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 – 2월 2일

한동안 한식을 못 먹을 것 같아서, 밴쿠버에 출발하는 당일 퇴근하면서 집 앞 한식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장터국밥에 순한맛, 보통 맵기, 아주 맵기 옵션이 있길래 보통 맵기로 골랐는데, 이게 생각보다 무척 매웠다. 이제 한국의 일반적인 매운 맛을 감당하기 힘든 몸이 되어 버렸다. 그것 때문인지, 공항에서부터 계속 속이 불편했다. 위가 쓰리기도 했지만 장 부분이 화끈하고 더부룩한 것이 화장실에 자주 가야 했다.

피곤하기도 하고, 배도 아파서 그냥 눈 딱 감고 잤다. 물만 계속 마시면서. 그리고 이번에 탄 국내선 에어 캐나다 항공기에는 기내 서비스가 전혀 없어서, 음료수를 제외한 스낵류는 무조건 구매를 해야하는 시스템이었다. 그러던 중 뒷좌석 승객이 계속 기침을 하는데, 마스크를 안 쓰고 있다는 걸 깨닫고 순간 아차했다. 

토론토 공항에서는 1시간 반 정도 레이오버가 예정되어 있다. 만일 비행기가 연착되면 연결 비행기를 놓칠 수도 있는 상황이라 생각하니 조심스러웠지만,  다행히 비행기는 예정대로 운항했다. 중간에 화장실 때문에 한 번 일어난 걸 제외하고는 푹 잤다. 그래도 여전히 몸은 피곤하다. 귀마개를 좀 더 좋은 걸 끼고 잤어야 했나?

토론토 공항에 도착하니까 연결편으로 안내하는 이정표가 잘 되어 있다. 예정대로 이 곳에서 미국 사전 입국 심사를 받았다. CBP앱을 통해서 미리 신고한 사람은 따로 줄을 서도 되는 거였는데, 그 표시가 애매하게 화살표가 되어 있어서 거의 끝까지 다른 사람들과 줄을 같이 섰다. 뭐, 일찍 가봐야… 

공항에서 입국, 출국 심사를 할 때마다 하도 모자를 벗으라고 해서 이제는 아예 모자를 손에 들고 다닌다.

탑승장에서 한 시간 정도 기다려야 하는데, 으슥한 곳에 길다랗게 빈 의자들이 있어서 자리를 잡고 잠에 들었다. 그런데 인간적으로 너무 추워서 바짝 웅크리고 잠에 들었다. 아내 말로는 코를 골면서 잤다고 한다. 그렇게 피곤했나. 암튼 저놈의 심사장만 거치면 피로가 몰리는 구나. 

저가 항고기들 중에서도 가장 싼 표를 구해서 타서 그런 건지 몰라도 탑승순서는 매번 꼴지다. 이번에도 탔더니 우리 좌석 위 수납공간이 이미 다른 사람들 짐이 가득하다. 모든 것에는 자기 자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면 무척 마음이 피곤해지는데, 여행을 많이 다니는 사람들은 어떻게 저렇게 짐들을 척척 잘 넣는지 모르겠다.

토론토에서 출발하는 에어케나다 엑스프레스는 출발 전에 기체 이상이 발견되었다. 오토 파일럿이 안된다고 한다. 기장 말로는 지금 수리기사가 오는 중인데 언제 고쳐질지는 모른다고 한다. 뭐 이런 게 여행의 묘미겠지. 적어도 쓸 거리는 생기겠네. 다행히 약간의 예열이 지나자 오토파일럿이 부팅 성공했다고. 나중에 알고 보니 새벽 첫 출항 비행기에서 종종 있는 일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너무 난폭 운전을 하는 건 뭔가. 작은 비행기라서 그런지 이륙할 때에도 착륙할 때에도 충격이 크다. 귀도 많이 아프고. 

어느새 비행기는 뉴저지 Newark공항에 도착했다. 미국이다. 사전 입국 심사를 받아서 그냥 비행기에서 내리자 마자 일반 탑승장이 나온다. 매점도 있고 좀 더 내려가니까 식당도 있다. 일단 화장실에서 볼일도 보고 옷도 갈아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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