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긴 주말 – 금요일과 토요일

지난 주 내내 눈 때문에 단축 근무를 하다 보니 어쩐지 붕 뜬 상태로 주말을 맞게 되었다. 금요일엔 출근해야 했는데도 전날 밤 늦게까지 책을 읽기도.

완독서 3: 종의 기원 by 정유정. 읽고 있던 책이 있었지만 도서관에서 새로 빌려온 한국책의 유혹이 너무 커서 손에 들었다가 하룻만에 다 읽어버림. 흡인력 최고. 예전 작가 인터뷰에서 소설 쓰기 전 지도를 그리면서 구상을 한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는데, 그래서인지 항상 구성이 치밀하다. 그게 흡인력의 큰 요인인 듯. (특히 나는 사실 확인을 하지 않은 정보라던가 아귀가 맞지 않는 스토리에 좀 민감한 편이라..) 정유정 작가의 책은 7년의 밤, 28, 그리고 종의 기원 세 권만 읽었는데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다. 특히 S님이 좋으셨다는 히말라야 여행기. 이런 소설을 쓰는 사람의 에세이라니, 어떤 느낌일까.


금요일 퇴근하면서 K씨에게 연락해보니 몇 주 전 포스팅했던, 곧 닫을 예정인 우리의 완소 식당 근처에서 일하고 있다고. 냉큼 스카이트레인을 타고 그쪽으로 향함.


이전에도 젊은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기는 했지만,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 들리자 손님이 더 늘어서 갈 때마다 줄을 서야함..

이 날도 사타이 샐러드와 나초…

벽에 붙은 이 격언들.. 그리워질 거다.


토요일엔 K씨가 다운타운에서 일한다기에 부지런히 아침을 챙겨먹고 따라 나섰다. 이른 아침의 다운타운엔 홈리스 아저씨들만 보이고..


울리는 시간 대에 지나갈 일이 없었던지, 처음 듣게 된 성당의 종소리. 찾아보니 무척이나 긴 역사를 지닌, 영국에서 만들어져 태평양을 건너 왔다가 또 수리 때문에 수차례 바다를 건넌 종들이라고. http://www.holyrosarycathedral.org/bells/

도서관도 아직 열기 전이라 커피를 마시러 가기로. 맛있다고 소문난 커피집을 검색한 후 열려있는 곳으로 갔다. 보통 아메리카노나 드립 커피를 마시지만 아침에 이미 커피를 마신 터라 라떼를 마셔보기로.


백조를 만들어 주심… ㅎㅎ


자리도 편하고, 커피도 맛있고, 읽는 책은 구절구절 맘에 와 닿는, 행복했던 시간. 커피샵 커피는 웬지 비싸게 느껴져 잘 안 마시는데, 이렇게 좋은 시간을 보내니 커피 값이 조금도 아깝지 않았다.


커피를 다 마시고 거리를 걷다가 만난, 주인을 기다리던 멍멍이. 이 집도 커피가 맛있다고 하던데 좀 늦게 열어서 다음 기회에.


얼마전 캐나다 수상이 본인의 선거 공약이었던 선거 제도 개편을 백지화했다. 그래서 캐나다 전역에서 이에 항의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 날 다운타운에 간 김에 집회에도 참여. 이런 집회에 가면 머리수를 늘려주는 의미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또 있구나 하는, 연대감을 확인하는 기회도 되는 것 같다.



내 볼 일이 끝난 무렵에 K씨도 이동한다고 해서 K씨를 만나 같이 움직임. K씨가 다른 일을 하는 동안 아침에 읽던 책을 마저 읽을 요량으로 또 차를 마시러 갔다. 그러나 K씨 일이 생각보다 일찍 끝나 원샷하고 나옴 ㅎ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오사카식 오시 스시 (틀초밥)을 하는 식당에 가보기로. 호기롭게 세 가지의 오시 스시를 주문했는데, 이 집의 오시 스시는 위에 (마요네즈인 것으로 추정되는) 소스를 듬뿍 얹은 후 토치에 구워 나오는 것. 두 개 정도까지는 아주 맛있었는데 비슷한 마요네즈 듬뿍 초밥을 연속해서 먹으려니 너무나 느끼했다. 다행히 얼큰한 국물 종류도 하나 주문했던지라 느끼함을 조금씩 씻어낼 수는 있었지만, 다음 번에 또 가게 되면 오시 스시는 하나만 주문해야 할 듯. 전체적인 맛 평가는 그 때까지 보류 ㅎㅎ

어쨌거나 꽤 즐거웠던 긴 주말의 시작.

10 thoughts on “2월의 긴 주말 – 금요일과 토요일

  1. 2월도 중순

    여긴 눈이 안 오는 지역이라 눈때문에 학교나 직장을 닫지는. 않는데, 아직은 자연 재해로 휴무한적은없았던거 같아요. 제가 이민 오기전에 지진으로 재해가 크게 난게 마지막인데 솔직히 지진 생각하면 무섭습니다.

    커피집에서 커피 마시면서 책 읽는게 상당히 저한테는 여간해서 못하는 일이라 부러움 100만배. 라테 예술이네요. 정유정 작가 여행기 없으시면 말씀해주심 epub 드릴수 있는데 제가 산거를 epub로 바뀐거예요. 미팅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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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na Post author

      여기도 사실 눈 오는 지역은 아니예요. 지난 번에 이 정도 눈 온 건 한 6년쯤 전인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준비가 잘 안 되어있어서 한번 눈이 오면 이 난리.. ㅎㅎ

      지진 무섭지요.. 밴쿠버도 지진대라고 하더라구요. 몇 분간의 진동만 겪어봤지만 그것도 공포스럽더라구요. 그리 큰 진동도 아니었다고 하는데도요.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들 하는데 생각하면 할수록 참 약한 존재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구요.

      제게도 커피집 가서 앉아있는 일은 그리 흔한 일은 아니라서 더 좋았나봐요. 조만간 또 해보고 싶은 일이 되었습니다.

      아 말씀 감사합니다 ^^ 근데 후딱 검색해보니 구글 전자책 share가 불가능하다고 하는군요. 종이책은 사고 나면 친구들끼리 돌려볼 수 있는데 전자책으로 바뀌면서 이런 policy가 생기는군요… 매우 불합리한 것 같은데.. 흠..
      그나저나.. 이 참에 구글스토어를 잠깐 봤더니 한국 책들이 꽤 많네요? 옵션이 생겨서 좋긴 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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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오는 겨울을 관통하는 자

        책은 제가 사서 변환시킨거예요. 말씀대로 쉐어는 아직 안되는데 구글에서 곧 가족 공유 서비스가 나오는걸로 알아요. 아직도 안 사셨고 원하시면 epub 파일로 드릴 수 있어요. 킨들에 넣거나 피시에서 읽으시면 되는 파일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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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na Post author

          가족 공유 서비스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ㅎㅎ 제 친구도 넷플릭스 어머니랑 같은 계정으로 보더라구요.
          그럼 감사히.. ^^ 이메일 이용하면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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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비오는 겨울을 관통하는 자

    링크 제가 임시로 걸었어요. 다운받으시면 제가 지울려구요. 이름은 a.epub이고 킨들있으시면 킨들로 아니면 adobe digital edition으로 읽으실수 있으실거예요. 저는 남편이 종의기원을 샀는데 공유가 안되고 변환하는걸 모를때라 못 읽고 나중에 책으로 빌려서 봤는데 나중에 변환하는거 해서 종의 기원도 있는데 읽으신거 같네요. 다운 받으셨으면 받으셨다고 요 밑에 알려주심 제가 지울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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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na Post author

      오.. 얼른 받았습니다. 제 Kobo로도 읽을 수 있네요. 구글 책을 Kobo에서 읽을 수 있다니.. 정말 좋습니다. 감사히 잘 읽을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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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J

    커피샵에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페이스트리를 먹으며 일하는 게 참 좋았는데.. 그게 너무 아쉽네요. 어찌 보면 커피보다 제가 좋아했던 것은 그것과 함께 하는 트릿들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지금 가서 티를 마셔도 되지만 어쩐지 페이스트리 없이는 그 기분이 안 날 것 같아요.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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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na Post author

      잘 찾아보면 드실 만 한 게 있을 거예요. 페이스트리는 아니더라도..
      제 동료 중에 J씨랑 같은 증상 있는 친구가 있는데, 베이킹을 환상적으로 해요. 일단 조금씩 회복하시는 것에 집중합시다! 홧팅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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