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6일 일요일 비오다 흐림
밤새 트레일러를 때리는 빗소리에 잠을 설쳤다.
덕분에 일찌감치 일어나 커피를 마시고 샤워까지 마쳤다. 평소에는 저녁때 씻고 아침에는 후다닥 나가기 바쁜데 바람 부는 캠핑장에서이긴 하지만 음악 틀어두고 머리까지 말리는 휴가지에서의 여유.
아침을 뭘 먹을까 하다가 우리가 애정하는 Pointe에 가기로. 그런데 주차장 입구에서 지키던 직원이 오늘은 자리가 없다고 한다. 하긴 일요일 아침 9시 반쯤에 인기 많은 식당에서 브런치를 먹을 수 있을 리가.
나중에 웹사이트를 확인해 보니 Pointe는 이제 예약도 받지 않는다고 한다. Covid 이후 더 바빠진 모양이다.
차를 돌려 K가 리뷰가 좋다고 얘기했던 새로 문을 연 Roar로 가본다. 다행히 자리가 있다고. 식당 앞에서 백신카드와 ID를 확인하는데 K가 지갑을 안 챙겨옴. 예전에 저장해둔 ID 사진이라도 찾으려고 폰을 뒤지는데 무슨 클리쉐처럼 없던 줄이 우리 뒤로 갑자기 길게 늘어서고… ㅠㅠㅠㅠ 나도 황급히 지갑을 뒤져 K의 이름이 있는 베네핏 카드를 찾아내 보여주니 떨떠름하게 받아준다.
Roar는 새로 문을 연 Hotel Zed의 식당인데 빈티지 인테리어가 매우 힙했다. 좋은 리뷰는 주로 분위기에서 받은 것 같고, 음식은 나쁘진 않았다 정도.
K는 중국식 번에 고기를 끼운 샌드위치($17)를 주문하고 나는 오늘의 아침에 먹는 저녁 메뉴 (This morning’s dinner special)를 주문했는데 스킬렛에 뜨거운 고기류와 흰 콩을 부은 요리($18)였다. 브리스켓, 닭고기, 소시지 등 고기들도 다 적절하게 구워져있었고 콩과 잘 어울려서 꽤 맛있게 먹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 양념은 콩통조림 국물 맛인 것 같았다. 입에 딱 맞더라니.. 나도 대기업 입맛인 건가…
밥을 먹고 나서 토피노 다운타운 산책.
흐린 날에도 카약 강습을 받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뒤 건물에 한 때 좋아하던 Savary Island Pie Company 지점이 생긴 것을 보고 반가웠으나 토피노에 와서 저길 갈 순 없지 ㅎ
캠핑장으로 돌아와 낮잠을 잤다. 일어나 보니 K가 에어프라이어에 소시지를 구워서 맥주 한 잔 하자고 한다.
아침을 워낙 든든히 먹어서 그리 배가 고프진 않았지만 그래도 조금 먹고는 해변으로 내려가 긴 산책.
내려갈 땐 비가 오지 않았는데 바람이 세게 불어 가랑비가 옆으로 들이친다. 이 날도 석양은 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바다는 멋지다. 다시 트레일러로 돌아와 이를 닦고 바로 잠자리에 들어 아침까지 숙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