닭에 요거트 발라두었다가 다음 날 퇴근해서 그대로 꺼내 오븐에 넣기만 하면 됨.


이런 식으로 구워진다.
 
고추장 요거트에 재 둔 닭을 구워서 크리스마스 저녁. 파기름에 볶은 미니 양배추, 올리브유와 소금 후추를 뿌리고 닭과 같이 구운 고구마 (한국 거랑 품종이 좀 다르다), 케일 샐러드와 곁들여 먹음. 처음 보는 레바논 산 와인도 한 잔 씩. 병 라벨이 예쁨.


26일은 박싱 데이라 아침에 몰에 가 봄. 예전처럼 새벽부터 줄 서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 세일하는 것들 몇 가지 쇼핑을 했다.


오후엔 무려 만.두.를 만듦. 양배추를 잔뜩 넣은 교자와 김치 만두. 속은 K씨가 만들고 나는 열심히 빚었다. 간만에 만두를 먹으니 맛있어서 요즘 잘 먹지 않던 고기를 좀 먹었네.


박싱데이 다음 날 아침엔 김장김치를 나누어 주셨던 J선배 댁에 만두를 조금 싸서 갖다 드리고, 오는 길에 선반 재료를 사 왔다. 부엌 바로 옆에 있는 벽장은 원래 겉옷을 걸어두는 곳인데, 옷에 음식 냄새가 배어서 다른 자질구레한 것들을 넣어 두었었다. 거기를 팬트리로 쓰고 싶다고 했더니 K씨가 뚝딱뚝딱 선반을 만들어 줌. Ikea에서 반품된 선반 두 개를 각 3불씩에, 그리고 받침으로 쓸 긴 막대까지 총 15불 + tax정도로 선반 완성.


부엌 카운터탑에 있던 물건들을 이 곳으로 옮겨두니 조리 공간이 넓어졌다. 넘 좋음 ㅎㅎ


만두를 만들고 남은 숙주 나물로 뭘 할까 검색하다가 오늘 뭐 먹지라는 프로그램에 나왔다는 표고버섯 숙주 볶음 (마침 표고버섯도 있었음) 해 보기로. 기름에 다진 마늘 볶다가 표고 버섯 넣고 더 볶다가 숙주 넣고 간장으로 간 하고 숨이 살짝 죽으면 끝.

휘리릭 만들어지는데 무척 맛있어서 깜짝 놀람.


어젠 K씨는 출근하고 나는 집에서 이것저것 정리하고 정보 검색 (= 인터넷)도 하고. 저녁엔 김밥을 만들어 먹었다.


평소엔 넣지 않는 재료들 – 우엉 볶고 시금치 무치고 만두 만들고 남은 간 고기 볶고 – 까지 추가한 럭셔리 김밥.


그리고 버터넛 스쿼시 + 사과 + 그릭 요거트를 넣은 수프를 만들어 보았다. 버터넛 스쿼시는 인터넷을 보고 처음 손질해 봤는데 생각보다 어렵진 않았다.

레시피는 http://www.stonyfield.com/recipes/apple-butternut-squash-soup 요대로 따라함.

버터넛 스쿼시 좋아하는데 사과도 잔뜩 들어가 달콤하고 괜찮았음!

근데 이렇게 요리 한 가지 해서 밥 먹고 나면 하루가 그냥 지나간다. 집 정리는 언제 하지……

2 thoughts on “연말 휴일 보내기

  1. J

    만두 빚어본 지 십 년이 넘은 것 같은데 이리 뚝딱 만드신다니 대단해요. 손으로 하나 집어먹고 싶은 때깔!

    그릭 요거트는 정말 물건이죠. 사우어 크림 넣는 데에도 모두 대체가 가능하고 꿀 좀 타서 먹으면 맛난 간식이고 또 이용하신 대로 닭 마리네이트로도 훌륭하고요. 그리고 조기 위에 하신 것처럼 수프에도 얹어 먹어요. 다운타운 유크레이니언 레스토랑의 볼슈트를 좋아하는데 거기서는 항상 사우어크림을 같이 주거든요. 근데 그게 신의 한 수. 그거에 맛들인 후론 왠만한 수프엔 그릭요거트를 얹어 먹어요. 볼슈트, 캐비지 숲, 칠리, 햄버거 숲 등등요. 그런데 치킨 숲에는 잘 안 어울리는 것 같아요.

    그런데 호박에 사과라니 정말 의외인데 또 맛날 것 같기도 하고요. 이렇게 또 하나 줏어갑니다.

    Reply
    1. Ana Post author

      늦가을에 산 사과가 아직 몇알 남았는데 맛이 떨어져서 검색해본 레시피예요. 참, 사과에 카레 넣어도 맛있습니다 ㅎㅎ

      아직도 식사 조심하셔야 하는 거죠? 만두 만들고 J씨 생각했었어요. 얼마 만들진 않았지만 그래도 저희집에서는 연례 행사 수준으로 큰 일이어서 나눠먹고 싶었거든요.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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