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두번째 주말

지난 주는 내내 비가 왔는데, 일요일 만은 맑게 갤 예정이어서 그 힘으로 한 주 동안 일을 하고.


주말은 정말 바쁘게 보냈다. 일단 토요일엔 차 정기 점검. 고맙게도 비가 그쳐서 부근의 동네 브런치 집에서 K씨와 오붓하게 커피를 마시면서 빵조각에 잼을 발라 먹고.
오후 일정까지 시간이 남아 레저용품점에 가서 이것 저것 구경. (구경 시작하면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오후엔 세월호 1월 집회에 참석하고, 북클럽 멤버분들과 함께 영화 1987을 보러갔다. 본 후에 마음이 참 복잡한, 그런 영화. 차를 마시면서 이런 저런 소회를 나누다가 밤늦게 헤어졌다.


일요일.
마운트 시모어 일출이 아름답다고 하고, 또 주차도 어렵다고 해서 아주 일찍 나설 생각이었으나 전 날 늦게 잠자리에 든 터라 일출은 다음 기회에. 미리 사둔 빵과 커피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아보카도 토스트는 언제 먹어도 맛있는데 K씨는 거부하고 맨 빵만 먹는다.) 그래도 아홉시 전에 도착했더니 백컨트리 주차장은 아직 여유가 있었다.

보통 K씨와 함께 등산을 가면 K씨는 목적지까지 막 막 올라가서 쫓아가다 정상에 도착하곤 한다. 그런데 이번 산행은 대화도 나누고 여유있게 주변 경치도 보면서 천천히 올라가길래 웬일인가 했더니, 그렇게 있는 힘껏 올라가다 죽을(!) 수도 있다는 걸 등산 전문가 글을 보고 배웠다고 한다 ㅎㅎㅎㅎ 고마운 전문가님이 산행을 훨씬 즐겁게 만들어주었네.

가는 곳곳 가파른 오르막이 꽤 있었지만 길지 않은 코스라 그리 어렵지 않게 포인트에 도달. 그 이후부터는 uncontrolled area이다. 그 이후로 진행할 수도 있지만, 갑자기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눈사태 위험도가 상당하다고 해서 여기까지만 가기로 했다. (눈사태 위험도는 Avalanche Canada 웹사이트 avalanche.ca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눈길 경험도 많지 않고 눈사태에 대비한 장비(삽, 탐침봉, 통신 장비 등)도 전혀 없기 때문에 안전한 곳만 다니기로 하고 있다.

이 지점부터는 눈사태 통제구역이 아님을 알리는 표지판. 사진이 이상하게 나왔다;;

주변 산들과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K씨는 컵라면, 나는 딸기잼을 바른 빵 한 조각. 맑은 날이었지만 산 밑으로 구름이 자욱이 깔려 있다.


경사가 심하다 보니 내려가는 게 올라오는 것보다 힘들다. 다리에 힘을 주고 조심조심 내려가려고 애써봤지만 계속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게 된다.

결국 K씨는 입고 간 자켓을 썰매 삼아 내려가겠다고 하더니

순식간에 사라져 버림.

K씨가 자켓을 빌려주겠다고 했으나 겁쟁이인 나는 거부하고 그냥 내려가다가 두 번 더 엉덩방아를 찧고 나서 미끄러져 내려가기로 결정.

근데 이게 너무 재밌는 거!!!

결국 K씨는 이 때부터 자켓을 내게 계속 뺏겼다고… 다음 날 달러샵에 가서 작은 은박돗자리 같은 걸 샀음. 조만간 또 썰매 타러 갈 예정.


주말 쉬는 동안 오랫동안 쓰지 않던 은행 계좌를 폐쇄한다던가 하는 등의 각종 잡무도 처리했는데, 그 밖에도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예전부터 생각만 했던 유언장 작성. 우린 자산이 없으니 뭐 거창한 건 아니고, 유사시 연락처라던가 의료 관련 결정을 해 줄 믿을 만한 법적 대리인 등을 적어서 주변 친구들 몇에게 맡겨둘 예정. 놀다 보면 시간이 휙휙 지나가는지라 이런 건 항상 우선순위에서 밀리지만, 올해 초에 꼭 마무리할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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