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크리스마스

캐나다에 와서 맞는 다섯번째의 크리스마스.

첫번 크리스마스엔 전혀 실상을 몰랐던 관계로 배곯을 뻔 했었던 기억이 있다.
한국에서의 북적이는 크리스마스만 생각하고 이브날 다섯시가 다 되어 멋진 외식을 해보자고 남편의 팔짱을 끼고 나섰는데 거리는 너무나 썰렁했다.;;;
헤매다가 막 문을 닫고 있는 KFC에 뛰어들어가 팔다 남은 닭다리를 사들고 나오던 기분이라니.. 킥킥거리며 집에 돌아가 티비를 보며 닭을 먹었다.

두번째 크리스마스엔 다운타운 밤산책을 나갔다.
이번엔 상점들이 전부 닫을 줄 미리 알고 있었지만 늘어선 상점들의 크리스마스 장식이 보고 싶었다. 추운 밤 딸기를 데리고 반짝이는 밤거리를 다니던 기억.

세번째는 친구집에서 파티를 하고 잔뜩 먹고 마시고 한인타운 노래방에 갔다. 역시 한국인의 크리스마스답게 노래방은 깊은 밤에도 사람들이 가득했다. 같이 간 일본친구와 중국친구가 마이크를 놓지 않아서 우리 민족만 춤과 노래를 즐긴 건 아니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네번째는 우리집에서 파티. 친구들을 초대해 저녁을 먹고 스크래블 게임을 했다. 즐거웠다.

그리고 올해, 다섯번째 크리스마스.
이번 크리스마스는 조용히 집에서 보내려고 한다. 크리스마스라는 것에 점점 의미를 두지 않게되는 것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귀찮아서.. -_-;;

그래도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 기념으로 오후에 퇴근하면서 딸기랑 K군이랑 함께 직장 근처 바닷가에서 산책했다. 근데 너무 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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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 park로 들어가는 K군과 딸기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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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나 다를까 잠깐 걷다가 춥다고 항의하는 딸기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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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발짝도 움직이지 않는 강한 의지.. ;;;
결국 품에 안고 산책 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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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 배고파져 서브웨이에서 샌드위치 산 후 따뜻한 커피를 사려고 했으나 마침 다들 문을 닫는 중이라 한 잔만 팔아달라고 부탁을 해서 간신히 커피를 구해(이 짓을 5년만에 또 하다니..;;;;) 바닷가에서 먹었는데 너무 추워서 손이 얼어붙는 줄 알았다.

그 와중에 바다로 해 지는 모습을 보니 웬지 1월 캘린더 같아서 사진도 찍고. 먹자마자 추워추워하면서 허둥지둥 집으로 돌아왔다.
역시 집이 젤 좋아~

10 thoughts on “또다시 크리스마스

  1. 후라이팬

    저도 크리스마스이브는 집에서 ㅋ.
    형이 뭔바람인지 오늘도 저녁해준다고 로우스트 비프를 만들고 있는데요.
    그거 만들때 약불에 몇시간동안 삶아야 하잖아요. 미루고 있다가 갑자기 고기에 물한바가지 넣고 센불에 펄펄 끓이고 있네요 ㅡ.ㅡ
    남편이 저러면 맛없다고 몰래 가서 자기 치킨샌드위치 만들어 달래는 걸 귀찮아서 안만들어 줬더니 혼자 살짝 만들어 먹더라구요.
    전 넘 배가 고파서 다 익었지만 아직 질긴 고기를 형 몰래 살짝살짝 잘라먹다가 형한테 들켜서 혼나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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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딸기맘

      로우스트 비프.. 어떻게 하는 건지 몰라요.. ㅎㅎ (근데 로우스트인데 삶아요?)
      어쨌거나 얼른 저녁 먹게되시길 바랄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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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후라이팬

      아 놔 그 물한바가지가 억센불에 다 쫄아서 소고기기름 속에 고기가 자글자글 끓고 있는 거에요.
      형이 저녁 준비 다 됐다고 흥분해 있는데 그이가 저보고 가서 모니터하라 그래서 내려가 봤더니 형이 그이의 접시에 음식을 담으면서 감자 위에 그 기름을 두 스푼 얹지 뭐에요. 제가 기름을 왜 얹느냐고 물었더니 그래야 맛있대요. 웃겨 죽는 줄 알았삼. 그대로 그이에게 들고 갔더니 남편 질겁하면서 새 접시에 다시 담아서 갖다 달라고 하더라구요. 우리 형 입맛 진짜 특이해…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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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째라

    K님. 멀리서지만 실루엣이 장난이 아니신데요.
    옷발이 참 잘 받으시는군요.

    딸기맘의 강한 의지도 팍팍 느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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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딸기맘

      째라님 이런 말씀하시면 K군 병 도지는데.. 그 약도 없다는 왕자병.. ^^; 그러나 가까이서 보면 남모를 아픔이 있답니다. 그 얘기는 다음 기회에..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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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트니맘

    ㅎㅎㅎ 가까운곳에 바다도있군요.
    캐나다에서 사는이야기 제겐 무척 흥미롭고 부럽기도하구요.
    딸기여사님이 너무부럽다는.^^ 저 독파크는 들을때마다 넘 부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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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딸기맘

      나름 해양도시예요. ㅎㅎ 근데 한국의 바다 정취가 별로 느껴지지는 않네요. 그 짠 내 뭐 그런 게 없어요.
      독파크를 가도 딸기여사가 안 걷겠다고 하기 땜에 뭐 집 앞 산책과 별 다를 게 없어서 그게 문제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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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바람

    오우~ 진짜 딸기아빠 실루엣이 장난 아닙니당..
    키가 꽤 크신거 같아요~!!
    딸기는 걷다가 싫으면 요지부동이군요..ㅎㅎㅎㅎㅎㅎ
    비비에겐 절~대로 볼수 없는 모습..
    제발 서줬으면 싶은데 비비에겐 브레이크가 없슈..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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